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가 바이러스 온상? 동굴 밖으로 끌어낸 건 인간”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한교총 기후환경위 포럼서 ‘교회의 생태적 책임’ 강조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민철 웨스트멘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장윤재 이화여대 교수,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이춘성 고려신학대학원 교수가 발제 및 논찬을 진행했다. ⓒ송경호 기자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민철 웨스트멘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장윤재 이화여대 교수,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이춘성 고려신학대학원 교수가 발제 및 논찬을 진행했다. ⓒ송경호 기자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 인류 최초의 살인자 가인의 변명이다. 어쩌면 우리는 가인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동료 피조물들을 피흘리게 한 우리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건 아닐까.”

기후 위기 시대 교회의 생태적 책임에 대한 장윤재 이화여대 교수(기독교학과)을 일침이다. 장 교수는 2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열린 ‘2023 한교총 기후환경 포럼’에서 이 같이 말했다.

‘한국교회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탄소중립 나부터 실천’을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한국교회총연합 기후환경위원회(위원장 김주헌 목사)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했다.

인간의 오만함, ‘영역 침범’

장 교수는 “박쥐는 61개의 ‘인수공통 바이러스(종간 전파 가능)’에 감염될 수 있어 사람에게 전염병을 쉽게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모든 사태의 원인으로 비난받는 것에 박쥐는 억울하다”며 “깊은 동굴 속에서 잠자고 있는 박쥐들을 세상으로 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 세계 야생생물 밀거래 규모는 매년 70억~230억 달러다. 인간은 다른 종의 서식지를 거리낌 없이 파괴하면서 종간 접촉의 기회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날로 확대되는 수송능력과 여행지는 삽시간에 병원체를 전 지구적으로 옮겨놓았다”며 “치명적 인수공통 감염병이 창궐하는 이유는 인간이 오만하게 다른 생명의 영역을 침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거리 두기’만이 아닌 ‘생태적 거리 두기’”라며 “우리에게는 다른 생명이 이 지구 위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거리 두기는 존중이고 사랑이다. ‘네 이웃을 네 자신 같이 사랑하라’는 계명을 실천하는 아주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코로나19 재난은 탐욕과 죽음의 길에서 절제와 생명의 길로 돌아오라는 하나님의 경고”라며 “식물이든 동물이든 자연환경을 인간의 편익을 위해 무자비하게 착취하는 인간의 폭력성이 재앙을 낳았다.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이라는 욕망의 열차에서 내리지 않으면 이보다 더 무서운 재앙이 닥칠 수 있음을 깨닫고 회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깊은 동굴 속에서 잠자고 있는 박쥐들을 세상으로 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라며 “치명적 인수공통 감염병이 창궐하는 이유는 인간이 오만하게 다른 생명의 영역을 침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pixabay

▲장 교수는 “깊은 동굴 속에서 잠자고 있는 박쥐들을 세상으로 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이라며 “치명적 인수공통 감염병이 창궐하는 이유는 인간이 오만하게 다른 생명의 영역을 침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pixabay

그러면서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모든 것이 나와 연결된 생명의 그물망이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이 한 몸”이라며 “환경에 눈을 크게 뜨고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깊이 경청하면서, 감사와 절제의 영성을 대안적 경제원리로 삼고 모든 생명을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큰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 지역의 활동가와 소통해야”

탄소중립과 창조세계 돌봄을 위한 교회의 실천방안을 소개한 유미호 센터장(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은 “하나님은 지구가 우리의 필요를 채울 수 있도록 풍성히 지으셨지만, 끝없는 욕망을 다 채울 수 있을 만큼 무한하게 하지는 않으셨다. 이대로 가다간 ‘생육하고 번성하는’ 복을 누릴 수 없다”고 경고했다.

유 센터장은 “교회는 우리나라에만도 374개 교단 안에 83,883곳이 있으며 1천만에 이르는 기독인이 있다. 교회는 이들 기독인의 삶과 연결되고 있고 그들의 삶의 방식이 기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며 “교회가 창조세계를 돌본다는 것은 모든 측면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행동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 에너지, 종이의 효율적 사용 등의 행동지침도 소개했지만, 지역공동체로서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돌보는 일에 관심 갖는 많은 이웃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갈 것을 보다 강권했다. 일례로 “신앙은 없지만 지역사회 생태, 환경, 문화, 역사 관한 활동을 하는 이가 있다면 이야기를 들어 봐라. 문제 해결에 애쓴 건 어떤 것이 있고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지 들어 봐라”고 했다.

코로나19를 지나온 만큼 지역의 보건 의료인을 초청해 교회 인근 지역의 주요 공중보건 문제는 무엇인지 살펴본 뒤, 환경보건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을 교회가 어떻게 돌볼 수 있는지 구체화해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또 풀뿌리 환경단체와 지역사회가 직면한 환경문제는 무엇인지, 교회가 그들의 활동에 어떠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연결을 시도할 것을 제언했다.

또한 “가능한대로 지역 내 환경미화원, 숲 해설가, 정원사, (도시)농부 등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지역사회 안에 쓰레기는 어떻게 배출되고 처리되는지, 지역사회 안에서 같이 사는 동물, 식물, 곤충, 어류, 기타 생물 군집들은 어떤 것이 있고 어떤 변화를 관찰했는지 들으면 교회가 창조세계 돌봄 활동을 하는 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럼 사회는 이상택 목사(한교총 사무국장)가 진행하고 논찬은 김민철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구약학) 교수, 이춘성 고려신학대학원(기독교윤리학) 교수가 맡았다. 

앞서 1부 개회식은 한교총 기후환경위원회 서기 장인호 목사의 사회로 김주헌 한교총 기후환경위원장이 개회사를 전하고 이영훈 목사의 영상 격려사, 황연식 목사(한교총 기후환경위원회 위원)의 기도, 신평식 목사(한교총 사무총장)의 참석자 소개 및 인사가 있었으며 이승진 목사(한교총 기후환경위원회 위원)의 광고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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