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사무총장, 하마스 옹호성 발언 논란… 이스라엘, ‘사퇴’ 촉구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UNHCR 유엔난민기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UNHCR 유엔난민기구

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지난 56년간 이스라엘의 숨막히는 점령 하에 있었다”며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이 ‘공백 상태’(in vacuum)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고 발언해 이스라엘의 비판을 받았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24일(이하 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이 아무것과도 관계없이 그냥 발생한 게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자신들의 땅이 (이스라엘) 정착촌에 꾸준히 잠식당하고 폭력에 시달리는 것을 지켜봤고, 경제는 위축됐다. 그들은 이주해야 했고, 그들의 집은 철거됐다. 그들의 곤경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희망도 사라졌다”며 “팔레스타인의 불만이 하마스의 끔찍한 공격을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그 공격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집단적인 처벌을 정당화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구테흐스 총장의 발언은 유엔 수장으로서 이스라엘은 물론 이란 등 국가까지 모두 대표해야 한다는 점이 반영된 것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길라드 에르단(Gilad Erdan)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더 나아가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사임을 요구했다.

그는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에 “이스라엘 시민과 유대 민족에게 자행된 가장 끔찍한 잔혹 행위에 동정심을 보이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은 정당성도, 의미도 없다”면서 “나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에게 즉각 사임할 것을 요구한다. 그는 유엔을 이끌기에 부적합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테흐스 총장이 계속 자리를 지키는 것은 불명예이며, 이는 유엔이 존재할 자격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가 자신의 X 계정에 남긴 글.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가 자신의 X 계정에 남긴 글.

구테흐스 총장의 발언 후, 안보리 회의에 이해 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한 엘리 코헨(Eli Cohen) 이스라엘 외무장관도 그와 예정된 회담을 취소하는 등 반발했다.

코헨 외무장관은 회의에서 하마스에 의한 민간인 피해 사례를 소개하며, “사무총장은 도대체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으신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자신의 X 계정에 “나는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지 않을 것이다. 10월 7일 학살 이후 균형잡힌 접근은 불가능하다”면서 “하마스는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적 연합기구인 반유대주의투쟁운동(Combat Antisemitism Movement, CAM)은 에르단 대사의 생각에 동의하며, 구테흐스 총장의 사임을 촉구했다.

CAM 시샤 로이트만 드라트와(Sacha Roytman Dratwa) 대표는 성명을 내고 “UN 사무총장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믿을 수 없고 비양심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녀는 “지난 몇 주 동안 우리 세대는 나치식 잔혹 행위에 직면한 글로벌 의사 결정자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의 침묵과 공모를 통해, 홀로코스트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더 잘 이해하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했다.

드라트와는 “구테흐스가 피해자를 비난하고 세계의 다른 모든 민족들 사이에 유대인에 대한 다른 규칙을 보여주고 있다”며 “수많은 유대인들이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정치적인 결과만 생각할 수 있는가? ‘홀로코스트가 혐오스럽기는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반유대주의 정서는 공백 상태에서 발생하지 않았다’는 그의 발언은 가녀린 속삭임에 불과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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