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서 납치돼 강제 개종·결혼한 소녀의 이야기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냐얍 길(가운데)과 그녀의 부모.  ⓒGlobal Christian Relief

▲냐얍 길(가운데)과 그녀의 부모. ⓒGlobal Christian Relief

파키스탄 기독교인 나얍 길(Nayab Gill)이 무슬림 고용주에 의해 구지란왈라의 자신의 집에서 끌려나왔을 때는 불과 13세였다. 이후 그녀는 강제로 이슬람교로 개종했고, 납치범의 협박으로 결혼까지 해야 했다.

납치돼 강제 결혼한 지 2년 만에 탈출한 나얍은 이제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이들에게 나누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매년 파키스탄에서는 수십 명의 기독교인 소녀들이 이러한 운명에 직면한다”며 이 사례를 보도했다. 

2021년 5월 20일 나얍 길의 고용주이자 4명의 자녀를 둔 사담 하야트(Saddam Hayat·30)는 차량을 몰고 그녀의 집을 찾아왔다.

나얍은 “사담은 우리 집을 자주 방문했다. 그는 우리 지역에 몇 개의 상점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내 아버지가 그 중 하나를 임대하고 있었다. 후세인은 내게 1만 파키스탄루피(약 4만 6천 원)의 급여를 주기로 약속했고, 그 돈이 가난한 우리 가족의 수입을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마지못해 동의했다. 왜냐하면 후세인이 아버지에게 내가 자신의 딸과 같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얍은 사담 후세인이 직장에서 자신에게 접근했다고 회상한다. 그녀는 “나는 그것을 가족에게 말하면 아버지가 내가 일하러 가는 것을 막고, 우리 가족이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했던 돈을 잃게 될까 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납치 당일, 후세인은 그녀를 미용실에 데려가는 대신 외딴 집으로 데리고 가, 그녀에게 기독교 신앙을 포기하고 백지 서명을 하라고 강요했다.

나얍은 “인질로 잡힌 후 후세인은 내게 총구를 겨누며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나와 내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위협했고, 나는 비명을 지르고 울었지만 아무도 내 말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그녀는 “내가 강제로 서류에 서명한 후, 후세인은 날 방에 가두고 떠났다. 난 이틀 동안 그곳에 갇혀 있었고, 음식은 하루에 한 번만 제공됐다”고 했다.

이어 “사흘째 되던 날 후세인이 와서 아버지가 내가 납치됐다고 신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판사 앞에 서게 될 것이며, 이슬람으로 개종해 자신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증언하지 않으면 내 자유의지에 따라 나와 가족들이 법정에서 살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나얍은 결국 후세인에게 유리한 법정 진술을 녹음했다. 후세인은 어린 딸로 인해 눈물을 흘리는 무력한 부모 앞에서, 그녀를 합법적으로 자신의 아내가 되게 했다.

나얍의 시련은 법원이 후세인에게 그녀의 양육권을 부여한 후 더욱 악화됐다. 그녀는 “후세인은 나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2층 방에 가뒀다. 내가 갇혀 지낸 2년 동안 그는 내 뜻에 반해 날 계속 폭행하고 노예처럼 대했다. 그러나 난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소망을 잃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저는 매일 밤 ‘하나님, 절 도와 주세요’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가족의 안전을 위해 기도했다.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나의 회복을 위해 계속 법원에 다녔다. 그러나 난 진실을 밝히기가 너무 두려웠다. 법정에 소환될 때마다 난 성인이 되어갔고, 내 자유의지로 후세인과 결혼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담의 가족들은 날 버림받은 사람처럼 대했다. 그들은 내가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내게 굴욕감을 느끼게 했다. 생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한 때도 있었으나 그런 상황에 맞설 수 있는 능력을 준 것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2023년 4월, 나얍은 탈출할 기회를 얻었다. 그녀는 “이슬람 성월인 라마단 마지막 주, 사담의 전 부인은 그를 상대로 협박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체포를 두려워한 사담과 그의 형제들은 집에서 도망쳤고, 날 가두는 것을 잊어버렸다. 하나님께서 나의 기도에 응답하신 것 같았다. 난 길조차 잘 모른 채 조심스럽게 집을 나와 달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한숨을 쉬려고 시장에 들렀는데, 한 무슬림 여성이 다가왔다. 그녀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내게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 내가 연락할 돈도 전화기도 없다고 말하자 그녀는 나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주었고, 가족들과 연락할 수 있게 해 줬다”고 했다.

부모님과 다시 만난 나얍은 “아버지를 봤을 때 느꼈던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아버지는 날 영원히 안전하게 지켜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나얍의 아버지는 고등법원에 청원을 제출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그녀를 납치범에게 돌려보내라고 명령했다. 그는 2021년 7월 대법원에 두 번째 청원을 제출했다. 대법원은 최신 청원에 대한 심리를 2년 후로 정하고, 마침내 2023년 9월 이를 심리한 후 그녀가 가족과 재회했다는 이유로 청원을 기각했다.

이와 관련, CP는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파키스탄에서는 개종을 빙자해 미성년 기독교 소녀들을 성적으로 착취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전했다.

그녀는 “대법원에서 내 이야기를 들어 줄 줄 알았는데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이제 다시 공부도 하고 친구도 사귀고 싶다. 지금은 친구가 없다. 남자처럼 되고 싶어서 심지어 엄마한테 머리카락을 잘라 달라고까지 했다. 파키스탄에서 여자로 사는 건 안전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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