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기간 음주 회식 즐긴 목사 징계가 ‘부당’?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중앙노동위, ‘종교의 자유’ 침해와 ‘정교분리’ 위반 논란

징계사유 타당성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부당징계’ 판정
확정되면 전체 교회들의 인사권과 치리권 붕괴 우려돼
목사도 ‘근로자’니 ‘교회법’ 아닌 ‘근로기준법’대로 하라?

정부 기관이 개교회의 인사 및 치리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사건이 벌어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같은 판정이 자칫 하나의 선례가 될 경우, 헌법상 정교분리의 원칙이 무너질 뿐 아니라 수많은 교회들의 인사권과 치리권이 무너져 분란과 갈등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

대한민국 고용노동부의 소속 기관인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최근 P교회의 부당정직, 부당감봉 및 부당퇴거통보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서, 해당 피징계 목사·전도사들을 ‘근로자’로 판단해, 일부 징계처분 등이 부당징계에 해당된다며 이를 취소하고 해당 기간에 정상적으로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P교회는 최근 당회장 선출에 여러 차례 실패하는 등 내홍을 겪음에 따라 임시당회에서 현 대리회장을 선출해 교회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이 교회 일부 목사와 전도사들은 교회의 인사권에 반발하고, 대리회장의 선출과 권한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불복했다. 그 과정에서 몇몇은 대리회장의 요청이나 지시에 불응해 징계를 당했었다.

특히 더 큰 문제는 일부 목사들이 음주 회식을, 그것도 사순절 기간 중에 하다가 교인들에게 목격됐다는 것이다. 이에 P교회 측은 조사를 거친 끝에 해당 목사들에게 역시 징계 조치를 내렸었다.

그러자 피징계 당사자들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가 전부 기각당하자 중노위에 재심청구를 했고, 이에 중노위 측에서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이 같은 재심판정을 내린 것이다.

중노위의 이번 판정의 문제점은 첫째로 이 사건의 피징계 당사자들인 목사 및 전도사들에 대해 “교회에서 채용계약서를 작성하고 매월 일정한 급여를 수령하고, 교회의 지시에 의해 업무를 보았다면” 이들을 “근로기준법상의 보호를 받는 근로자”로 보고 이들에 대한 징계나 해고 또한 “근로기준법에 준하여 처리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다.

재심판정서를 보면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지” 등을 고려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기독교와 교회 업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중노위원들이 ‘일반 기업’에서 적용되는 근로기준법을 토대로 해당 사안을 판단한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판정서에서 “이 사건 사용자(P교회)로부터 당해 연도의 기관 및 교구 배치를 받아 담당 기관 및 교구에서 예배 준비, 설교, 기도회 인도, 성경공부 진행 등의 담당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파악되므로, 이 사건 목사들의 업무 내용을 이 사건 사용자가 정하였다고 판단된다”고 한 점이다.

대부분의 교회들은 일주일간 주일예배, 새벽예배, 수요예배 등 공식 예배 일정이 있다. 그 예배에서 교역자들이 설교 및 성경공부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당연한 직무다. 하지만 교역자들이 해당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어떤 내용으로 설교를 할지, 무엇을 가르칠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각자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수행하는 것이지, 교회(담임목사)가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더욱이 해당 교회는 업무 시간에도 출근 시간(오전 8시)에 경건예배만 드리고 나면 이후 교역자들의 일과는 공적 예배 외에는 전적으로 각자의 자율에 맡겼고, 퇴근에 대한 관리도 전혀 없었던 등 타 교회들보다 자율성이 훨씬 더 보장돼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노위는 “이 사건 교회의 정해진 예배 일정에 따라 예배에 의무적으로 참석하여야 했고, 예배의 진행 또한 교회의 전통적인 예법에 따라 시행되었음이 확인된다. … 또한 본인의 업무를 타인에게 대체하여 수행하도록 하는 것도 불가능하였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또한 황당한 것은 중노위가 해당 징계 사안들에 대해 대부분 그 타당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노위는 해당 교회의 정관에 따라 적법하게 대리회장을 선출한 것으로 인정했고, 대리회장의 예배 출입을 강제로 가로막은 것과 교구 및 기관 배치 인사안을 거부한 것을 징계사유로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노위는 문제는 이들의 사순절 음주 사건에 대한 징계는 부당하다고 판정했다. 그 근거는 “타 교직원의 음주행위에 대하여 별도 징계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점” “식사 과정에서 수반되는 음주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업무 수행 중에 일어난 일이 아닌 점” “교회의 정관 및 인사세칙에 징계 양정(징계의 양과 종류를 정하는 것) 기준에 관련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어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성직자들은 종교적 가르침과 교리를 실천하며 신도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기에, 종교적 교리나 규율 위반도 심각한 징계 대상이 된다. 불교가 승려의 육식, 가톨릭이 신부와 수녀의 결혼을 금하는 것 등이 그러한 예다. 기독교에서도 대부분의 교회 및 교단이 목사나 전도사들의 음주와 흡연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심지어 일반 교인들에게도 그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교회들도 적지 않다. 더군다나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하는 사순절 기간에 목사들이 노회 후 회식하며 술을 마신 행위에 대해서도 징계하지 못하게 한다면, 이는 심각한 종교의 자유 침해이자 정교분리 위반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들 피징계 당사자들의 징계 사유는 교회를 대표하는 담임목사의 권위에 도전하고, 교회가 당회에서 결의한 내용과 다른 별도의 조직을 운영한 것으로, 이는 교회의 질서와 권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만약 중노위의 결정이 최종 확정된다면, 교역자들이 당회가 결정한 인사안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이에 불복하고 별도로 본인들이 원하는 기관이나 교구에서 활동을 한다 해도 교회가 이를 징계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심지어 사순절 기간에 목사들이 단체로 회식을 하며 음주가무를 즐겨도 징계가 불가능해진다.

중노위는 또 P교회에 대해 “양정이 과도하다”는 점을 수 차례 지적했다. 그러나 음주 사건의 경우에는 감봉 3개월의 처분을 내린 바가 있는데, 여기서 감봉 액수는 약 4-5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정도의 사안에 대해 중노위는 도대체 어느 정도 수준의 징계가 적당하다고 보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 밖에도 이번 판정에 따르면, 교회가 부교역자를 임명하고 여러 사유로 인해 징계 및 해임을 하려 할 때 근로기준법에 준해 처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교회와 기독교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부교역자(부목사, 전도사)들은 1년직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부교역자들이 특정 교회에서 사역하면서 본인들의 필요에 의해 사임하고 타 교회로 옮겨 가거나 개척하기도 하지만, 교회 입장에서도 부교역자들을 목회 방침에 따라 수시로 채용하거나 해임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러나 만약 이번 중노위의 결정대로라면 교회는 부교역자 채용에 있어서 엄청난 부담을 갖게 된다. 부교역자의 일탈이나 비위에 대해 제대로 징계권을 행사할 수도 없고, 해임은 더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한편 P교회는 중노위 결정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져,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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