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법한 유명 연예인들이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사건들이 잇달아 터지면서, 마약 중독이 다시금 전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마약 중독자들의 예방과 치유, 회복에 대한 기독교계의 관심과 노력이 더욱 요구된다.
유명인들의 범죄나 윤리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그들의 유명세가 ‘모방 심리’를 부추기기 때문으로, 그 대표적인 사례가 소위 ‘베르테르 효과’다. 베르테르 효과는 1974년 미국 사회학자 데이빗 필립스가 처음 언급한 것으로 괴테의 소설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주인공 베르테르가 권총으로 자살하자 유럽에서 모방자살이 유행처럼 번져나간 현상을 지칭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유명 연예인이 자살하자, 평균 자살자가 이전에 비해 2.5배나 급증한 적이 있었다.
가뜩이나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마약 청정국 중 하나였던 우리나라에서, 최근 몇 년 사이 갑작스럽게 마약 관련 범죄들이 급증하며 마약에 대한 접근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는 위험 신호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던 터였다.
대검찰청 ‘2021 마약류 범죄백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1년 단속된 국내 마약범은 총 1만 6천여 명으로 지난 11년간 66% 늘었다고 한다. 마약은 특성상 드러나지 않은 중독자 수가 훨씬 많기에 정확한 측정은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전체 중독자 수가 최소 20만에서 최대 100만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이 20명을 넘어가면 통제가 필요한 국가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20여 년 전인 1999년 이를 넘겼고 2021년에는 인구 10만 명당 무려 32명에 달했다. 그야말로 객관적 지표로 봐도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닌 것이다.
마약 중독의 급격한 확산은 이제 실제 우리 주변과 일상에서 체감될 지경이 됐다. 강남의 학원가에서 마약 음료가 유포되는가 하면, 한 군소 정당의 대표가 대마를 흡연·소지한 혐의로 입건되고, 주말 대낮에 캠핑장에서 마약을 투약한 젊은이들이 난동을 부리는 사건도 있었다. 공항에서도 마약에 잇달아 적발되며 단속에 비상이 걸렸다. 마약 유통에 개입한 조직폭력배들과 10대 마약상이 검거되기도 했다. 정부 조사에서 ‘인터넷’을 통한 마약 거래가 2009년 2%에서 2021년 12%로 급증했다.
그나마 우리나라의 상황은 조금 나은 편이다. 미국의 경우 소위 ‘좀비 마약’이라 불리는 펜타닐에, 이를 넘어서는 신종 마약까지 확산되면서 마약과의 심각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1년 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1년 동안 약 7만 5천 명이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사망해, 18~49세 미국인 사망원인 중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러한 마약 중독은 수많은 사람들의 정신과 육체를 파괴하는 것을 넘어, 국가와 사회 전체를 붕괴시키는 흉악 범죄다. 또한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혼을 병들게 하고 악에 물들이는 악마의 도구다. 기독교계는 절대 이를 좌시하지 말고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먼저는 입법·사법·행정의 모든 지도자들에게 마약 문제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이를 발본색원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해야 한다. 마약이 심각한 문제인 것은 당연한 것인데 굳이 교회가 나서 강조할 필요가 있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정치인들은 ‘표’가 되지 않는 문제에는 무관심하고, 과도한 정쟁에 몰입하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야당의 한 의원이 국내 마약 실태에 대해 “5년 사이에 불과 5배 늘어난 수준”이라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할 수준은 아니”라고 말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기독교계가 더욱 적극 나서야 할 부분은 앞서 언급했듯 예방과 치유와 회복이다.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마약 중독자 3명 중 1명(32%)이 ‘혼자서’ 생활한다고 응답했고, 마약 중독자 중 대다수인 92%가 마약 끊기를 시도했는데 이를 위해 ‘혼자서 노력’(53%)한다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 1년 이상 마약 끊기에 성공한 이들은 절반 정도(5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고립된 이들이 마약 중독의 위험에 쉽게 노출되고, 또 그들 중 대부분이 중독 극복을 위해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지 않거나 못하는 상황이며, 결국은 대부분이 극복에 실패한다는 의미다.
중독 문제를 극복하는 데 있어서는 무엇보다 주변인들의 조력이 매우 중요하다. 교회는 소그룹과 상담 인력 등을 적극 활용해, 중독 문제 예방과 회복을 위해 도와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기독교인들 역시 언제든 이 같은 중독 문제에 노출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항상 주변을 잘 보살펴야 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중독자들을 정죄하고 비난하는 태도를 지양하고, 그들을 진정으로 구원하고자 하는 사랑의 마음을 중심에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독 문제 치유와 예방 전문가들도 적극 양성해야 한다. 영혼의 깊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복음에 있지만, 또한 기독교계는 전문적인 학문과 지식의 힘도 존중하며 그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리하여 복음에 기반한 예방과 치유와 상담 전문가들이 이 같은 일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기독교계가 힘써야 한다.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됐고, 따라서 하나님의 사랑과 말씀 안에 거할 때만이 진정한 충만과 자유와 행복을 얻는다. 이는 세상의 쾌락, 특히 마약과 같이 극단적이고 중독적인 쾌락은 절대 불가능하다. 부디 이 시대 많은 길 잃은 영혼들이 이를 깨달을 수 있도록 교회 지도자들이 노력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