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흥 세대’가 입 다물고, ‘망한 세대’에 맞춰야 하나요?”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세대통합목회’로 ‘같은 신앙’ 전수하는 광주청사교회 백윤영 목사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광주청사교회의 ‘마룻바닥 기도회’. ⓒ광주청사교회 제공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광주청사교회의 ‘마룻바닥 기도회’. ⓒ광주청사교회 제공

한국교회, 특히 주일학교가 심각하게 저조한 복음화율과 출산율로 인해 미래 전망이 급격히 어두워지고 있다. 게다가 약 3년간 이어졌던 코로나19 사태는 불 난 데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많은 교회들이 저마다 다음 세대에 초점을 맞추고 온갖 해결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모두가 다음 세대에 맞춰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 때, 반대로 옛 전통 속에서 답을 찾은 ‘세대통합목회’를 통해 이 암울한 현실을 ‘역주행’하는 교회가 있다. 바로 “같은 신앙 후대에 전수하여 천 대 영광을 누리는” 광주청사교회(담임 백윤영 목사)다.

광주청사교회 백윤영 목사가 주창한 ‘세대통합목회’는 단지 모든 세대가 통합된 예배를 한번 드리는 것을 넘어, ‘같은 신앙’을 후대에 전수하기 위해 통로를 여는 모든 목회적 행위를 말한다.

건축 빚 허덕이던 교회서 “건물 팔아 사람 세우자” 선포

▲‘세대통합목회’의 모델을 제시하는 광주청사교회의 담임 백윤영 목사. ⓒ광주청사교회 제공

▲‘세대통합목회’의 모델을 제시하는 광주청사교회의 담임 백윤영 목사. ⓒ광주청사교회 제공

1983년 설립된 이 교회는 2009년 백윤영 목사가 제2대 담임으로 부임했을 당시 큰 위기에 처해 있었다. 출석 교인이 150명 정도 모일 때 무리하게 800석 규모의 본당을 갖춘 예배당을 건축하느라 재정이 어려워지고 교인들 간의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이로 인해 출석 교인 수는 50여 명까지 줄어들었고, 담임목사 사례비조차 제대로 지급할 수 없는 형편이었다. 남아 있던 교인들은 교회 건물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으로 버티고 있던 상황. 그러나 백 목사는 그런 그들에게 뜻밖에도 “이 건물을 팔아서라도 사람을 세우자”는 메시지를 선포했다.

“사람이 교회다, 사람을 세우는 일에 집중하자고 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교회 건물 건축을 위해 올인해 왔던 우리 교회 교인들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수록 바른 교회론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백 목사는 교회의 3대 실천사항을 ‘통합예배’ ‘가정예배’ ‘샬롬교육’으로, 5대 사명을 “한 사람 세우는 교회” “가정 세우는 교회” “학교 세우는 교회” “교회 세우는 교회” “지역 세우는 교회”로 꼽았고, 이 모든 일을 통해 ‘같은 신앙’을 후대에 전수하는 목회를 한마디로 ‘세대통합목회’라고 정의했다.

한국교회 부흥의 뿌리에서 찾은 5가지 신앙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후대에 전수해야 할 ‘같은 신앙’은 무엇일까? 그는 한국교회 부흥의 뿌리를 연구한 끝에 이를 ‘주일성수 신앙’ ‘새벽기도 신앙’ ‘십일조 신앙’ ‘교회 사랑 신앙’ ‘주의 종 존중 신앙’ 5가지로 정리했다.

“부흥한 교회와 목회자, 그리고 영향력 있는 기독교 지도자의 뿌리를 파 보면 반드시 이 5가지가 나온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거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대의 신학은 이 전통들을 다 왜곡시켜 놨습니다. ‘주일성수와 십일조는 율법이다’ ‘저녁기도를 해야 한다’ ‘교회는 성전이 아니다’ ‘목사만이 아니라 모두가 제사장이다’ 하는 식으로요. 그러나 우리의 신앙 선조들은 그것들을 율법으로 지킨 것이 아니라 마음과 뜻과 정성을 다해 하나님을 섬기는 전통으로 세웠던 것이고, 그것을 그대로만 따라하면 기막힌 역사가 일어납니다.”

