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삼의 개혁주의적 문화신학(6) 아브라함 카이퍼의 신칼빈주의적 문화신학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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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칼럼] 고신대 신학거장으로 개혁신학의 초석을 놓은 이근삼 박사 출생 백주년을 기념하며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IV. 개혁주의 문화신학으로서의 신칼빈주의

1. 일반 은총 강조: 세계 속의 기독교 문화 창달 강조

이근삼은 이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 1837-1920)가 제시한 일반은총론을 수용한다. 이근삼은 피력한다: “아브라함 카이퍼는 개혁주의 신학에 일반은총을 도입함으로써 창조의 진행과 문화창조 활동과 시민생활의 가능성을 일반은총에서 보았다.” 일반은총이란 “창조의 보존과 구원을 위한 섭리”다.

인류의 역사는 “창조의 보존과 구속을 위한 모든 준비를 하는 일반은총의 역사”다. 이것은 하나님의 섭리가 단지 개인의 영혼 속에서 일어나는 개인주의적 사건이 아니라 인류역사 진행에서 나타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전적으로 부패한 인간이 세계에 나타난 부분적 진리와 미의 표현들을 보고 구속의 은혜는 아니지만 창조를 보존시키고, 계발하고 그 안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반은총은 단지 하나님의 자비스러운 은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속은총을 예비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는 중요한 두 가지 개혁신학적인 요소가 있다.

1) 공통성(commonness)으로서 자연법(natural law) 사상

이근삼은 인간에 주어진 일반은총(gratia communis, common grace)인 공통성을 인정한다. 이 공통성은 자연법이다. “하나님은 모든 창조물에다 자연법칙이란 것으로 세밀하고도 정확한 창조와 운영을 하고 있다. 이 법칙에 따라서 우리가 순종해야 한다. 하나님이 우리 인간들의 생을 위해서 주신 자연은총의 선물이다. 이 은총에서 우리가 받은 유익은 자연법칙에 따를 때에 누릴 수 있는 은혜와 복이 되는 것이다.” 일반은총은 하나님으로부터 주신 선물이므로 “사람의 지혜로 이룩된 문화는 놀랍다.”

하나님은 일반은총으로 창조 시 하나님 예배, 타인과 협력하는 사회적 존재, 세상을 관리하는 문화적 위임을 복으로 주셨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창 1:28).
교육, 문화, 생활, 사회, 재물 등 우리 신자가 불신자와 함께 공통성으로 누리고 사는 삶의 일반 영역은 자연법이 지배하는 일반은총의 영역이다.
이근삼은 다음같이 신자에게 부여된 세 가지 문화적 사명을 피력한다:
“우리 신자는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세 가지 사명이 있다.
첫째는 생활의 중심에서 하나님을 순종하는 예배적인 사명이다.
둘째는 타인과 협력해서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로서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으로서 화목할 사명이다.
셋째는 하나님이 주신 이 세상을 잘 가꾸고 잘 보호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도록 언제나 하나님의 요구를 잘 받아들이는 문화적 사명을 가진 것이다.”

여기서 이근삼은 그리스도인이 단지 교회 안에서만 사는 종교인을 너머서서 일상적인 삶과 직업에서 타인과 협력해서 살며 사랑으로 화목을 도모하며 세상의 질서를 잘 지켜 하나님 영광이 드러나도록 하는 문회적 사명을 성취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2) 반립(antithesis) 사상

하나님의 선한 창조는 인간의 원죄로 말미암아 타락되었다. 그리하여 자연법은 인간에게 왜곡되었다. 자연과 환경이 본래상태에서 벗어나 소외되었다. 그러므로 칼빈주의자들은 반립 사상(Antithesis thought)이 분명해야 한다. 반립 사상은 카이퍼에게서 온 것이다. 카이퍼는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 사상이 16세기 종교개혁 전통과 정면으로 상충된다고 보고, 자신의 입장을 종교개혁 전통에 충실한 ‘반혁명적 복음주의’라고 천명했다. 카이퍼는 칼빈주의를 하나님 중심에서 세계를 보고 해석하는 기독교 세계관으로 정립하고자 했다. 창조자에게 순종하는 정신과 반역하는 정신 사이에는 갈등과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는 이를 ‘반립(antithesis)’의 원리’라고 했다.

칼빈주의는 세계관의 체계로서, 현실 모든 영역에 작동하는 하나님의 주권을 반영한다. 하나님의 뜻이 삶의 모든 영역에 미치려면, 정치체제가 중요하다. 정치는 중립적이 아니라, 어떤 세계관에 의하여 정치하느나에 따라 사회가 달라진다. 여기서는 반립(Antithesis) 사상이 중요하다. 정치가의 세계관이 무신론적이나 인본주의적이며 진화론적 세계관이냐, 또는 하나님 중심적인 세계관이냐에 따라 그 사회는 전혀 달라진다. 이근삼은 피력한다: 반립사상이란 “근대이후 병적으로 허덕이는 유럽정신의 반영으로서의 예술 현상을 분석, 서술”하여, “이런 진단을 통해서 그 처방을 찾는 데 목적이 있다.” “그 처방이란 상실한 중심을 회복하는 일, 신과의 관계를 되찾는 일이다.“ ‘하나님을 아는 것을 대적하여 높아진 모든 세상이론을 파하고 모든 생각을 그리스도에게 복종시켜야 한다”(고후 10:5,6)

