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자는 왜 쉽게 바리새인이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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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서평] 복음주의 바리새인

복음주의 바리새인
마이클 리브스 | 송동민 역 | 복있는사람 | 168쪽 | 11,000원

<복음의 사람들: Gospel People>로 복음주의가 무엇인지 명쾌한 정의를 내린 마이클 리브스가 이번엔 <복음주의 바리새인: Evangelical Pharisees>이라는 책으로 복음주의가 쉽게 빠질 수 있는 율법주의 문제를 제대로 다뤘다.

어떻게 성경의 권위를 철저히 인정하고 본문이 말하는 것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며, 말씀대로 살기 위해 힘써 노력하는 이들이 잘못될 수 있을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저자 리브스는 말한다.

예수님이 가장 무섭게 책망하신 이들도 그랬다. 영생을 얻고자 늘 성경을 상고했지만 영생의 주는 멀리했고, 율법을 사랑하여 그 구체적인 해석까지 철두철미하게 지키려 했으나, 어느새 유전과 전통이 성경의 본래 의미보다 중요해졌다. 사람을 살리는 종교가 아니라 옭아매고 결국 죽이는 종교로 변질됐다.

가장 심각한 폐해는 ‘교만’의 문제다. 방탕한 아들은 바닥을 쳤을 때 회심하여 아버지께 겸손히 돌아왔지만, 당당한 아들은 아버지 곁에서 아버지를 미워하며 절대 자신을 낮추려 하지 않았다. 바리새인이 아니라 세리가 의롭다 하심을 받은 것처럼, 하나님은 자기를 낮추는 자를 높이시고 높이는 자를 낮추신다. 복음주의자들은 안타깝게도 자주 스스로를 높이는 경향이 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저자 마이클 리브스는 교회사에 탁월한 조직신학 박사이다. 런던 랭햄 플레이스에 있는 올소울스 교회 목회자이자 영국 유니언 신학교 총장이며, 전통 교리를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설명해 내는 데 탁월하다. 미국 복음주의 계열 교회나 목회자와 활발히 교류하고 있으며, 복음주의 안에서 중요한 강연회나 컨퍼런스 강사로 자주 초대받기도 한다.

리브스는 “오늘날 교회에 가장 시급히 필요한 것”이 바로 “복음을 진실하게 붙드는 삶”(gospel integrity)라고 말한다(11쪽). 복음을 바르게 아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되고, 바른 복음의 지혜와 능력으로 충실하게 살아가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바리새주의는 복음의 본질보다 형식에 관심을 두게 만들고, 결국 노골적인 배교에 미치게 한다(12쪽). 주께서 주의하라고 하신 ‘누룩’이 오늘날 복음주의 안에 퍼지고 있다.

▲제임스 티소(James Tissot, 1836&ndash;1902)의 &lsquo;화 있도다,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여(Woe unto You, Scribes and Pharisees, 1886-1894).

▲제임스 티소(James Tissot, 1836–1902)의 ‘화 있도다,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여(Woe unto You, Scribes and Pharisees, 1886-1894).

마이클 리브스는 <복음주의 바리새인>을 통해 예수님이 지적하신 바리새인의 실수 세 가지를 이렇게 정리한다: ①그릇된 성경관 ②왜곡된 구원관 ③거듭남을 경시하는 태도. 저자는 이를 풀어서 ‘성경 안에 있는 성부 하나님의 계시, 복음 안에 있는 성자 하나님의 구속, 우리 마음을 거듭나게 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사역’으로 정리했다(21쪽).

저자는 특별히 복음의 삼위일체적 성격과 복음의 핵심 요소인 계시, 구속, 거듭남을 강조하는데, 이는 <복음의 사람들>에서 복음주의가 믿고 있는 핵심 교리로 설명된 바 있다. 이어서 리브스는 ‘바리새인들과 계시, 바리새인들과 구속, 바리새인들과 거듭남’이라는 제목으로 내용을 정리해 설명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바리새인들과 하나님’을 통해 결국 율법주의 문제는 우리가 어떤 하나님을 알고 믿고 따르는가의 문제임을 확실히 보여준다.

복음주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복음주의가 비판받는 것은 달가운 일이 아니다. 자유주의가 기독교를 훨씬 병들게 하고 있지 않은가? 성경의 권위 자체를 부정하고 자유롭게 하나님을 정의하는 이들보다는 그래도 말씀의 권위를 인정하고 철저히 순종하려고 애쓰는 자들이 더 낫지 않은가?

하지만 겸손히 자신을 돌아볼 겸손하고 온유한 마음을 품고 저자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 보라. 어쩌면 당신은 성경의 권위를 인정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성경에 관한 자신 혹은 누군가의 해석에 신적 권위를 부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는 성경이 가리키는 분이 아니라 성경책 자체를 신으로 모시고 있을 수도 있다.

구원은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으로 아무도 자신을 자랑할 수 없다는 교리에 동의하면서 사실은 자신의 열심과 충성심을 은근히 뽐내고 있지는 않은가? 영적으로 죽은 자를 살리시는 성령의 능력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자기 삶을 개선할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지는 않은가?

당신이 점점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 하나님처럼 선하고 의롭고 사랑과 자비가 풍성한 사람으로 변하고 있는가? 아니면 지나치게 행위에 집착하면서 자기가 믿는 바를 남을 깔아뭉개면서까지 우기고 있는가?

언젠가 ‘이단’은 ‘끝이 다르다’라는 의미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예수님이 만나셨던 바리새인은 당시 많은 백성에게 존경받는 성경 교사였고, 모범적인 종교인이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한 ‘복음을 진실하게 붙드는 삶’에서 멀어졌을 때, 그 끝이 다른 것으로 예수님의 가장 큰 경고와 책망을 받는 이단이 되었다.

마이클 리브스의 <복음주의 바리새인>은 그런 면에서 성경을 사랑하고 그 권위 앞에 무릎 꿇는 자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붙들고 있는 복음이 성경이 말하는 참 복음인지, 삼위일체 하나님이 하신 복음의 놀라운 요소들을 진실로 붙들고 살아가고 있는지 자신을 점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바리새인 중 바리새인이었던 사울을 그리스도를 위해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기는 바울로 바꿔주신 것처럼,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가 참 복음의 은혜와 능력을 베푸시는 그리스도를 순수하게 붙들게 되기를 기도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유평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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