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계에서 주요 악법들로 예의주시하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안, 비혼출산 합법화 법안, 낙태 합법화 법안 등을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악법 발의자 종합 순위’가 공개됐다. 자평 법정책연구소는 16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프레스클럽에서 제21대 국회 악법 발의자 순위 발표회를 열었다. 그 결과 종합 순위 최고점자는 권인숙 의원(민주당)이었으며, 강민정(민주당), 이수진(민주당), 윤미향(무소속), 장혜영(정의당) 의원 등이 최상위에 랭크됐다.
사실 이 같은 결과는 그 명단에 포함된 당사자들에게도 부끄러운 일이지만, 기독교계 전체에도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다. 왜 그러한가. 이 사회 지도층들, 특히 국회의원들의 상당수가 기독교인들인데, 그들이 진정 거듭난 기독교인으로서 성경적 가치관에 근거해 입법 활동을 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2020년 제21대 총선 직후 발표한 바에 따르면, 자신이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이들은 125명으로, 전체 300명 중 41%가 넘는다. 20대 국회에는 설문 결과 34%인 102명이 기독교인으로 파악된 바 있다. 17대 국회 118명(39%), 18대 국회 119명(40%), 19대 국회 111명(37%)에 비해서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번 ‘악법 발의자 종합 순위’에서도 상위 10명 중 무려 4명이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천주교인까지 포함하면 과반이다. 왜 이 지경이 됐는가. 기독교인 정치인들뿐 아니라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자신의 종교(신념)보다는 사리사략·당리당략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능력으로, 정책으로, 실제적 성과로 자신의 종교(신념)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점점 더 같은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지지하기보다, 실제 자신에게 유익이 될 만한 정치인을 지지하는 성향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독 정치인들이 달라져야 한다. 국민들이 선거철에만 시장을 찾고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정치인들을 좋아하지 않듯, 기독교인들도 선거철에만 교회를 찾고 기독교인 코스프레를 하는 기독 정치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행실과 정책과 성과에서 자신의 신앙과 신념을 입증해야 한다. 기독 정치인이라면 당리당략이 기독교 가치관과 배치된다면 단호히 그에 맞서야 하고, 그 누구보다 정의롭고 청렴결백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실제 직무에서는 신앙적 가치를 전혀 반영하지 않으면서, 그저 기독교인들 모임에 몇 번 참석해 신앙적인 발언을 하는 것만으로 기독 정치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또한 공식석상에서 과도한 신앙적 표현으로 타종교인들에게 부담을 주지는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그러자면 기독교인들 또한 달라져야 한다.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만으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 정치에 대한 요즘 사람들의 인식을 표현하자면 ‘기피’와 ‘혐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더 나아가 ‘무관심’을 낳고 있고, 결과적으로 정치를 더욱 타락시키고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것은 올바른 길이 아니다.
더욱이 크리스천은 사회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능동적으로 참여해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야 한다. 하나님께서도 이 세상이 죄 많다 하여 버리지 않으시고, 친히 개입하셔서 독생자를 보내어 구원을 완성하셨다. 개혁신앙의 정신과 역사적으로 훌륭한 기독교 지도자들도 모두 정치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크리스천들도 정치가 타락했다고 하여 그 영역을 버려만 둘 것이 아니라, 더욱 적극적으로 권리를 행사해 개선에 힘을 보태야 한다.
기독교적 정치를 하는 기독 정치인이 있다면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고, 그 반대의 정치인이 있다면 제재해야 한다. 기독교인이 아무리 다수라 하더라도, 투표와 행동으로 나타내 보이지 않는다면 큰 의미가 없다. 정치인들은 소수라 하더라도 더 적극적으로 표심을 행사하는 이들을 더 의식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특정 후보를 지지할 때 ‘종교’도 물론 중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나 “교회에 다니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참된 신앙인인가”, “성경적 가치관에 입각한 정치를 하느냐”이다. 교회에 다닌다고만 해서 아무 검증 없이 지지표를 던진다면, 이는 국가에도 교회에도 좋지 않은 행위다. 앞서 언급했듯, 국회의원 중 무려 절반 가까이가 기독교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개혁과 기독교적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기독 정치인에 대한 혐오 내지 무관심은, 기독교 전체에 매우 해롭다. 이 세상의 모든 영역은 기독교 가치관으로 세워져야 하고, 정치는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영역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기독교 가치관에 입각한 바른 정치를 할 수 있다면, 하나님 나라 건설에 지대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기독 정치인은 능력, 즉 정치적 역량도 뒷받침돼야 한다. 기독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이 과연 지역과 국가를 경영할 만한 경험과 식견과 노련함을 갖추고 있는지, 검증하고 확인해야 한다.
교계 지도자들은 기독 정치인들이 성경적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또한 교인들이 그러한 정치인들을 발굴하고 지지해 줄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에 힘써야 한다. 소금이 짠 맛을 내지 못해 버려지고 밟히는 비극이 없도록 해야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온 사회의 혼란상이 가중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기독교인들 전체가 올바른 정치 의식을 갖고 행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나라를 바로세우고 및 사회 모든 영역을 개혁·발전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