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서 ‘개종 혐의’ 첫 유죄 판결받은 목사 “선례 우려”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단지 전도지 건넸을 뿐인데…

▲네팔의 케샤브 라즈 아차랴 목사.  ⓒ모닝스타뉴스 보도화면 캡쳐

▲네팔의 케샤브 라즈 아차랴 목사. ⓒ모닝스타뉴스 보도화면 캡쳐

개종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을 기다리는 케샤브 라지 아차랴(Keshab Raj Acharya·35) 목사가 “이번 사건이 네팔 당국이 다른 기독교인들을 투옥하는 선례가 될까 우려한다”고 전했다.

아차랴 목사는 최근 모닝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찰과 사법부가 증거 없이도 전향 또는 강제 개종혐의로 감옥에 보내는 사례로 내 사건을 인용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아차랴 목사는 “누군가 자발적으로 예수 그리스도께 헌신하는 경우에도, 경찰과 법원은 그리스도와 그분의 구원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 사람을 유죄로 판결할 것이다. 경찰과 사법부는 ‘강제 개종’과 ‘자발적 개종’의 경계를 어디에 그을 것인가?”라고 물었다.

7월 13일 네팔 고등법원은 아차랴 목사의 형량을 징역 2년, 벌금 167달러(약 22만 원)에서 징역 1년, 벌금 75달러(약 10만 원)로 감형했다. 그는 10월 6일 대법원에 항소를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아차랴 목사는 “대법원은 첫 번째 심리에서 우리가 제출한 문서를 살펴보지도 않은 채 사건을 노골적으로 기각시켰다”며 항소 의지를 밝혔다.

그는 “증인들은 내가 그들에게 개종을 요청하지도 않았고 단지 전도지를 줬을 뿐이라고 증언했다. 그들은 그것을 읽고 버렸다”며 “난 내가 행하지도 않은 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불필요하게 표적이 돼 괴롭힘을 당하고 감옥에 갇혔다”고 주장했다.

2018년 8월 네팔에서 반개종법이 발효된 이래, 이로 인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그는 2021년 11월 30일 선고를 받았다. 포카라에서 ‘풍요로운 추수교회’를 이끌고 있는 아차랴 목사는 그의 오랜 부재로 아들들(5세, 4세)을 돌볼 수 없게 된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아차랴 목사는 “아이들이 나와 매우 가깝게 지낸다. 내가 사역을 하러 가서 며칠이나 일주일 동안 만나지 못하는 데에는 익숙하다. 그러나 1년은 긴 시간”이라며 “전도 여행 중에는 매일 자녀들과 화상 통화를 했으나, 감옥에서는 그럴 수 없다. 오전 10시쯤에만 가족에게 전화를 걸 수 있으나, 아이들은 그 시간에 학교에 갈 것”이라고 했다.

그와 아내가 이끄는 교회에는 250명의 성도들이 있으며, 그는 매일 성도들의 집을 방문해 기도와 성경공부를 하며 사역해 왔다.

그는 “처음에는 매우 충격을 받았고 매우 슬펐지만, 마음을 정하고 내가 체포될 때까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며 “판결은 선고됐으나, 법원 명령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네팔은 축제 기간인데, 다행히 아직까지 난 체포되지 않은 상태다. 이것은 기회이자 하나님의 섭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케샤브 라지 아차랴 목사와 아내 유주 아차랴 사모. ⓒ모닝스타뉴스

▲케샤브 라지 아차랴 목사와 아내 유주 아차랴 사모. ⓒ모닝스타뉴스

그의 부재 중에는 아내 유누 아차랴(Junu Acharya)가 예배를 인도할 계획이다. 그녀는 “갑자기 경찰이 찾아와 남편을 감옥에 데려갈 수도 있다”며 “그날이 오면 기도하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자녀들은 물론이고 교회도 돌보고 부양해야 한다”고 했다.

네팔국교회연합(NCFN)의 한옥 타망 회장은 모닝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독교인을 향한 적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현재 개종 혐의로 수감 중인 목회자나 지도자, 기독교인은 없지만, 반기독교 정서와 적개심이 점차 커지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타망 회장은 “여러 목회자와 가족들, 지도자들이 수 년 동안 신앙 때문에 투옥됐다”며 “주님께서 그들의 기도와 눈물, 그리고 그들이 감옥에서 보낸 시간을 기억하셨다. 또 주님께서 그들의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통해 오늘날 매일 많은 귀한 영혼들이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도록 네팔을 영화롭게 하시고 축복해 오셨다. 네팔의 재판관들 앞에 서서 우리 주님의 크신 이름을 증거한 믿음의 영웅들 한 분 한 분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네팔 기독교 지도자들은 2018년 발효된 네팔 헌법과 형법이 종교나 신앙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다른 사람을 개종시키려는 노력을 범죄화함으로써, 종교 공동체가 신앙의 교리를 공유할 권리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네팔 헌법 제26조 제1항은 종교 또는 신앙의 자유를 보호하고 자신의 종교를 고백하고 실천하며 보호할 권리를 포함하고 있지만, 제26조 제3항은 공중 보건, 품위, 도덕에 반하거나 공공의 평화를 침해할 수 있는 행위, 또는 다른 사람을 한 종교에서 다른 종교로 개종시키는 행위, 또는 다른 사람의 종교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행위나, 그렇게 하도록 유발하는 행위는 법에 따라 처벌 받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네팔의 기독교 공동체는 헌법의 개종 금지법이 쉽게 오용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여러 사례에 직면해 있다. 또 2018년부터 소수종교, 특히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한 공격 건수도 크게 증가했다. 여기에는 교회에 대한 폭탄 테러와 방화 공격, 기독교인에 대한 신체적 공격, 전도와 개종을 주장하는 거짓 비난, 기독교인에 대한 거짓 선전 등이 포함된다.

종교 자유 지지단체인 자유수호연맹(Alliance Defending Freedom)은 성명을 통해 “네팔은 개종을 범죄화함으로써 헌법뿐 아니라 여러 국제 조약에 의해 보장된 종교 또는 신앙의 기본적인 자유를 침해했다. 또 이러한 모호하게 정의된 법률은 종종 소수자를 괴롭히는 데 남용된다”고 했다.

이어 “인도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에 대해 매우 명확하게 적시하고 있는 반면, 네팔 헌법은 종교 개종 시도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동시에 네팔은 종교와 표현의 자유를 명시적으로 보호하는 국제 조약인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에 서명한 국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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