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의 서신, 아니 편지, 아니 일기를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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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서평] 입체적으로 만나는 바울의 편지

바울, 마케도니아에 가다
정은찬 | IVP | 206쪽 | 14,000원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할 때가 많습니다. 그들이 들려주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지 못하여, 오해를 할 때가 종종 있으니까요. 그들의 진심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상대방의 의도를 곡해하고, 내가 원하는 바대로 상대를 재단할 때도 있습니다.

지금 현재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과도 완벽한 의사소통은 힘듭니다. 눈을 마주치고, 마음을 열고, 에너지를 쏟아야만 소통이 시작됩니다.

2000여 년 전, 우리와 다른 문화와 세계관을 가진 사람과의 대화는 더욱 힘들 것입니다. 당대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필요하며, 청자의 상황도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바울의 편지를 냉철하고 정리된 교리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문화와 세계관, 관점에 맞추어 바울의 메시지를 해석하곤 했습니다. 분명히 편지를 보낸 의도와 목적이 있을텐데, 전체적인 맥락을 무시한 채 문장 자체에 집중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바울의 본 의도를 파악한다는 것은 고단한 작업입니다. 그와 소통하고자 하면 넘어야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언어와 문화 등의 전반적인 배경을 명확하게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서신 이면에 있는 화자의 마음을 읽기란 더욱 요원합니다.

▲이탈리아 화가 루카 조르디노(Luca Giordano)의 ‘바울의 회심(The Conversion of Saint Paul)’, 1690.

▲이탈리아 화가 루카 조르디노(Luca Giordano)의 ‘바울의 회심(The Conversion of Saint Paul)’, 1690.

1세기 사회와 문화를 연구해 온 정은찬 교수는 바울의 편지에 흐르고 있는 진짜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바울의 마음과 생각을 사로잡았던 것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인간 바울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가 맞닥뜨리는 상황에서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말입니다.

당대의 배경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매우 쉽습니다. 그것은 저자의 수고입니다. 바울이 진심을 꾹꾹 담아 편지를 썼듯, 저자는 독자들이 어떻게 하면 쉽게 바울의 진심을 이해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책을 저술한 듯합니다.

이 책은 바울과 그의 동료들, 그와 함께했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성경에서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저자는 그 이면에 흐르는 심경의 변화를 풀어냅니다. 당시 독자들은 이해할 수 있지만 현재 독자들은 파악하기 힘든 여러 배경을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이야기를 통해 그려내는 바울은 입체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생생하게 살아 움직입니다. 드디어 우리는 대화합니다. 바울이 간절히 원했던 바를 이제야 조금씩 느낍니다.

그와의 소통을 통해 우리는 초대 교회 성도들과 만납니다. 바울과 성도들의 열망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이제 우리 또한 하나님 나라를 소망합니다.

모중현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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