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서평] 교회, 하늘 가족 공동체
교회답지 않아 다투는 우리
홍동우 | 지우 | 256쪽 | 14,000원
언젠가 한 청년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했던 친구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며 저를 찾아왔습니다. 중간에도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던 터라 어느 정도 갈등은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양상이 조금 달랐습니다. 지금까지 소극적이었던 친구가 자신에게 먼저 친구관계를 정리하자고 말했던 것이니까요.
무엇이 문제인지 함께 고민했습니다. 알고 보니 매사 적극적이고 리더십이 있던 이 청년이 관계의 주도권을 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갈등 상황에서도 자신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습니다. 가령 “왜 너는 너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니?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를 해!”라는 식이었습니다. 수동적이었던 이 청년의 친구는 오랫동안 참기만 하다 폭발해버린 것입니다.
저는 청년에게 말했습니다. “친구의 마음을 한번 읽어봐주는 것은 어떨까? 그동안 힘겨웠던 그의 마음을 한번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그러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자신이 익숙한 해결 방법이 아니라, 그 친구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보자고 조언했습니다.
이렇듯 갈등은 작은 것에서 시작하지만,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을 때 큰 문제가 됩니다. 더하여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신의 방식을 고집한다면 더 큰 생채기를 남길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입니다. 공감과 배려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너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어 우리의 이야기가 될 때 비로소 진정한 공감이 시작됩니다.
여러 사람들이 모인 교회에서 갈등이 없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그 갈등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문제의 핵심으로 뛰어들어가는 것입니다. 진정한 ‘교회다움’은 갈등과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귀 기울이며, 서로를 품어낼 때 서서히 교회는 하늘 가족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참 신기한 책이 나왔습니다. 교회의 갈등에 관한 책입니다. 다양한 교회 구성원들이 등장합니다. 가상 인물인 그들은 실제 우리가 만나는 형제요 자매들입니다. 김호준 형제, 박세직 집사, 현지우 권사는 그동안 우리가 경험했고 대화를 나누었던 친구이자, 선배이며, 후배입니다. 이들은 신앙의 여정 가운데 내적으로 때로는 외적으로 갈등을 경험한 이들입니다.
저자인 홍동우 목사는 그동안의 목회 경험과 신학적 성찰을 이야기로 풀어냅니다. 스스로를 이야기꾼이라 자처하는 그의 진면모가 이 책을 통해 드러납니다. 부드럽게 각자의 서사를 들려주다가, 날카롭게 성경의 이야기에서 핵심을 꿰뚫으려 합니다. 등장인물의 서사가 성경 인물의 이야기와 공명하며, 자연스럽게 오갑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차근차근 쌓아올린 이야기의 끝에 들려주는 저자의 고백입니다. 담담하게 내뱉는 독백은 이 책을 더욱 풍성하게 합니다. 우리 또한 이 책의 이야기에 사로잡혀, 우리 삶에 적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독자들조차 무장해제하게 만들어, 교회답지 않았던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오랫동안 교회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많은 문제들 앞에 좌절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와 어떤 관계여야 하는지, 실제적인 정리가 되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며 가슴이 뛰었습니다. 다시금 교회를 꿈꾸게 됩니다. 연약하지만 함께 세워나갈 수 있는 하늘나라 공동체를 말입니다.
더불어 이 책은 신학적 성찰과 과정 가운데 나온 결과물입니다. 성서학 입문서로도 좋습니다. 성경을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다채로운 관점을 볼 수 있습니다.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적는 것은 놀라운 능력입니다. 어려운 것을 깊게 이해해야 함과 동시에, 자신의 언어로 그것을 소화하여 쉽게 풀어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놀라운 이야기꾼입니다.
모중현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