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협, ‘AI와 기독교윤리’ 주제로 월례회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임석순 목사, 이하 한복협) 11월 월례 조찬기도회 및 주제발표회가 10일 오전 서울 영동교회(담임 정현구 목사)에서 ‘AI와 기독교윤리’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앞선 1부 기도회에서는 최이우 목사(한복협 명예회장, 종교교회 원로, Ministry Mentoring Service 대표)가 ‘다시 근원으로!’(고전 2:1-5)를 제목으로 설교하고, 정현구 목사(한복협 중앙위원, 서울영동교회 담임)와 이윤희 목사(한복협 중앙위원, 한국군목회 이사장)가 각각 한국교회와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했다.
변화 촉구하는 사회, 기독교 본질로 가야
영원토록 언제나 동일하신 예수 그리스도
최이우 목사는 “고전 2장 1-5절은 사도 바울이 설교의 대전환을 선포하고 있다. 그는 약하고 두려워하고 심히 떨면서 두 가지 결심을 했다. 말과 지혜의 아름다운 것으로 하지 않았고, 오직 예수·십자가만 전했다”며 “예수 없는 복음과 구원은 없다”고 했다.
최 목사는 “살아남기 위해 지금까지 해 오던 구태의연한 방식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변화를 촉구하는 말이 우리 사회에 다시 회자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변화는 그야말로 절박하다”며 “챗GPT의 출현 이후 인공지능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미래의 고성능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시대의 가장 민감한 주제 ‘AI와 기독교윤리’를 논의한다”며 “종교개혁자들은 기독교가 변질돼 타락한 것은 본질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다시 근원으로 돌아가자고 외쳤다. 교회는 이런저런 이유로 판을 치고 있는 비본질적인 것에서, 본질로 돌아가는 운동이 다시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린도 전도에서 바울의 선언은 ‘새로운 전략’이 아니었다. 본질로의 회귀였다”며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시다. 어저께나 오늘이나 영원 무궁히 한결같은 주 예수께 찬양한다. 세상 지나고 변할지라도 영원하신 주 예수를 찬양한다”고 했다.
발표회에서는 곽혜원 교수(경기대학교 초빙교수, 21세기교회와신학포럼 대표), 김기석 교수(한동대학교 전산전자공학부)가 각각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이 합세한 위험 시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인공지능 로봇의 본질과 인식의 갭(Gap)에 대한 이해의 단서 - 『여김』에 대하여 – 기독교 윤리의 기준 설정하기’를 발제했다.
언택트 시대 도래, 사회 양극화 심화
신학적·윤리적 토대 절실히 요청돼
급변·고난, 유연히 대처할 수 있어야
공존·상생·연대·협력의 생명 공동체
인간 존엄 보호하는 성경 가르침을
곽혜원 교수는 “인류 역사는 세계적으로 대전쟁이나 대역병을 겪고 난 후, 모든 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났고 새로운 국제질서가 출현했다”며 “4차 산업혁명의 초연결 시대 속에서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인류 문명의 대전환을 논하던 2020년, 지구촌은 전대 미문의 COVID-19 팬데믹 블랙홀에 빠졌고, 이전의 세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뉴노멀’ 시대가 열리게 됐다. 팬데믹 이후의 급변하는 세계의 중심에는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의 산물 AI가 자리잡고 있음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곽 교수는 “챗GPT 시대의 AI의 확산과 업무 자동화로 인해 인간의 손을 더욱더 덜 필요로 하게 됐다. 또 다른 큰 변화는 사람 간의 접촉으로 인한 감염 우려 때문에 사람을 대면하지 않는 ‘언택트 사회’가 도래한 점이다. 인간이 기술과 더욱 긴밀한 관계를 맺는 디지털 초연결 사회가 도래하면서, 타인과 공감하는 사회적 능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사회부적응자, 낙오자, 사회불만자, 정신질환자들이 급증하는 한편으론 가상현실에서 세상을 도피하는 사람들도 무수히 많아질 것”이라며 “또 팬데믹은 종래 심각했던 사회적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 문제를 더욱 위중한 위기 국면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했다.
특히 곽 교수는 “기술 발전의 양면성에 지혜롭게 대처하기 위한 신학적·윤리적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인간은 가상현실에 존재하는 아바타가 결코 아닌 하나님의 형상이므로, 인간 본성을 찾아 갈고 닦는 일이 우선시된다. 경이로운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인문학적 성찰이 반드시 필요하고, 기술 발전은 공공선이 아닌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악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술 윤리가 절실히 요청된다”고 했다.
