◈그리스도를 부인함으로 성령을 훼방함
흔히 ‘성령 훼방죄(the blasphemy against the Holy Ghost, 마 12:31)’를 ‘성령의 은사를 부정하는 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신유, 예언, 방언 등 성령의 은사를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은사주의자(charismania, 恩賜主義者)들’의 영향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성령 훼방죄’는 단지 ‘성령의 은사’에 국한 된 단편적이고 지엽적인 것이 아닌 보다 본질적인 ‘삼위일체 존재론’에 관한 문제이다. 곧, 성령과 동등일체이시며 그의 발출지(發出地)인 (성부와) 성자 그리스도를 부인함으로 유발(誘發)되는 죄이다.
이 죄를 범한 대표적인 이들이 유대인들(Jews)이다. 그들은 ‘성자 그리스도’를 대적하여 (그로부터 발출(發出) 하신) ‘성령’을 거스림으로 그 죄를 범했다. 성경은 그들이 ‘그리스도를 거역한 것’을 ‘성령을 욕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목이 곧고 마음과 귀에 할례를 받지 못한 사람들아 너희가 항상 '성령을 거스려(resist the Holy Spirit)' 너희 조상과 같이 너희도 하는 도다 너희 조상들은 선지자 중에 누구를 핍박지 아니하였느냐 의인이 오시리라 예고한 자들을 저희가 죽였고 이제 너희는 그 ‘의인(예수 그리스도)을 잡아준 자요 살인한 자’가 되나니(행 7:51-52).”
다음 성경 역시 ‘아들을 짓밟는 것’과 ‘성령을 욕되게 하는 것’을 동일선상에 둔다. “모세의 법을 폐한 자도 두 세 증인을 인하여 불쌍히 여김을 받지 못하고 죽었거든 하물며 ‘하나님 아들을 밟고’ 자기를 거룩하게 한 언약의 피를 부정한 것으로 여기고 ‘은혜의 성령을 욕되게 하는 자(who has insulted the Spirit of grace?)’의 당연히 받을 형벌이 얼마나 더 중하겠느냐(히 10:28).”
◈성경을 왜곡, 가감함으로 성령을 훼방함
성경이 기록될 때 성령이 감동하신 것(딤후 3:16, 벧후 1:21)’은 그 내용이 그(성령)과 일체이신 ‘성자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그리스도를 계시하기 위해 성령이 성경에 감동하셨다’고 하는 말이 더 옳다. 만일 성경의 내용이 ‘그리스도’가 아니라면 ‘성령’이 그것을 감동하실 리 만무하다.
이 원리는 지금도 그대로 적용되어 누가 그리스도를 말하면, 그(그리스도)와 일체이신 성령이 ‘화자(話者)’와 ‘청중(聽衆)’을 감동하신다. 반대로 성경을 말하면서 그리스도를 말하지 않으면 그와 일체이신 성령이 감동해 주시지 않으므로 ‘성령이 훼방’을 받는다.
이 원리는 ‘성경 해석’에 있어서도 동일하다.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된 ‘그리스도의 책 성경’에서 그를 읽어낼 때 성령이 그를 감동하신다. 만약 성경에서 다른 것을 읽어내면 ‘성령이 훼방’을 받는다.
유대인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이 동일한 죄를 지었다. 성경이 가르치는 바가 그리스도시고(눅 24:44-48), 그것의 기록 목적이 그리스도를 계시하기 위함인데, 그들은 그것들에서 단지 ‘삶의 규범’ 이나 ‘구원의 조건’ 혹은, ‘다른 그리스도(고후 11:4)’를 읽어냄으로서 ‘성령 훼방죄’를 범했다.
“또 이르시되 내가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 너희에게 말한바 곧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글과 시편에 나(예수 그리스도)를 가리켜 기록된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 하리라 한 말이 이것이라 하시고(눅 22:44)”.
“너희가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줄 생각하고 성경을 상고하거니와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거하는 것이로다(요 5:39)”. “모세를 믿었더면 또 나를 믿었으리니 이는 그가 내게 대하여 기록하였음이라(요 5:46).”
“만일 누가 가서 우리의 전파하지 아니한 다른 예수를 전파하거나 혹 너희의 받지 아니한 다른 영을 받게 하거나 혹 너희의 받지 아니한 다른 복음을 받게 할 때에는 너희가 잘 용납하는구나(고후 12:4).”