각 세대가 따로 예배? 성경에 없는 모델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광주청사교회의 마룻바닥 기도회. ⓒ광주청사교회 제공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광주청사교회의 마룻바닥 기도회. ⓒ광주청사교회 제공

이러한 신앙은 단순히 말과 글이 아니라 한 공동체 안에서 어른들이 삶으로써 전수해야 한다는 뜻에서, 광주청사교회는 철저히 ‘세대통합예배’를 드린다. 그렇다고 주일학교를 없앤 것은 아니다. 각각의 또래집단에게는 그에 맞는 조직을 둬서 또래문화를 만들 수 있게 하되, 다만 신앙행위만큼은 통일하자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교회 주일학교는 아이들을 전도해 오기만 하고 같은 신앙 공동체로 만들지를 못하니 세대 간 단절이 생겼던 것입니다. 세대통합예배를 드리면 아이들이 못 알아듣는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영적인 지식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각 세대가 따로 예배를 드리는 문화는 성경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음 세대 부흥을 위해 과도하게 그들의 비위만을 맞추려 하고 과도하게 기성세대를 억누르려 하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백 목사는 한마디 했다. “가장 경이로운 부흥의 역사를 쓴 세대에게는 입 다물라 하고, 망한 세대의 방식에 맞추려 하느냐”는 것이다.

가정 단위를 중심으로 예배와 교제를 하는 방식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이들도 많았다. 주로 불신자 가정에서 홀로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이나 한부모가정의 교인 등이 그랬다. 하지만 백 목사는 그들 또한 각각 하나의 가정 단위로 해서 8가정으로 구성된 소그룹 안에 포함시켰다. 그 안에서 성경적인 완전한 가정의 모델,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 등을 배우라는 취지였다. 그리고 특히 불신자 가정의 교인에게는 아브라함의 복과 신앙 전수자의 사명이 있음을, 한부모가정 교인에게는 당대에 그 아픔을 끊어내야 함을 강조했다.

교회와 가정을 연결해서 가정이 신앙 전수의 장이 되게 하려면 목회자들의 가정도 모두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그래서 광주청사교회는 담임목사와 부목사들 모두 매주 토요일에 휴무한다. 보통 목회자들은 월요일에 휴무하는데, 그렇게 되면 다른 가족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정교회’ 단위로 금요일 저녁에 예배를 드리고 말씀을 나누며 친교하고, 금·토 1박2일 캠프도 다녀오곤 하면서 자연히 가족 간 관계도 돈독해지고 교회도 부흥된다.

다음 세대 신앙과 삶 위한 유아스쿨·대안학교

다음 세대의 신앙과 삶이 분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광주청사교회는 샬롬유아스쿨과 샬롬대안학교(이하 ‘샬롬스쿨’)를 설립해 영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성경적 원리에 따라 교육하고 있다. 이 교육의 특징은 성적을 매기지 않고, 중·고등과정은 무학년제로 운영하며, 무작정 다 대학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에 따라 진로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부모와 자녀가 모두 새벽기도에 참석해야만 입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룻바닥 영성’ 전수하는 새벽기도

▲11월 18일 개관예배를 목표로 현재 건축 중인 ‘마룻바닥 영성 체험관’ 조감도. ⓒ광주청사교회

▲11월 18일 개관예배를 목표로 현재 건축 중인 ‘마룻바닥 영성 체험관’ 조감도. ⓒ광주청사교회

광주청사교회는 그만큼 ‘새벽기도’에도 진심이다. 백 목사가 ‘새벽 정신’이야말로 예수님 영성의 기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초창기 한국교회는 ‘마룻바닥’에서 간절히 무릎 꿇고 ‘앞뒤 반동’을 하며 새벽기도를 했는데, 지금은 편하게 의자에 앉아 기도하면서 그 초심을 잃어버렸다”며 간절함과 겸손함의 ‘마룻바닥 영성’을 전수하고자 마룻바닥을 깐 ‘은혜채플’을 세웠다.

