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측, 의혹 부인하면서도 팔레스타인 지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의한 이스라엘 기습 공격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이란 측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면서도,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8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마스와 이란 등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 무장단체 내부의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란 측이 지난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열린 회의에서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 작전을 승인했다”고 했다.
WSJ은 “지난 8월 이란혁명수비대 소속 장교들은 하마스 측과 접촉해 육·해·공 기습 공격 계획을 구체화하고, 지난 2일 베이루트에서 열린 최종 회의에 하마스와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 등 대표단이 참석해 이번 공격을 확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란은 이러한 의혹을 부인했다. 주유엔 이란 대표부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팔레스타인에 변함없는 확고한 지지를 보낸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팔레스타인의 대응에 관여하지 않았다. 이것은 순전히 팔레스타인 스스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사드 등 이스라엘 정보 기관들이) 실패를 합리화하기 위해 이란의 정보력과 작전기획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팔레스타인에 패배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워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미 정부는 이란의 개입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았으나, 부인하지도 않았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방송에서 “이란이 이번 공격을 지시했거나 배후에 있다는 증거를 보지 못했으나, 이란은 오랜 기간 하마스를 지원해 왔다”고 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산 중인 가운데, 미 정부가 세계 최대 핵 추진 항공모함을 이스라엘 인근에 전진 배치하고 전투기를 증강하는 등 전폭적인 전력 지원에 나서, 이번 전쟁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 양상을 띠고 국제적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내각은 8일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주재한 회의를 열고 하마스에 대한 전쟁을 공식적으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IDF) 대변인은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에 “가자지구에서 지상작전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는 계엄령 아래에 있다. 수만 명의 예비군을 동원했고, 앞으로 수십만 명까지 늘려 남부사령부에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는 총 1,100명에 이르고, 이스라엘에서는 최소 700명의 희생자가 나왔다고 전해졌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집중 공습이 이어진 가자지구에서 지금까지 400명 이상이 숨졌으며 2,200명 넘게 부상당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