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곽노현 교육감 상대로 소송… ‘학교 자율성’ 명시한 상위법에 위배
학칙 제정권 보장한 초중등교육법에 상반돼
당시 무효소송, 내용 아닌 절차 하자로 패소
“선진국도 학교 생활규정 조례로 규율 안 해”
학생인권조례가 초중등교육법이 보장하는 학교의 자율성 및 학칙 제정권을 침해해 위법하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는 서울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던 2012년도 당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시교육감(당시 곽노현)을 상대로 소송전을 펼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학생인권조례 폐지론에 힘을 실고 있다.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박은희 공동상임대표에 따르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 등은 학교헌장과 학칙의 제정, 학교교육과정 운영방법 등 학교의 생활 규정을 학교장과 학교운영위원회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기본법(제5조 교육의 자주성)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존중할 것과 교직원·학생·학부모 등이 학교운영에 참여하도록 보장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
박 대표는 “단위학교의 교장과 학교운영위원회의 권한인 학교생활규정을 권한이 없는 교육감이나 광역시·도의회 의원들이 학생인권조례 등을 만들어 학칙 제정을 규제하는 것은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위법”이라고 지적했다.
2012년 1월 26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서울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하자, 이 장관은 대법원에 조례 무효확인소송을 냈다. 조례가 학교규칙을 일률적으로 규제해 초중등교육법 제9조 등이 보장하는 학교의 및 학교구성원의 학칙제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이 장관은 ‘집회의 자유에 관한 조항’ 등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 혹은 교사의 교육권을 약화시킨다는 것과 ‘성(性)적 지향’, ‘휴대폰 소지 자체를 금지할 수 없도록 한 조항’ 등에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에서 우려를 제기하고 교원들의 교육활동에 혼선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듬해 11월 소송을 각하했지만, 이는 주장의 적절성 보다 교육부가 ‘재의요구’ 시한을 넘겼다는 절차상의 하자 때문이었다.
박 대표는 “2012년 한국교육개발원의 ‘선진국(미·영·독·일)의 학생인권 보장과 제한에 대한 비교 연구’에 따르면, 영국은 학교장이 학교생활규정 제정 권한을 갖고, 독일도 교사·학부모·학생대표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가 학칙을 제정한다. 학교의 생활규정을 조례로 규율하는 곳은 없다고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초중등교육법 제23조(교육과정)는 ‘교육감은 국가교육위원회가 정한 교육과정의 범위에서 지역의 실정에 맞는 기준과 내용을 정할 수 있다’고 교육청 행정의 한계를 정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은 그러한 교육과정의 내용에서 벗어난 것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령 국가교육과정은 초중학생의 성관계를 권리라고 가르치지 않고, 16세 미만은 성인과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해도 ‘의제강간’으로 처벌하는 불법이다. 교육기본법 제17조의 2는 ‘학생의 존엄한 성(性)을 보호하며 학생에게 성에 대한 선량한 정서를 함양시켜야 한다’고 했지만 유치원부터 적용되는 충남학생인권조례는 성으로부터 보호하는 훈육활동을 편견이라며 인권침해로 규정해 학생들이 건전한 성의식을 갖도록 하는 의무를 오히려 불법시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을 구성한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 <인권 친화적 학교 문화 조성을 위한 지침서>는 성공회대학교 인권평화센터가 용역을 받았고, 연구진 진영종(영어과 교수)외 5명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1명은 인권평화센터 연구원, 1명은 NGO대학원 교수로 구성될 뿐 학교 현장에서 활동하는 교사는 한 명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라는 특수한 현장의 사명과 실태와 동떨어진 비교육적인 학생 인권 개념이 제시됐고,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에 반영되어 틀이 잡히고, 특정 정당의 주도하에 전국에 확산됐다”며 “학교의 자주성과 전문성은 박탈되고 법적 권한이 없는 교육감과 시·도의회 주도로 비교육적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