이는 오늘 그리스도 복음을 전하는데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리스도’가 증거 되는 곳에 ‘성령’이 감동하시는데, 성경을 전한다 하면서 그리스도를 전하지 않아 그와 일체이신 성령이 역사하시지 못하게 하므로 ‘성령을 훼방’한다.
전도자로 하여금 담대하게 그리스도를 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그가 전하는 그리스도와 또한 그(그리스도)와 일체시며 그것의 증거자이신 성령이 그것에 감동해 주실 것을 믿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이 자신의 어눌한 눌변(고후 10:10)에도 불구하고 복음 전도에 주저함이 없었던 것은 자신의 말에 성령이 감동해 주신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것을 말하거니와 사람의 지혜의 가르친 말로 아니하고 오직 성령의 가르치신 것으로 하니 신령한 일은 신령한 것으로 분별하느니라(고전 2:13).”
또 성경을 가감(加減)하거나 다른 그리스도를 전하여 성령의 구원사역을 방해함으로 ‘성령을 훼방’한다. 사도들이 그러한 자들에게 ‘저주를 선포’하고, ‘생명나무와 거룩한 성에 참예함을 제하여버린다’고 한 것은 그것들이 모두 ‘성령훼방죄’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 혹 하늘로부터 온 천사라도 우리가 너희에게 전한 복음 외에 다른 복음을 전하면 저주를 받을찌어다 우리가 전에 말하였거니와 내가 지금 다시 말하노니 만일 누구든지 너희의 받은 것 외에 다른 복음을 전하면 저주를 받을찌어다(갈 1:8-9).”
“만일 누구든지 이것들 외에 더하면 하나님이 이 책에 기록된 재앙들을 그에게 더하실 터이요 만일 누구든지 이 책의 예언의 말씀에서 제하여 버리면 하나님이 이 책에 기록된 생명나무와 및 거룩한 성에 참예함을 제하여 버리시리라(계 22:18-19).”
◈믿음을 부정함으로 성령을 훼방함
성령은 믿음을 주시는 ‘믿음의 영(靈)’이시다. “성령으로 아니하고는 누구든지 예수를 주시라 할 수 없느니라(고전 12:3)”. “다른 이에게는 같은 ‘성령’으로 ‘믿음’을(고전 12:9)”. “우리가 ‘성령’으로 ‘믿음’을 좇아 의의 소망을 기다리노니(갈 5:5).”
동시에 성령은 믿는 자에게 부어지는 ‘믿음의 영(靈)’이시다. “내가 너희에게 다만 이것을 알려 하노니 너희가 ‘성령’을 받은 것은 율법의 행위로냐 듣고 ‘믿음’으로냐… ‘믿음’으로 말미암아 ‘성령’의 약속을 받게 하려 함이니라(갈 3:2, 14).”
요약하면 ‘성령’이 (복음을 통해) 권고하는 ‘믿음’을 거부하면, ‘성령의 구원 사역’을 방해함으로 ‘성령을 훼방’한다. 반대로 ‘믿음’을 거부하면 믿음의 영(靈)인 ‘성령’이 거부되고 나아가 ‘성령의 부으심’을 막으니, 결과적으로 ‘성령을 훼방’하는 것이 된다.
성경이 ‘성령과 믿음, 율법과 행위’의 구도를 설정하여 ‘믿음을 의지’하는 곳에 ‘구원과 성령의 부으심’이, ‘행위를 의지’하는 곳엔 ‘율법과 정죄’가 일어난다고 가르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론이다. ‘성령 훼방죄’란 그리스도를 믿지 않아 그와 일체이신 ‘성령’과 ‘그의 구원 역사’를 훼방하는 죄를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사함받지 못할 죄’라고 한 것은 ‘그 죄가 죽을 때 까지 지속된다’는 전제 하에서 한 말이다.
그러나 불신자도 언제든 예수를 믿으면 심판에서 생명으로 옮겨지듯(요 5:24), ‘성령 훼방죄’도 그리스도를 영접하면 사(赦)함을 받는다. 따라서 “성령 훼방죄는 사함을 받지 못한다”는 말은 ‘신비주의자(mysticist)’, ‘은사주의자(charismatist)’가 말하듯 무슨 ‘특별하고 기이한 죄’와 ‘그것에 따르는 심판’을 말하는 것이 아닌, 늘 우리가 알고 있듯 “죽을 때까지 예수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 학술고문,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