또 이 은혜채플의 마룻바닥이 ‘너무 현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지금은 아예 초가집 형태의 ‘마룻바닥 영성 체험관’을 건축 중이다. 한국교회의 대표적 부흥사인 길선주·김익두·이성봉·박용묵·신현균 목사의 이름을 딴 부흥사 호텔도 여기에 들어서며, 11월 18일 개관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비즈니스 선교의 모델 ‘세대통합센터’

▲광주청사교회 세대통합센터에 들어선 사회적 기업. ⓒ광주청사교회

▲광주청사교회 세대통합센터에 들어선 사회적 기업. ⓒ광주청사교회

광주청사교회는 학교와 비즈니스 선교의 모델로 세대통합센터도 세웠다. 이 건물 2, 3층에는 샬롬유아스쿨과 샬롬스쿨이, 1층에는 카페와 식당, 그리고 각종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들이 들어서 있다. 이 교회가 낙후된 지역에 위치해 있다 보니 샬롬스쿨에서 졸업한 학생들 중 일부가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예배에 나오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백 목사가, “교회가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어 주겠다”고 결단하며 이 센터를 세웠다.

“한국교회가 해외 선교지에는 열심히 선교센터를 세우고 일자리를 만들어 주면서, 정작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해서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 교회는 일자리를 고민하는 청년들, 이중직을 고민하는 사역자들을 위해 비즈니스선교의 모델을 만들고자 세대통합센터를 세웠습니다.”

▲광주청사교회의 학교와 비즈니스 선교 모델인 세대통합센터. 이 건물 2, 3층에는 샬롬유아스쿨과 샬롬스쿨이, 1층에는 카페와 식당, 그리고 각종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들이 들어서 있다. ⓒ광주청사교회 제공

▲광주청사교회의 학교와 비즈니스 선교 모델인 세대통합센터. 이 건물 2, 3층에는 샬롬유아스쿨과 샬롬스쿨이, 1층에는 카페와 식당, 그리고 각종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들이 들어서 있다. ⓒ광주청사교회 제공

특이한 것은, 보통 교회들이 카페를 만들면 그 이름을 교회 이름이나 성경적 언어에서 따오는 것과 달리, 광주청사교회는 일반 프랜차이즈 커피 체인점을 유치했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청년들과 비기독교인들이 즐겨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백 목사의 판단이었고, 결과는 적중했다.

팬데믹 기간에 더 빛을 발한 ‘세대통합목회’

이 같은 광주청사교회의 ‘세대통합목회’는 위기의 때에 더 빛을 발했다. 광주청사교회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끝까지 예배를 드렸고, 정부에 의해 예배당이 폐쇄된 뒤에도 영적 동력을 잃지 않았다. 각 성도의 가정이 ‘신앙 전승의 장’으로서 강력히 훈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이 ‘세대통합목회’는 전국 각지에서 주목하고 있다. 광주청사교회 부설 뿌리깊은나무국제연구소는 지금껏 총 32차례에 걸쳐 ‘세대통합목회 콘퍼런스’를 개최했고, 많은 교회들이 이 모델을 도입해 성공적 결실을 거두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챗GPT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와 코로나 3년으로 인해 교회가 힘든 가운데 있지만, 교회마다 다음세대 교육과 부흥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뚜렷한 대안이 없는 실정입니다. 저는 세대통합목회에서 그 해답을 찾았고, 이를 나누고 싶습니다.”

백윤영 목사는 부흥회 강사 광신대학교 실천신학 교수, 마을기업 들래미 이사장, 기독문화선교회 강사 등으로 섬기며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저서로는 <세대통합이 살 길입니다>, <세대통합목회가 대안입니다>, <샬롬스쿨이 대안입니다>, <교회가 길을 찾다>, <마룻바닥영성이 대안입니다>(11월 중 출간 예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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