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성공회, 17일부터 예배 때 ‘동성 커플을 위한 기도’ 허용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주교회의, 교단 내 복음주의자들 반발 불구하고 승인

▲영국성공회 예배 모습. ⓒFacebook/Church of England
▲영국성공회 예배 모습. ⓒFacebook/Church of England

영국성공회(Church of England)가 논란의 ‘동성 커플을 위한 축복 기도문’을 오는 17일 주일부터 예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영국성공회 주교회의는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각) 온라인 모임을 통해 소위 ‘사랑과 믿음의 기도문’이라 불리는 이 기도문을 예배에서 사용하도록 승인했다.

영국성공회 의회 기관인 주교회의는 지난달 주교들에게 이 기도를 장려하고 시험적으로 단독 예배를 허용하도록 권장하는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주교회의는 교회법에 따라 동성 커플을 위한 독립 예배를 공식적으로 승인하는 방식에 대한 제안도 여전히 고려 중이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이날 복음주의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던, 이 기도문의 마지막 내용이 공개됐다. 이 기도문은 “사랑과 믿음의 기도문은 서로 사랑하고 하나님 앞에서 믿음으로 그 사랑에 감사하고 표현하길 원하는 동성 커플을 위한 기도의 자료로 제공된다”고 소개돼 있다.

또 “두 사람이 서로에게 한 약속을 하나님 앞에서 기념하는 것은 기쁨의 기회다. 기도의 내용은 감사와 희망의 표현을 위해 제공되며, 하나님께 자신의 삶을 함께 봉헌하는 이들이 신앙과 사랑, 그리고 믿음 안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도한다”고 했다.

아울러 “하나님께서 동성 커플들이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항상 기뻐하고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 거룩함과 소망의 길을 따를 수 있는 은총을 채워 주시기를” 간구한다.

레스터의 마틴 스노우(Martyn Snow) 주교와 함께 ‘사랑과 믿음의 기도’ 도입을 감독하는 단체의 공동의장을 맡은 뉴캐슬의 헬렌 앤 하틀리(Helen-Ann Hartley) 주교는 “‘사랑과 믿음의 기도’는 신실함과 사랑으로 서로에게 헌신하는 동성 커플이 함께할 수 있는 기도다. 하나님과 신앙 공동체 앞에서 그 헌신에 감사하고 기쁘게 기념하기를 원하는 커플들을 위해 의도됐다”고 했다.

그러나 ‘사랑과 믿음의 기도’를 승인함으로 인해 많은 복음주의자들은 영국성공회 안에서의 미래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됐고, 그 일부는 이미 떠났다. 블랙번의 필립 노스(Philip North) 주교, 치체스터 마틴 워너(Martin Warner) 주교, 랭커스터의 질 더프(Jill Duff) 주교 등 11명은 이 같은 주교회의의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주교회의는 양심상의 이유로 축복을 꺼리는 이들을 위한 사목적 규정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성공회는 “합의된 내용에 대한 일치를 촉진하고 교회 전반에 걸쳐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조항에 관해 폭넓은 협의 과정이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복음주의자들은 “어떻게 ‘남자와 여자 사이의 평생 결합으로서의 결혼에 관한 교리’가 변함없이 유지된다는 교회의 주장을 훼손하지 않고 이 기도를 도입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해 왔다. 영국성공회 복음주의협의회 소속인 앤드류 고다드는 “영국성공회의 상당한 비율이 사랑과 신앙의 기도를 원하지 않으며, 반대의 결과로 또 다른 개정이 아닌 리콜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반구성공회 교회협의회(Global South Fellowship of Anglicans)는 기도문이 공식적으로 승인되기 전 “영국성공회는 성경의 명확하고 정경적인 가르침을 위반하고 많은 사람들과의 교제를 훼손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신청

에디터 추천기사

김정석 감독회장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서울시청 합동분양소 조문

김정석 감독회장, 무안공항 사고 조문으로 새해 시작

방명록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 기도와 지원에 최선 기울일 것 사회 주요 문제 적극 나서겠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김정석 감독회장과 본부 임원들, 그리고 부장들은 을사년 새해 첫 날인 1월 1일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희생당한 179명의 합동분향소가…

3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관저 주변 상황.

“현직 대통령 체포 시도, 운동권 출신들의 폭거”

내란죄 확정도 안 됐는데 공공연히 확정범? 고도의 통치 판단인지 헌재 결정 기다려야 대행의 대행도 탄핵 압박, 헌법재판관 임명 대통령 체포 영장에 ‘법 예외’ 적시 기막혀 대통령, 직무 정지됐으나 ‘현재 국가 원수’ 체포 동조하는 세력, 민주주의 죽이는…

엔딩 파티

살아 있는 사람 위한 장례식 ‘엔딩 파티’, 긍정적 인식 높아져

건강한 장례문화 확산을 위한 ’엔딩 파티(Ending Party, 餘生宴)’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엔딩 파티’란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장례식’으로, 죽음을 앞둔 이가 지인들을 초청해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자리다. (사)하이패밀리가 지난 12…

세이브코리아(SAVE KOREA) 국가비상기도회

“기도로 세워진 대한민국, 다시 기도로 일어나자”

대한민국이 헌정질서 붕괴라는 초유의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이를 기도와 행동으로 극복하고자 하는 세이브코리아(SAVE KOREA) 국가비상기도회가 오는 11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사당대로에서 시작된다. 이 기도회는 이후 매주 토요일 여의도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 박종호 목사

수기총‧세이브코리아 “‘내란 수괴’ 단정? ‘무죄추정’ 따르라”

세이브코리아, 수기총을 비롯한 1200여 시민단체들이 최근 대통령 탄핵 및 내란죄 논란과 관련해 국회와 언론, 공수처의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들은 국회가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으며, 언론이 확정되지 않은 ‘내란죄’ 프레임을 그대로 받아쓰…

WEC 국제선교회, OW, 오퍼레이션 월드

‘세계 기도 정보 결정판’ 오퍼레이션 월드, 출간 60주년

“세계 기도 정보의 결정판”으로 불리는 ‘오퍼레이션 월드’(Operation World, 이하 OW)가 출간 60주년을 맞았다. WEC 국제선교회(WEC International)의 패트릭 존스톤(Patrick Johnston) 선교사가 1964년에 발행한 초판은 불과 32페이지로 구성돼 있으며, 여기에는 손으로 그린 지…

이 기사는 논쟁중

인물 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