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암투병한 남아공 女, 고신대복음병원 나눔의료로 ‘새 삶’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의료진 사비 털어 비용 부담… 학생들과 교회들도 뜻 모아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영대 실장, 오경승 병원장, 프라미스, 김구상 교수, 산드라. ⓒ고신대학교복음병원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영대 실장, 오경승 병원장, 프라미스, 김구상 교수, 산드라. ⓒ고신대학교복음병원

10년 넘게 유방에 자라난 거대종양으로 고생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젊은 여성이 고신대복음병원(병원장 오경승)에서 종양제거수술을 받고 새로운 삶을 얻었다. 그 주인공은 남아공 출신의 마시시 채피소(21세, Mashishi Tshepiso, 애칭 프라미스)다.

프라미스는 12살 때 혹(종양)이 가슴 쪽에 자라는 것을 진단받은 뒤 10년 가까이 마음고생을 했다. 그 종양은 처음에는 작았지만 나중에는 20cm 가까이 자라 괴롭혔다. 프라미스는 “12세에 왼쪽 가슴에 혹이 자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 당시 지역병원에 진료받으러 갔는데 큰 병원에서 가보라고 했고, 그 병원에서 수술을 권했다. 하지만 가족들의 미신적인 요소로 수술을 받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수술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녀에게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두드림(Do Dream)’으로 명명된 고신대병원 의료봉사팀이 지난 2023년 8월 14일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그레이스펠로우십교회에서 무료 진료를 실시했던 것이다.

그레이스펠로우십교회 목사는 프라미스에게 “한국 의사들이 이번에 들어오는데 진료를 받아 보라”고 권유했고, 유방외과 김구상 교수가 그에게 초음파를 검사한 결과 유방암으로 진단함에 따라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제는 치료 과정이었다.

의료봉사팀은 프라미스가 남아공에서 치료받는 게 어렵다고 인식했고, 고신대병원에 초청해 수술해 보자는 뜻을 모았다.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수가가 높은 외국인이 국내에서 수술받기에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오경승 병원장과 고신대병원 김영대 원목실장을 비롯한 두드림 의료봉사팀은 본인들의 사비를 털어 비용을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프라미스가 여권 발급 등 준비 과정을 거쳐 사촌 산드라(보호자)와 함께 10월 6일 한국에 입국해 고신대병원에 입원했다.

고신대병원 김영대 원목실장은 “의료봉사팀에 함께한 간호대 학생들이 프라미스와 같은 또래였다. 이들은 자신의 자매처럼 마음을 아파했다”면서 “프라미스를 한국에 데려와서 치료할 방법이 없을까 논의했다.

오경승 병원장의 결단에 이어 학생들이 장학금, 용돈 등을 기부했고, 남아공 조벅교회도 힘을 보탰으며, 본원 원목실의 섬김도 큰 힘이 됐다. 김구상 교수는 한국에 오면 본인이 수술을 감당하겠다고 했다. 그런 마음과 함께 고신 교단의 교회들도 기도에 동참하면서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프라미스는 10월 12일 고신대병원에서 김구상 교수의 종양 제거 수술과 박진형 교수(성형외과)의 유방 재건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집도한 김구상 교수는 “프라미스의 종양 크기가 컸지만, 최종 결과가 경계성 엽상종양(암)으로 나왔다. 다행스럽게도 CT, MRI, 뼈 검사 결과 전신 전이는 없지만, 재발하거나 전이될 확률이 없는 것은 아니기에 추적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라미스는 수술 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10년 동안 가슴과 마음에 짓눌렸던 응어리가 한꺼번에 달아나는 기분이다. 기적과 같은 일이 나에게 벌어졌다”면서 연신 오경승 병원장과 김구상 교수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프라미스는 고신대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같은 병실의 사람들, 한국인들의 친절에 감동했다. 한국 사람이 얼마나 친절한지 뼛속 깊이 느꼈다고 한다. 특히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한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은 본인의 모습을 보고 옆 병상의 환우들이 사비를 털어 빵과 우유와 도넛 등을 자주 사다 준 정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프라미스와 보호자 산드라는 10월 26일(목) 저녁 비행기로 남아공 케이프 타운 귀국길에 올랐다. 보호자로 함께한, 프라미스의 사촌 산드라는 “프라미스가 수술받고 너무 행복한 미소를 보여줘서 너무 감사하다. 동생의 변화된 몸과 마음을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한국과 고신대병원이 우리가족에게 기적을 선물했다”는 마음을 표했다.

오경승 병원장은 “병원의 매출이나 경영을 생각하면 출혈이 큰 일이다. 높은 수가에 높은 수술 비용을 청구해야 마땅한 상황임에도, 고신대병원의 정체성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제3세계의 어려운 이웃을 섬기는 병원으로서의 사명을 감당하는 병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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