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국 탈출 성도들, 여전히 트라우마 시달리는 이유는…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한국순교자의소리 “매일의 가정예배, 가장 강력한 비밀병기”

▲핍박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 온 중국 기독교인들이 지난 10월 차이나에이드 스태프들과 함께 텍사스주 미들랜드에서 열린 트라우마 회복 세미나에 참가했다.
▲핍박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 온 중국 기독교인들이 지난 10월 차이나에이드 스태프들과 함께 텍사스주 미들랜드에서 열린 트라우마 회복 세미나에 참가했다.

지난 10년간 중국 당국의 박해를 당하다 미국으로 건너간 중국 기독교인 13명이 얼마 전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 VOM)와 차이나에이드(China Aid)가 주관한 트라우마 회복 세미나에 참가했다. 성경에 바탕을 둔 이 세미나는 텍사스주 미들랜드에서 열렸다.

이 세미나를 인도한 순교자의소리 현숙 폴리 대표는 “중국 성도들이 중국을 떠나도 이들에 대한 핍박은 중단되지 않는다. 그 부분적인 이유는 박해에서 비롯된 트라우마가 평생 지속될 수 있고, 적절히 치료받지 않으면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라며 “중국 기독교인들이 미국에 와도, 그들의 친척들이 대부분 여전히 중국에 살며 정부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 기독교인 다수가 중국 정보부 요원의 치밀한 감시를 경험하고 있다고 보고한다는 점 역시 부분적인 이유가 된다”고 했다.

미국 콜로라도 크리스천대학교(Colorado Christian University)에서 트라우마 치료를 전공해 임상 상담 석사 학위를 취득한 현숙 폴리 대표는 현재 중국에 살면서 핍박받고 있는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성경에 기반을 둔 트라우마 회복을 직접 가르치고 있을 뿐 아니라, 종교적 망명을 위해 중국을 떠난 기독교인들도 트라우마에서 회복되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10월 세미나에 참석했던 기독교인들 중 6명은 중국 ‘선전개혁성결교회’(Shenzen Holy Reformed Church) 성도였다. ‘메이플라워 교회’(Mayflower Church)라고도 불리는 이 교회 성도들은 2019년 중국에서 제주도로 피신했으나, 2022년 8월 종교적 망명을 위해 태국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2023년 4월 마침내 미국 입국을 승인받았다.

현숙 폴리 대표가 섬기는 한국순교자의소리는 이 성도들이 한국에 처음 도착한 이후 매년 두 차례 핍박 훈련과 트라우마 회복 세미나를 열었으며, 지난 10월 세미나에 참석한 판용광(Pan Yongguang) 담임목사는 폴리 대표의 트라우마 회복 훈련을 교회의 ‘비밀 병기’라 칭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상담사들은 트라우마 치료의 핵심이 트라우마를 겪은 개인이나 공동체가 그들의 삶에서 건강한 가족과 공동체가 평소에 이미 하고 있는 의식이나 방식들을 회복하고 강화시키는 것임을 알고 있다”며 “기독교인들에게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은 매일 드리는 가정예배”라고 했다.

지난 10월 세미나에서 메이플라워교회의 판 목사는, 자신의 교회에 속해 있는 성도들이 이전에도 매일 가정에서 기도하고 성경을 읽었지만, 순교자의소리에서 주관하는 훈련을 받은 뒤에야 비로소 매일의 가정예배를 “가족 구성원의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줄일 뿐 아니라 트라우마를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는 법을 배웠다고 설명했다.

폴리 대표는 “그때부터 판 목사님은 한국에서든 태국에서든 지금 미국에서도, 교인들에게 매일 가정예배를 드릴 때마다 ‘확인 문자’를 보내 달라고 부탁함으로 그들이 매일의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잘 다루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지난 10월 세미나에 참석했던 사람들 중 보안상 익명을 요구한 다수의 참석자들은 다른 가족들이 살해당하거나 중국에 구금된 후, 혼자 혹은 배우자나 미성년 자녀와 단둘이 살고 있다고 했다. 일부는 자신들이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감시당하고 있다고 했으며, 최근 휴대폰을 도난당한 한 사람은 중국 정부 요원을 그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미국에서 다른 중국인들과 어울리기가 불편하고, 집이나 교회나 직장도 중국 요원의 감시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은 자신의 생존뿐 아니라 중국 안팎에 있는 가족들의 생존에 여전히 집중해야 한다”며 “그렇다고 트라우마 치료를 미뤄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녀는 “트라우마가 사라지기를 기다리면 트라우마에서 회복될 수 없다. 세미나 참가자들이 간증한 대로, 그들이 중국을 떠난 뒤에도 계속 박해와 트라우마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효과적인 트라우마 극복 전략은 트라우마를 겪는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다. 이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가르치고 실천할 수 있는 전략으로 전문적인 전문 상담사가 필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매일의 가정예배가 트라우마 회복 전략으로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가정예배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 누구나 배워서 매일 단 몇 분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우리 눈에 보이는 상황이 어떻든지, 궁극적으로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주관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한국순교자의소리 에릭 폴리 CEO와 현숙 폴리 대표가 2019년 중국에서 도피한 ‘메이플라워교회’ 판용광 목사와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한국순교자의소리 에릭 폴리 CEO와 현숙 폴리 대표가 2019년 중국에서 도피한 ‘메이플라워교회’ 판용광 목사와 포즈를 취했다.

한국순교자의소리 CEO 에릭 폴리 목사와 현숙 폴리 대표는 하루 동안 세미나를 진행하고, 다음날 일부 참가자들을 만나 개인적인 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상담 시간을 가졌다.

현숙 폴리 대표는 “세미나 참가자 중에는 미국에 몇 개월 체류한 사람도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도 있었지만, 중국에 남아 있는 가족들이 계속 핍박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과 자신들이 미국에 파견된 중국 안전부 요원들에게 감시당하고 있다는 의혹 때문에 모두 여전히 높은 수준의 활동성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 이러한 경우에는 회복 전략이 특히 중요하다”고 했다.

그녀는 “망명 신청자들은 새로운 나라에 왔는데도 핍박과 감시가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우울해지기 쉬우며, 어떤 경우에는 중국에 있는 가족과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고 자신들이 중국을 떠난 뒤에 가족들이 더 큰 위험에 빠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상태가 더욱 나빠지기도 한다”면서 “이러한 경우, 모든 것이 괜찮아진다거나 모두가 안전할 것이라며 그 사람들에게 거짓 약속을 해선 안 된다. 대신 그들이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서 기인하는 트라우마에 대처할 수 있도록 실제적인 전략을 갖추어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메이플라워교회 판 목사님이 간증한 것처럼, 매일의 가정예배는 주님께서 이를 위해 우리에게 주신 ‘비밀병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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