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교단 내 복음주의자들 반발 불구하고 승인
영국성공회(Church of England)가 논란의 ‘동성 커플을 위한 축복 기도문’을 오는 17일 주일부터 예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영국성공회 주교회의는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각) 온라인 모임을 통해 소위 ‘사랑과 믿음의 기도문’이라 불리는 이 기도문을 예배에서 사용하도록 승인했다.
영국성공회 의회 기관인 주교회의는 지난달 주교들에게 이 기도를 장려하고 시험적으로 단독 예배를 허용하도록 권장하는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주교회의는 교회법에 따라 동성 커플을 위한 독립 예배를 공식적으로 승인하는 방식에 대한 제안도 여전히 고려 중이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이날 복음주의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던, 이 기도문의 마지막 내용이 공개됐다. 이 기도문은 “사랑과 믿음의 기도문은 서로 사랑하고 하나님 앞에서 믿음으로 그 사랑에 감사하고 표현하길 원하는 동성 커플을 위한 기도의 자료로 제공된다”고 소개돼 있다.
또 “두 사람이 서로에게 한 약속을 하나님 앞에서 기념하는 것은 기쁨의 기회다. 기도의 내용은 감사와 희망의 표현을 위해 제공되며, 하나님께 자신의 삶을 함께 봉헌하는 이들이 신앙과 사랑, 그리고 믿음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도한다”고 했다.
아울러 “하나님께서 동성 커플들이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항상 기뻐하고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 거룩함과 소망의 길을 따를 수 있는 은총을 채워 주시기를” 간구한다.
레스터의 마틴 스노우(Martyn Snow) 주교와 함께 ‘사랑과 믿음의 기도’ 도입을 감독하는 단체의 공동의장을 맡은 뉴캐슬의 헬렌 앤 하틀리(Helen-Ann Hartley) 주교는 “‘사랑과 믿음의 기도’는 신실함과 사랑으로 서로에게 헌신하는 동성 커플이 함께할 수 있는 기도다. 하나님과 신앙 공동체 앞에서 그 헌신에 감사하고 기쁘게 기념하기를 원하는 커플들을 위해 의도됐다”고 했다.
그러나 ‘사랑과 믿음의 기도’를 승인함으로 인해 많은 복음주의자들은 영국성공회 안에서의 미래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됐고, 그 일부는 이미 떠났다. 블랙번의 필립 노스(Philip North) 주교, 치체스터 마틴 워너(Martin Warner) 주교, 랭커스터의 질 더프(Jill Duff) 주교 등 11명은 이 같은 주교회의의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주교회의는 양심상의 이유로 축복을 꺼리는 이들을 위한 사목적 규정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성공회는 “합의된 내용에 대한 일치를 촉진하고 교회 전반에 걸쳐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조항에 관해 폭넓은 협의 과정이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복음주의자들은 “어떻게 ‘남자와 여자 사이의 평생 결합으로서의 결혼에 관한 교리’가 변함없이 유지된다는 교회의 주장을 훼손하지 않고 이 기도를 도입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해 왔다. 영국성공회 복음주의협의회 소속인 앤드류 고다드는 “영국성공회의 상당한 비율이 사랑과 신앙의 기도를 원하지 않으며, 반대의 결과로 또 다른 개정이 아닌 리콜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반구성공회 교회협의회(Global South Fellowship of Anglicans)는 기도문이 공식적으로 승인되기 전 “영국성공회는 성경의 명확하고 정경적인 가르침을 위반하고 많은 사람들과의 교제를 훼손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