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찬북뉴스 서평] 목회자의 상담,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
목회자, 기도하는 상담가
데이비드 폴리슨 | 김진선 역 | 토기장이 | 88쪽 | 8,000원
미국 마스터스 신학대학원에서 성경 상담학을 배울 때, 데이비드 폴리슨은 주요한 참고 도서 저자이자 상담학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립한 교사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그는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상담학을 가르친 교수이자 성경 상담학 창시자로 알려진 제이 아담스에 이어서 관련 학문을 더 정교하고 조직적으로 확립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히스 램버트는 <성경적 상담의 핵심 개념>이란 책에서 이에 관한 자세한 배경과 개선점을 분석했다(국제제자훈련원, 2015). 차이점이 분명 있지만, 큰 관점에서 보면 아담스나 폴리슨 모두 성경을 권위 있는 상담 도구로 사용하여 문제가 있는 내담자를 돕는다. 그리고 이는 일반 상담(정신, 심리 등)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신학교육을 마친 후 귀국해 보니, 한국은 이미 일반 상담이 교회 상담을 잠식한 상태였다. 성경은 오직 영적 영역 혹은 종교적 영역만 다룰 권위를 갖고, 나머지 모든 삶의 영역에서 일어난 문제는 세상이 높이 평가하고 인정하는 ‘마음 전문가’에게 가져갔다.
이런 현상은 비단 교회 밖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안타깝게도 일반 상담가들이 전문가로서 권위를 갖고 대중이 그 음성을 청종하는 형국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오늘날 목회자는 비전문가로서 상담할 권한이 지극히 제한되고 또 그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자도 찾기 힘들다(종교적인 문제를 제외하고).
성경 상담학이 시작된 초창기엔 일반 상담과 척을 지고 치열하게 싸웠다. 데이비드 폴리슨이 상담학을 개선할 때 보다 유연하고 부드러운 태도로 변했지만, 결과적으로 비슷한 성격을 가졌다. 성경 상담학은 일반 상담 이론이 제공할 수 없는 참된 변화의 동력을 제공한다고 믿는다.
그 근거는 무엇인가? <목회자, 기도하는 상담가>를 통해 데이비드 폴리슨이 대답한다. 이 책은 매우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1장 ‘상담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일반 상담과 성경 상담의 유사성을 논한다. 그리고 2장 ‘목회 상담의 독특성’에서 성경 상담이 가지고 있는 특징, 다시 말해 이점을 설명한다.
저자 폴리슨은 참으로 합리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다. 아담스는 심리 상담을 상담으로 보지 않고, 거짓으로 사람을 속이는 행위로 취급하며 맹렬한 비판을 쏟아부었을지도 모른다(지극히 개인적인 상상이다). 하지만 폴리슨은 심리 치료적 개념으로서 상담을 무조건 비판하지는 않는다. 그 또한 사람을 문제로부터 구원하려는 사랑의 섬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목회자가 하는 상담은 일반 상담과 확연히 다르다고 분명히 말한다. 목회자는 소수 환자를 돌보는 상담가가 아니라, 모든 성도를 돌아볼 책임이 주어진 상담가이다. 또 목회자는 일반 상담이 무시하는 하나님의 존재와 그분의 뜻, 사랑을 철저히 부정하면서 상담할 수 없다.
일반 상담은 윤리적 지시나 도덕적 권면을 철저히 배제하고 내담자가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돕기만 해야 하는데, 목회자는 그렇게 외부인처럼 관망하는 태도로 상담에 임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목회자는 자신 또한 상담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겸손히 인정하며 기묘자와 모사이신(원더풀 카운셀러) 하나님께 철저히 의존해야 한다. 이것이 폴리슨이 재정립한 목회자 관점의 상담이다.
그러면 목회자는 어떻게 영혼을 돌봐야 하는가? 일반 상담가는 자신이 터득한 상담 이론과 그 배후에 있는 사상에 권위를 둔다. 여러 실험이나 통계를 이용하여 나름대로 과학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목회자는 자신의 지혜를 맹신할 수 없다. 오히려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은 목회자의 설득력이나 말주변이 아니라 오직 성령 하나님에게서 온다. 성령님은 상담가에게 필요한 지혜와 능력을 말씀을 통해 주신다.
말씀을 바르게 알고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지혜를 얻어 내담자의 상황에 맞도록 설명해 줄 때, 성령께서는 들음을 통한 믿음을 굳건하게 세우시고 그의 삶을 변화시키신다.
목회자는 또한 지속적으로 성도를 살피고, 중요한 삶의 이벤트 중 상담 기회를 얻는다. 연약하거나 강한 성도, 부유하거나 가난한 성도 모두 목회자의 상담으로 돌봄을 받을 수 있고, 관계가 잘 형성되어 서로 잘 아는 내담자로부터 이미 신뢰를 얻은 상태에서 상담을 시작할 수 있다. 목회자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가 지체를 돌보고 기도할 수 있으며, 말뿐이 아닌 삶으로 내담자를 만날 수 있다.
목회자는 살아있고 능력 있는 상담 메시지, 하나님 말씀을 가진 자다. 또 목회자는 자신을 비롯하여 내담자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여 아들의 형상을 닮기까지 신실하게 삶을 빚어가신다고 약속하신 분을 신뢰하여 상담을 진행한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 말씀으로, 하나님의 사람을 온전하게 하는데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신 목적인 선한 일을 열심히 행하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데 성경은 충분한 능력을 제공한다(딤후 3:16-17). 이를 믿는다면 폴리슨이 말하는 상담의 직무를 다하도록 하자.
하나님은 우리를 서로 권하는 자로 세우셨다. 특히 하나님은 목회자에게 당신의 양을 맡기셨다. 그분은 능력과 지혜를 주지 않으시고 일을 맡기지 않으신다.
그러니 목회자여, 기도하자. 우리의 상담가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가 상담할 때 필요한 모든 것을 내려주신다는 믿음을 가지고, 성경 상담이 배척받는 이 시대에 성실하게 그분이 보내주신 자들을 구원하게 해 달라고.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