이러한 일반은총 사상 때문에 칼빈주의는 하나님 중심의 포괄적 사상체계요 세계관으로서 단지 예정론을 믿는 협소한 신학체계로 간주되어서는 안된다. 이근삼은 칼빈주의 예정교리를 설명하면서 다음같은 사항을 강조하였다: “○선택하시는 하나님은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아는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인간을 인격으로 취급하신다. ○기독신자는 특권으로 선택된 것이 아니고, 하나님을 섬기도록 선택했다. ○예정교리는 위로의 기초이다. 즉 구원은 인간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자비와 능력에 의한다.” 그리고 이근삼은 예정교리는 신앙생활의 출발이 아니라 결론이라고 천명한다: “칼빈의 [기독교 강요]를 보면 이 예정교리가 시작이 아니라 신앙생활의 결론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 그리스도는 문화의 열쇠

이근삼은 화란의 문화신학자 스킬더(K. Schilder)의 문화신학을 수용한다. 스킬더는 “그리스도는 문화의 열쇠”(Christ is key of culture)라고 말했다. 죄로 타락한 인간은 참된 문화와 종교에서 멀어졌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대속으로 우리 인간을 구속하였다.

그리스도의 대속을 통하여 우리 인간은 참된 문화를 가질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새 사람 되는 역사가 이루어지며 하나님과 인간과의 화목이 이루어진다, 성도는 믿음으로 말씀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알게되고, 그 뜻에 순종함으로써 하나님의 계획이 성도를 통하여 이 지상에서 이루어진다. “그리스도만이 참된 문화의 근원이고 신자가 모여서 하나님의 위대한 전체로서의 문화가 형성하게 된다.”

이근삼은 다음같이 변화된 문화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표명한다: “매주 우리가 예배를 드리는 것은 하나님의 순결의 원리를 지키는 것으로 영화의 스크린이나 극장의 무대에 비길 바 아닌 문화의 머릿돌이요, 주춧돌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성경, 찬송가를 들고 교회에 나오는 것은 불신자의 삶이 잘못이라고 선포하는 당당한 행군이며, 주일에 신자가 가게의 문을 닫는 것은 천국 문화 건설의 선포라고 하겠다.”

여기서 이근삼은 개혁신앙을 단지 성경, 찬송, 교회 나와 예배드리는 종교적 차원을 너머서서 일상적인 삶 속에서 세속적인 문화에 침윤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열쇠이신 그리스도를 모심으로 변화된 새 삶의 실천으로 적극적으로 천국 문화를 건설하는 동력으로 이해하고 있다.

3. 문화는 삶의 총체적 영역

이근삼은 문화 영역을 아브라함 카이퍼와 헨리 밴틸 등 신칼빈주의 문화관에 따라서 신앙과 교회에 국한 된 영역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개혁주의 문화론은 문화를 단순히 사회적 사상이나 가치관으로만 보지 말고, 정치, 경제, 사회, 예술, 윤리, 학술, 체육, 군사, 건축, 교육, 사상과 가치체계 등 삶의 총체적 현실로 파악할 것을 요청한다.”

아브라함 카이퍼는 그리스도인들이 사회 각 영역을 무신론자에게 넘겨주지 말고 각 영역에서 그리스도가 왕으로 통치하시도록 각 영역의 주권을 확립하라고 가르쳤다. 밴틸은 하나님이 창조한 세계를 죄인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방관하지 말고, 중생한 하나님의 백성들은 하나님의 일꾼으로 잃은 하나님의 동산을 다시 찾아서 잘 경작하고 주인되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근삼은 인간 삶의 총체적 영역에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 진정한 문화신학이라고 천명한다: “인간의 모든 활동 영역, 삶의 순간이 개혁의 장이요 복음 사역의 장이요,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칼빈의 문화관이다.”

4. 그리스도는 문화의 변혁자

이근삼은 스킬더(Klaas Schilder)가 말한 “그리스도는 문화의 열쇠”(Christ is the Key of culutre)라는 개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리차드 니버(Richard Niebuhr)가 말한 “그리스도는 문화의 변혁자”(Christ as transformator of the culutre)라는 개념으로 문화 개념을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다음같이 피력한다: “니버의 ‘문화의 변혁자 그리스도’의 개념을 이해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나라는 변혁된 문화의 장이라는 사상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고,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문화변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 우리는 기독교 신앙을 문화라는 총체적 현실과 연결시켜 나가야 한다.”

이러한 그의 표명에서 보는 바 같이 이근삼은 단지 신사참배를 반대하여 교회를 지키고, 예정론만을 신봉하는 협소한 교회주의적 칼빈주의자가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주되심과 그의 주권을 증언하고 구현해야한다는 문화적 소명(cultural mandate)을 강조하고 실현하는 문화변혁자로서의 개혁신학자요 칼빈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다. <계속>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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