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환 대표회장, 취임식 대신 비전 세미나로 첫 행보
“교회가 다시 살아나는 길과 한국장로교회가 살아나는 길은 오직 복음뿐이다.”
개혁주의를 표방하는 한국 장로교단들의 최대 연합체인 한국장로교총연합회(대표회장 천환 목사, 이하 한장총)가 교회의 교회다움, 장로교회의 장로교회다움 회복의 사명을 품고 제41회기 출범을 선언했다.
한장총이 11월 30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 ‘복음으로 사는 장로교회(롬 1:17)’를 주제로 제41회기 출범 비전 세미나를 개최했다. 천 대표회장은 그간의 관례대로 취임식을 개최하는 대신, 장로교회를 바로세우는 일이 시급하다는 취지에서 이 같은 세미나를 마련했다.
총무 정성엽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1부 비전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전한 천 대표회장은 “취임 후 많은 분들과 대화하고 인터뷰했지만, 다짐한 것을 실천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걱정이 앞섰다”며 “이 시대를 성경 말씀으로 감당하고 교회를 바르게 이끌고 미래를 함께 소통해가야 함을 절감하며, 우리 정체성에 맞는 연합과 소통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함께 힘을 모아 달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북장로교회 개혁파 교회협의회(NAPARC)와 같은 성경적 신학의 연대성을 갖고 사회적 관계를 진리 파수와 생활 순결로 맞서겠다. 교회와 신앙의 위기에 공동대응하는 입장과 성명을 분명히 하겠다. ‘한 교단 다체제’는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좀 더 구체화해 ‘틀림’에 대한 인식을 ‘다름’으로 껴안고 가겠다. 무너진 교회 세움과 출산 장려와 돌봄, 사회적 약자 돌봄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성 박사 “현대 교회, 개혁주의 신학 변질돼”
‘한국장로교회의 정체성과 비전’을 주제로 발제한 김재성 교수(전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조직신학)는 “종교개혁의 유산과 전통으로 남겨진 역사적 신앙고백서들, 신조들, 교리문답서들은 성경의 본질적인 진리들을 종합한 것으로, 보편적 교회가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기초가 된다”며 “그러나 현대 교회주의에서는 개혁주의 신학사상에 대한 변질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교회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에큐메니칼 운동(교회일치)’을 전개해 왔는데, 2000년도에 로마가톨릭과 루터파 신학자들이 ‘연합선언’을 채택했다. 루터의 칭의 교리와 트리엔트 종교회의(1547)의 저주선언으로 각각 대립돼 왔었는데, 루터파 쪽에서 더 이상 그들의 선조들이 남긴 교리를 고수하지 않으려 했기에 벌어진 일”이라고 했다.
이어 “복음에 대한 또 다른 연합선언이 1999년 발표됐는데, 복음주의와 로마가톨릭의 기본적으로 합의 선언을 한 것이다. 복음주의는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인해 구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로마가톨릭에서는 인간의 공로를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장로교회를 향해 “첫째, 기독교 기본 진리와 교리를 축소화하는 경향을 통찰해보고, 이러한 흐름을 벗어나야 한다. 성경의 권위가 추락하는 현상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며 “둘째, 깊이 있는 말씀의 내용들을 배우고 체득하기보다, 복음적 부흥주의라는 모호하고 불명확한 기류를 철저히 재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계시의 말씀으로부터 오는 은혜를 사모하기보다 부흥주의가 빚어낸 체험주의, 개인성도의 내재적 열성으로 대체되고 말았다. 급진적인 열성주의자들은 우리들 마음 속에서 성령의 즉각적인 역사, 직접적인 응답을 강조했고, 하나님의 권능으로 주어지는 심령의 변화가 아니라 각자의 자율적인 노력들로 대체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운동은 결국 종교개혁의 성경관을 무너뜨렸다. 하나님의 말씀은 객관적 계시이며 죄인들은 스스로 체험을 만들어낼 수 없다. 오직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어야만 구원을 얻는다”며 “한국장로교회는 종교개혁의 유산을 존중하며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혹독하게 자신을 비판하고 진리의 말씀 앞에 정신을 차려야, 새로운 암흑기를 해쳐나갈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 됨, 인구소멸 대처, 그리고 복음
이후 출범식에서 회원들은 천환 대표회장의 선창으로 제41회기 주제인 ‘복음으로 사는 장로교회’를 세 번 선포했다. 이후 출범선언에서 천 대표회장은 “종교개혁자들이 ‘오직 성경’을 외치며 어두운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했던 것처럼 장로교회 정체성을 회복하도록 노력하자. 교회의 중요한 전통은 교회의 하나 됨을 지켜나가는 것, 하나의 신앙고백 안에서 이뤄지는 교회의 하나 됨, 그것이야말로 한장총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구절벽을 넘어 인구소멸의 시대가 눈앞에 찾아왔다. 장로교회가 앞장서서 믿음의 자녀들을 낳고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복음이 아니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고 교회를 개혁할 수 없다. 교회가 다시 살아나는 길과 한국장로교회가 살아나는 길은 오직 복음뿐”이라고 전했다.
한편 한장총은 제41회기 주요 사업을 크게 세 가지 ▲한국장로교의 정체성 회복과 시대적 사명과 실천 ▲교회의 출산 장려운동 및 돌봄과 참여와 다음 세대를 위한 사업 ▲연합과 일치를 위해 함께하는 장로교회로 정하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