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타운 서약’ 집필자가 말한 ‘로잔의 정신’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크리스토퍼 라이트 박사, 방한해 ‘순종하는 신앙’ 세미나

▲2010년 케이프타운 제3차 로잔대회에서 ‘케이프타운 서약’ 집필을 주도했던 크리스토퍼 라이트 박사가 6일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로잔의 정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2010년 케이프타운 제3차 로잔대회에서 ‘케이프타운 서약’ 집필을 주도했던 크리스토퍼 라이트 박사가 6일 온누리교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로잔의 정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복음 전파’는 로잔의 DNA, 거듭난 자는 사회적 책임 다해”

2010년 케이프타운 제3차 로잔대회에서 ‘케이프타운 서약’ 집필을 주도했던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 박사가 ‘로잔의 정신’에 대해 설명했다. 로잔의 DNA는 ‘복음 전파’이며 이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 복음으로 거듭난 자들은 주어진 삶(일터) 속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게 된다는 것이다.

라이트 박사는 2010년 아프리카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제3차 로잔대회에서 신학위원장을 역임했다. 198개국 4,200여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참여한 이 대회에서 발표된 케이프타운 서약은 향후 로잔의 방향에 청사진을 제시했다.

내년 9월 인천 송도에서 제4차 로잔대회를 준비 중인 한국로잔위원회가, 6일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목사)에서 라이트 박사를 초청해 ‘순종하는 신앙’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라이트 박사는 로잔운동의 역사와, 제3차 대회를 앞두고 가졌던 신학적 고민들과 지향점을 한국교회에 공유했다.

그는 “1974년 로잔대회를 앞두고 존 스토트, 랄프 윈터 등은 한 번도 복음을 들을 기회가 없던 이들(2천여 미전도 종족)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며 “동시에 각 나라의 이슈들을 접하며 사회적인 책임감을 갖고 세상에 나아가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1차 대회 이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은 ‘미전도 그룹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략적이고 효율적으로 전할 수 있을까’였다”며 “열방 가운데 복음을 전하는 것은 로잔운동의 핵심적인 DNA였고, 오늘날까지 이 정체성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82년, 복음과 사회적인 책임의 연결고리라는 중요한 신학적 문제를 논의했다. 복음은 직설적으로 사회적 책임은 없지만, 복음을 통해서 삶이 변화된다는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면 삶이 변화되고 사회적 책임도 다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 둘은 ‘결혼관계’와 같다”고 전했다.

그는 “1989년 2차 필리핀 마닐라 대회에서는 복음과 사회적 책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우선적으로 복음을 전하고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것, 사회적인 책임을 갖기 전에 먼저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라며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야지만 사회적 책임을 갖고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이 두 개의 우선순위를 그때 정했다”고 밝혔다.

제3차 대회 앞두고 간곡한 기도, 그리고 응답
하나님·이웃 사랑, 교리 아닌 사랑의 언어로

하지만 20세기의 마지막 지나며 라이트 박사는 “많은 분들의 생각처럼, 로잔운동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고 했다. 2004년 태국 파타야에서 열린 로잔포럼에 참여한 그는 “당시 ‘홀리스틱 미션(융합선교)’에 대한 모임이 있었고, 그것이 어떤 것일지 궁금했다. 교육과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뤘는데, 모든 것을 다뤘지만 복음을 다루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복음과 사회적 책임은 같이 가는 것인데, 하나라도 빠진 것은 융합선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로잔운동을 완전히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때, 더글라스 버드셀(당시 국제로잔위원회 의장)로부터 신학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제안을 받았다. 당시 로잔운동이 신학적 신뢰가 굉장히 떨어졌을 때 ‘해결 방법을 만들어 달라’는 제안도 덧붙였다”고 회상했다. 존 스토트의 격려와 하나님의 은혜 속에 3년간 신학적 논의를 거치며 나온 것이 케이프타운 서약이었다.

▲6일 온누리교회에서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가 강연을 전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6일 온누리교회에서 크리스토퍼 라이트(Christopher J. H. Wright)가 강연을 전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제3차 대회를 1년 앞두고 존 스토트를 만나러 가는 5시간의 길목에서 그는 하나님께 “복음주의 교회들 안에서 무엇이 가장 우선순위입니까”라고 질문했다. 그는 “‘그때 주신 응답은 ‘마음을 다하고 온 힘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라, 그리고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였다”며 “이것을 어떻게 딱딱한 교리가 아닌 사랑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사랑은 머릿속 논리가 아닌 행위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케이프타운 서약 1부의 ‘케이프타운의 신앙고백’ 첫 번째는 그래서 “하나님을 사랑하신 것은 그분이 우리를 먼저 사랑하셨기 때문”이라고 서술했다. 이어 ‘살아계신 하나님’, ‘성부 하나님’, ‘성자 하나님’, ‘성령 하나님’, ‘하나님의 말씀’, ‘하나님의 세상’, ‘하나님의 복음’, ‘하나님의 백성’,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사랑의 고백을 서약에 담아냈다.

“삶에서 복음 드러나지 않으면 무의미”

라이트 박사는 “당시 마음에 있던 것 또 한 가지는 ‘믿음의 순종’이었다”고 했다. 그는 “사도 바울은 ‘믿음이 없으면 순종도 못하고, 순종하지 않으면 믿음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케이프타운 서약을 통해 세상에 보이고 싶었던 것은 우리가 믿는 교리에 대한 ‘실천적 부분’이었다. 삶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강대상에서의 설교는 무의미하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복음이 우리 삶 가운데 가져오는 변화들을 사랑한다”며 “믿음으로 구원을 받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이 은혜를 하나님께 보답하기 위해, 또 우리의 믿음을 보여주기 위해 행동으로 이어가야 한다. 믿음에서 순종까지 이어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복음과 사회적 책임을 하나로 만든 것은 로잔운동이 잘한 점”이라며 “1, 2차 대회에 빠져 있던 ‘창조세계에 대한 돌봄’은 그래서 추가됐다. 하나님께서 사랑하신 것들을 우리도 같이 사랑하는 것, 이것은 우리에게 주신 가장 위대한 계명을 실천하는 것이고 진심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트 박사는 “서약 두 번째 파트(우리가 섬기는 세상을 위하여: 케이프타운 행동요청)에는 선교와 일터의 연결고리가 있다. 세속적 삶과 거룩한 삶은 구분돼선 안 되고, 나의 삶과 일상 속에서, 일터와 가정에서 어떻게 복음적인 삶을 살지 정리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교회의 역할은 ‘모든 사람들이 선교에 동참하도록 양육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어떤 직업을 갖든 육아를 하든 일상 속 평범한 일들에서 하나님의 부르심 속에 선교적 사명을 발견하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심으신 곳에서 세속화된 문화를 예수 그리스도의 나라로 변화시켜야 한다. 이는 계속해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주제”라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한 번도 복음을 듣지 못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략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을까’는 로잔운동의 핵심 DNA이고, 이 우선순위가 밀리면 안 된다”며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고 거듭난 사람들이 살아가야 할 삶에 대해서도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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