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 주민이 밀반입한 성경 읽고 일가족 27명 예수 영접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탈북민 김 선생, 한국 VOM 사역자와 인터뷰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탈북민 김 선생은 탈북하기 전, 북한에 성경을 밀반입하는 사역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탈북민 김 선생은 탈북하기 전, 북한에 성경을 밀반입하는 사역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서울에서 한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김 선생(보안상 이름은 공개하지 않음)이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 VOM) 사역자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나눴다.

중년의 탈북민 김 선생은 카페에 새로운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머뭇거리거나 이야기를 중단했다. 김 선생은 새로운 손님들 얼굴을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피며, 그들이 무슨 의도로 왔는지 파악하려고 애썼다.

북한 지하교인과 동역하며 복음을 전하는 한국VOM의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는 “김 선생은 자신의 이야기를 전할 때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북한에서 남파된 간첩들이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민을 찾아내고 추적해 그들의 이름을 북한 정부에 보고하면, 북한 당국이 아직 북한에 남아 있는 친척들을 처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선생은 처음에 자신의 아내마저도 간첩으로 의심했다면서 “북한에서는 아무도 다른 사람을 믿지 않는다. 생각을 극도로 조심해야 하고 말도 항상 신중하게 해야 한다. 제게도 아직 그런 버릇이 남아 있다. 어디를 가든지 긴장을 풀 수 없고 주변을 살피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커피 분쇄기 소음이 주변의 모든 소리들을 삼키자, 김 선생은 자신이 어떻게 지구상에서 기독교를 가장 극심하게 규제하는 나라에 성경을 밀반입하는 사람이 됐는지 점차 편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김 선생은 2004년 중국에 장기 출장을 갔을 때 기독교인이 됐다. 중국에 체류하는 동안 친구의 교회를 방문한 김 선생은 성경을 좋아하게 됐고, 성경에 담긴 ‘이상한’ 이야기들도 좋아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로부터 5개월 후, 세례도 받고 개인용 작은 성경책을 받고 믿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깨달았을 때, 김 선생은 북한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런데 김 선생이 북한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교인 한 사람이 대담한 요청을 했다. 북한으로 돌아가면 성경책 10권이 숨겨져 있는 화물을 수령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처음에 김 선생은 거절했다. 그렇지 않아도 자신의 작은 성경책을 북한으로 갖고 들어가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선생은 성경 몇 장이라도 갖고 있다가 국경 경비대에 발각되면 고문당하거나 살해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성경책이 담긴 화물을 배송받으면 악명 높은 강제수용소에 끌려간다는 점도 잘 알고 있었다”고 했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김 선생은, 자신의 생명을 이미 주님께 드렸기 때문에 자신의 삶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기억났다. 그래서 결과는 주님께 맡기고 그 화물을 받기로 결정했다.

당시 김 선생은 “이제 나는 하나님을 믿어. 하나님 안에서는 불가능한 것이 없어. 하나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든지 나는 할 수 있어. 그것이 내 눈에는 어려워 보여도, 하나님은 당신의 일이니까 해내실 거야”라고 생각했다.

김 선생이 북한으로 돌아가고 몇 개월이 지난 뒤 그 화물이 도착했다. 2005년 11월 어느 날 새벽 1시, 김 선생은 걸음걸음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인도하심을 구하며 압록강 강둑을 따라 어떤 배에 다가갔다.

세 개의 비닐 군용 가방을 받은 김 선생은, 그 가방을 등에 짊어지고 어둠 속에서 집으로 달려갔다. 비교적 안전한 집안으로 들어온 김 선생은 가방을 열어 봤다. 가방에는 여러 벌의 바지가 꽉 들어차 있었고 그 안에 작은 성경책 10권이 포장돼 있었다.

