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변 폭격 계속돼도… 현장 남아 구호 펼치는 한인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브엘세바, 병원 자원봉사와 외국인 피난 지원

▲하마스의 공격이 시작된 7일 이른 아침(현지시각), 11층인 현지 한인  A 목회자의 발코니에서 바라본 시가지(왼쪽). A 목사의 바로 옆집에 로켓이 떨어졌고, 그 피해 주민은 병원에 후송됐지만 이후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현지 목회자 제공
▲하마스의 공격이 시작된 7일 이른 아침(현지시각), 11층인 현지 한인 A 목회자의 발코니에서 바라본 시가지(왼쪽). A 목사의 바로 옆집에 로켓이 떨어졌고, 그 피해 주민은 병원에 후송됐지만 이후 생사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현지 목회자 제공

바로 옆집에 로켓이 떨어져 건물이 산산이 파괴됐다. 이웃 주민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살아 있다는 소식은 아직 들려 오지 않았다. 공습 사이렌은 하루에도 서너 차례 울리고, 시시각각 앰뷸런스가 환자들을 이송해 왔다.

당장에라도 포탄이 머리 위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전쟁터. 현장을 떠나지 않고 팔을 걷어붙인 이들이 있다. 브엘세바(베르셰바)에서 사역중인 A 목사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가자지구로부터 30여 km 떨어진 이곳은 하마스의 지속적 로켓 공격을 받았지만, 그는 여전히 그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무력 충돌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A 목사는 이스라엘의 관문인 벤구리온 공항으로 외국인 피난객을 태우고 다녀오는 길에 본지와 연락이 닿았다. 사이렌이 울리면 멈춰서기를 반복하며 안전하게 호송을 마친 그는 잠깐 시간을 내 상황을 전했다.

11층서 바라보니 엄청난 폭격이

안식일이었던 7일 새벽 6시 30분 사이렌이 울렸다. 이곳에서 사이렌이 울리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이날따라 그 소리가 4시간이나 이어졌다. 그 사이 로켓들은 도시를 쉴 새 없이 떨어졌다고 했다. 그는 “11층인 저희 집 발코니에서는 브엘세바 절반이 보인다. 엄청나게 많은 양의 로켓이 떨어졌다. 시가지 안쪽으로는 아이언 돔이 많이 잡아냈지만, 그 외에는 정말 많이 떨어졌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A 목사 집 바로 인근에 위치한 브엘세바 소로카 종합병원. 공습 직후 앰뷸런스를 통해 응급환자들이 계속해서 이송됐다. ⓒ현지 목회자 제공
▲A 목사 집 바로 인근에 위치한 브엘세바 소로카 종합병원. 공습 직후 앰뷸런스를 통해 응급환자들이 계속해서 이송됐다. ⓒ현지 목회자 제공

그는 “2014년도와 2021년 경험한 전쟁과는 양상이 달랐다. 너무 놀랐다”고 했다. 집안에 설계된 방공호에 네 명의 자녀, 그리고 아내와 함께 긴급히 대피했다. 그 사이 엄청난 폭발음이 들렸다. 바로 옆집에 로켓이 떨어진 것이었다. A 목사는 “건물이 전소됐다. 이웃이 병원에 실려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생존했는지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장세력들이 직접 넘어와 쑥대밭이 된 가자지구 인근 도시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상황”이라고 했다.

아비규환의 병원, 아군·적군 뒤섞이기도

그의 집은 브엘세바 벤구리온대학교의 의과대학의 소로카 종합병원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다. 병상이 1천 5백 개에 달하는 남부 이스라엘의 거점 병원으로, “공습 직후 엄청나게 많은 헬기와 응급차가 몰려왔다”고 했다. 이전부터 NGO를 설립해 현지인 교인들과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사역을 펼쳐 왔던 그는, 누군가의 요청을 받기도 전에 자발적으로 구호활동에 나섰다.

자연스럽게 그의 첫째 아들도 구호에 동참했다. 그는 “이미 현지 교인들은 모두 동원령을 받아 예비군에 소집된 상태에서, 남아 있는 가족들은 전쟁에 참여하는 마음으로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펼친다. 저희도 마찬가지고, 너 나 할 것 없이 의료진을 요청에 도움을 주며 구호품을 정리하고 배분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병원 현장은 침통함 그 자체다. 그는 “폭격에 사지가 절단되거나 크게 다친 군인과 민간인들이 넘쳐났다. 심지어 부상당한 하마스 무장단체 군인들도 실려와 혼란스럽기까지 했다”고 했다.

외국 학생들 이송… 공항은 ‘피난 대란’

이스라엘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들이 해외로 출국할 수 있도록 공항까지 데려다 주는 일도 그의 역할 중 하나였다. 특히 세계 여러 나라의 학생들이 모여 있는 벤구리온 종합대학에서 캠퍼스 사역을 해왔던 터라, 학생들은 그의 도움이 절실했다. 그는 “캐나다,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국적 대학원생들과 매주 모임을 가져 왔다. 학생들의 국적기가 도착한다는 소식을 듣고 긴급히 7명을 태워 주고 왔다”고 했다.

공항에 오가는 길은 삼엄했다. 로켓 공격이 소강 상태인 분위기를 틈타 출발했는데, 공습 사이렌이 울리면 멈추기를 반복했다. 그는 “공항으로 가는 상행길은 피난민으로 가득했고, 하행길은 장갑차 등 군사 차량이 대부분이었다. 파괴된 길목은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공항 출국장은 그야말로 ‘피난 대란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관문인 벤구리온 공항은 ‘피난 대란’ 그 자체였다고 전했다. ⓒA 목사 제공
▲이스라엘의 관문인 벤구리온 공항은 ‘피난 대란’ 그 자체였다고 전했다. ⓒA 목사 제공

이스라엘에 한인은 약 570명으로, 절반은 예루살렘에, 나머지는 수도 텔아비브를 비롯한 중부지역에 주로 거주한다. 브엘세바는 A 목사 가정 외에는 한인들이 두어 가정밖에 없는 지역이다. 성지순례로도 그리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은 아니라, 이번 공습 때 한국인 여행객의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이곳이 삶의 터전… 앞으로가 더 중요”

브엘세바는 하마스의 직접적인 공격 표적 중 하나였다. 그는 피난길에 오르지 않고 여전히 머물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곳이 저의 삶의 터전이고, 함께하던 현지인과 구호팀, 캠퍼스 학생들이 모두 여기에 남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어려움들이 벌어질 텐데, 앞으로도 그러한 이들을 돌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에 대해 “유대인들이 굉장히 많이 죽었다. 그 보복으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강한 공격을 하면, 앞으로 그곳에서 이스라엘보다 많은 사상자가 나올 것이다. 그 점이 가장 마음에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아울러 “북쪽 헤즈볼라(레바논 무장 정파)에서 넘어온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전쟁의 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우리도 가늠하지 못하겠다. 사우디, 이란, 이집트, 레바논 등 국제전으로 확전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민간인들도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인터뷰가 있던 12일 밤(현지시각)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 그에게 다시 안부를 묻자, 그는 “밤새 (집 주변인) 병원 바로 옆에 로켓이 떨어졌고, 옆 마을에도 폭격이 있었다. 심각했다”고 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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