또 “특별히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기술과 신학의 경계에서 이를 융합하여 신학적·윤리적 토대를 견고히 구축할 인물이 절실히 요청된다. 많은 사람이 근시안적 안목에 사로잡혀 있는 상황 속에서 총체적 관점으로 전체 인류와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세심하게 살피는 거시적 혜안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중요한 관건은 기술이 이용하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유익할 수도 해로울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가치중립적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망각하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아울러 “급변하는 노동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전면적 교육개혁이 불가피하다”며 “이제 대학에서 배운 지식으로 평생 먹고살던 시대는 끝났기 때문에 새로운 역량을 업그레이드하면서 평생 배워야 하는 시대다. 자신에게 새로운 지식이 필요하다면, 학습하여 자신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학습 내용을 현실에 응용하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요청된다. 어떤 세상이 펼쳐져도 이에 잘 대처하고 적응할 수 있는 다음세대를 길러내야 한다. 신학대학은 신학 지식을 가르치는 곳에서 영적인 지도자를 양성하는 곳으로 변화하고 AI가 대신할 수 없는 영적·정신적 가치를 선도해가는 교육의 장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고난과 역경에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회복 탄력성이 문명 전환기의 중요 관건이다. 고난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능력, 고난 속에서도 의미를 찾아내고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긍정적 스토리텔링, 곧 회복 탄력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공존·상생, 연대·협력하는 생명 공동체의 회복이 인류의 생존과 안녕을 보장한다. 위기 상황 속에서 사회·경제적 공평 및 정의를 정착시키는 일은 특히 21세기 기독교에 명하시는 하나님의 명령일 뿐 아니라, 오늘날 글로벌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는 제반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핵심적 과제”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곽 교수는 “삶의 의지를 잃어버려 살아갈 길이 막막하고 스스로 구제할 여력이 없는 사회적 소외자들이 다시 소생하기 위해선 누군가로부터의 건짐과 구원의 경험을 해야 한다. 생명력을 잃어가는 사회구성원에게 삶과 죽음을 넘어선 생명의 복음을 전하는 것은 본래 그리스도인이 감당해야 할 책임적 과제”라며 “21세기 기독교는 고립되지 않고, AI를 위시하여 과학 기술의 발전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사회와 함께 호흡해 나가야 한다. 특히 인간 존엄성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고, 인간 존엄성에 대한 성경적 가르침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봇, 사람과 형체라도 전자기기일 뿐
본질과 사람들 인식 사이에는 갭 존재
생명체처럼 여기는 사람들도 배려해야
김기석 교수는 “2021년, 사람들은 한 정치인이 뒤집은 로봇개에 대하여 그것이 단지 로봇, 즉 전자기기일 뿐이라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표현이나 생각 속에서 다소 간의 정도차는 있을지라도 로봇개가 진짜 개인것처럼 여기는 것 같은 모습을 많이 관찰할 수 있었다”며 “스필버그 영화 A.I.에서는 사랑할 줄 하는 기능은 작동되지 않는 최첨단 휴머노이드 로봇을 로봇회사로 돌려보내는 일로 갈등하는 여성이 나온다. 이는 로봇에 대한 인간의 책무에 대한 논쟁으로 연결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정치인이 뒤집은 로봇개는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반도체 회로와 코딩, 그리고 그 명령을 자연스럽게 수항핼수 있는 4족 보행 전자 기기였다. 영화 A.I.에서 나오는 로봇도 사람의 형체와 비슷한 휴머노이드 로봇이지만 본질은 반도체 회로와 코딩된 명령어, 그리고 인간의 피부와 표정을 흉내내는 프로그램이 들어가 있을 뿐이다. 그것이 본질이다. 로봇을 만드는 엔지니어라면 로봇은 반도체 회로와 코딩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전자기기에 불과하다는 명확한 견해를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로봇은 어디까지나 반도체 회로일 뿐이고, 코딩으로 작동되는 전자기기라는 것이 본질이고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무관하게 사람들은 마치 그 존재도 우리와 똑같이 감정을 갖고 있는 존재라 여기고, 다른 말로 표현하면 착각하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냉정하게 그 본질을 직시하지 않고, 직시하지 못한다. 본질과 사람들의 인식 사이에 존재하는 갭이 존재한다”며 “정신을 똑바로 차릴 일이다. 본질은 그렇지 않은데 그렇다고 ‘여기는’ 것, ‘여김’이 문제”라고 했다.
김 교수는 “‘여기다’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속으로 그렇하다고 인정하거나 생각하다’는 뜻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그렇다라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단어 속에 존재하는 본질과 인식의 갭을 어떻게 인간들에게, 그리고 로봇과 함께 자라는 세대에게 인식시키고 구별해줄 수 있게 하느냐가 인공지능 시대에서의 신앙적 혼란을 줄일 수 있는 열쇠일 수 있다”며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에 인공지능과 관련된 여러 윤리적 기준을 설정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로봇에 대한 기독교 윤리의 첫 출발은 ‘로봇의 정체는 반도체 회로와 코딩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철저히 로봇은 인간을 해쳐서도 안 되고, 스스로의 결정으로 인간을 죽이는 무기는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지나치게 인간의 감정과 연대될 수 있는 상황으로 가능하면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며 “기독교 교회와 신앙공동체 안에는 신앙을 고백하는 로봇을 들여선 안 되며, 특히 판단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에게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한 로봇은 가능한 가까이 있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이에 더하여 또 한편의 윤리적 기준은 그렇게 여기는 사람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사도 바울은 ‘너희 자유함이 약한 자들에게 거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했다. 인공지능 로봇은 단지 반도체 회로이며 코딩일 뿐이다. 그래서 로봇을 인격으로 인정해 줄 필요가 없다. 그것이 사실이고 그것이 진실이다. 그러나 로봇을 살아 있는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마치 사도 바울이 믿음이 약한 사람에 대하여 배려하고 그것을 위하여 영원히 고기를 먹지 않을 수 있을 결단을 하는 것처럼, 우리가 인간의 삶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인공지능 로봇을 마치 생명체처럼 또는 같은 인간처럼 그리고 더 나아가서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 이것이 인공지능 시대의 윤리를 논할 때 또 하나의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로봇은 어디까지나 반도체 회로일 뿐이고 코딩일 뿐이며, 또한 미생물일 뿐이다. 이것이 기독교 윤리적 기준의 맨 왼쪽이라면, 인공지능 로봇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여기고 살아왔던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의 슬픔을 무시하지 말고 함께 슬픔을 나누는 것을 인공지능 시대에 생각할 수 있는 기독교 윤리의 맨 오른쪽 끝이라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