“너무 무섭고 떨렸어요. 성경책을 받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막상 가방을 열어 보니 ‘여기에서 이 성경을 어떻게 나눠 주지?’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김 선생은 하나님께서 그 성경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인도해 주실 때까지 그 위험한 책들을 숨겨 두기로 했다. 그러던 2006년 2월 어느 날, 길을 걷고 있던 김 선생은 한 남자가 휘파람으로 찬송가 <주 안에 있는 나에게>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현숙 폴리 대표는 “김 선생은 중국에 있을 때 그 찬송가를 배운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 남자가 사는 곳을 적어 놓았고, 그날 밤에 성경책 몇 권을 전해 주기로 했다”고 했다.

자정이 지난 뒤, 김 선생은 성경책 10권 가운데 8권을 바지 속에 다시 포장해 그 남자의 집 문 앞에 갖다 놓았다.

현숙 폴리 대표는 “김 선생은 추적당할 것이 두려워 아무 메모도 남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몇 개월 후 김 선생은 한국으로 탈북하려고 중국으로 돌아갔지만, 2006년 11월 체포돼 북한으로 송환됐다.

현숙 폴리 대표에 따르면, 김 선생은 교도소에서 믿음 때문에 체포된 친구 한 명을 만났다. 그리고 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신이 몇 개월 전에 성경을 줬던 사람이 그 친구의 삼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친구의 삼촌도 체포돼 같은 감옥에 있는 다른 감방에 수감돼 있었다.

김 선생의 친구는 삼촌이 그 성경책 8권을 친척들에게 줬고, 이를 계기로 친척들이 예수님을 영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27명의 온 가족이 밤중에 은밀하게 모여 예배드리고 성경을 읽고 토론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가족들이 부르는 찬송가 소리를 이웃 주민이 언뜻 듣고 당국에 신고했고, 보위부 요원들이 그 집을 급습해 27명 모두를 체포했다”고 했다.

김 선생은 “감옥에서 그 가족과 교류하지는 못했으나, 일부 가족이 감방에서 기도하는 목소리를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김 선생은 자기가 바로 그 친구의 삼촌 집 문 앞에 성경책 8권을 두고 온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 친구에게 절대 말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누군가에게 알리기에는 여전히 너무 위험했기 때문이다.

한 달 뒤, 김 선생의 친구와 그 친구의 삼촌을 비롯한 가족 27명 전원이 처벌을 받아 강제수용소로 보내졌다. 현숙 폴리 대표에 따르면, 김 선생은 7개월 후에 풀려났고 2014년에 한국으로 탈북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김 선생이 여전히 그 기독교인 가족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 선생은 아직도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어쨌든 자신이 그 가족에게 성경을 줬고, 그 성경 때문에 온 가족이 투옥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선생님은 그들에게 성경을 공급하신 분이 하나님이시라는 사실과, 하나님은 하나님의 이름을 위해 고난당하는 그 가족들과 항상 함께 하신다는 것을 알고 있다.

김 선생은 순교자의소리 사역자들에게 “저는 그 가족 27명이 하나님의 자녀이며, 하나님께서 어떻게든 그들을 기적적으로 풀어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현재 김 선생은 다양한 방법으로 교회를 섬기고, 일대일 제자훈련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 선생은 더 많은 북한 사람이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을 수 있도록 계속 기도하고 있다.

김 선생은 “제가 원하는 건 북한 주민들이 복음을 듣고 그 복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그것이 제 유일한 기도제목”이라고 말했다.

김 선생은 카페에서 한국 VOM 사역자들과 대화를 마치며, 중국에서 처음 예수님을 알게 됐을 때 받은, 손바닥 크기 만한 작은 성경책을 꺼내 보였다. 겉은 공책 같아 보였는데, 안에는 하나님 말씀이 작은 글씨체로 기록돼 있었다.

현숙 폴리 대표는 “김 선생은 그 성경을 아내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숨겼다. 김 선생이 ‘성경 밀수꾼’ 일을 하면서 두려움에 떨던 외로운 기독교인이었을 때, 그 성경책 덕분에 계속 살아갈 수 있었다. 믿음 때문에 투옥된 27명의 북한의 지하교인 가족과 북한에서 비밀리에 예수님을 따르는 수많은 다른 성도들처럼, 김 선생님도 계속 하나님 말씀을 의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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