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복음과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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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 ⓒ크투 DB

▲이경섭 목사. ⓒ크투 DB

◈‘철학’과 ‘진리’

‘철학(philosophy)’은 ‘진리(truth)’를 추구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모든 철학’은 저마다의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자신의 고유한 체계’를 세워왔으며, 그 유구한 역사 속에서 수많은 정의(definition, 定義)들을 양산해 왔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과녁(貫革)을 뚫진 못했다. 기껏 그것들은 ‘인간의 생득적인 지혜’에 기반한 ‘상대적(relative, 相對的) 개념들’이었으며, ‘초월적인 삼위일체 진리’엔 이를 수 없었다(철학이 ‘형이상학적(metaphysical, 形而上學的)’이라면 진리는 그 훨씬 너머의 ‘초월적(transcendental, 超越的)’이다).

사도 바울이 ‘철학’을 ‘어린아이의 훈도(薰陶, 롬 2:19)’요 ‘세상의 초등 학문(골 2:8)’으로 비하한 것도 ‘초월적 진리’를 가진 자로서의 ‘상대적 진리(철학)’에 대한 우월의식에서 나온 것이었다. 오늘 우리 역시 바울이 가졌던 그 같은 의식을 공유한다.

물론 이런 ‘우월의식’은 교만의 발로에서라기 보단 그런 ‘초월적인 진리’를 가진 것에 대한 ‘자부심(하나님의 사랑을 입어 그 진리를 소유했다는)’과 더불어 ‘어찌 나 같은 것에게 이런 은혜가!’라는 ‘겸비함’에서 나온 복합적인 것이다.

◈‘복음’과 동의어인 ‘진리’

성경은 ‘복음’을 ‘진리’와 동의어로 쓴다. 이는 둘이 모두 동일하게 삼위일체(Trinity, 三位一體)를 상정(presupposition, 想定)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너희도 ‘진리의 말씀’ 곧 너희의 ‘구원의 복음’을 듣고 그 안에서 또한 믿어 약속의 성령으로 인치심을 받았으니(엡 1:13)”. “너희를 위하여 하늘에 쌓아둔 소망을 인함이니 곧 너희가 전에 ‘복음’ ‘진리의 말씀’을 들은 것이라(골 1:5).”

‘복음의 핵심’은 ‘하나님이 사람 되어 택자의 죄를 구속하셨다’는 ‘삼위일체’이고, 이 ‘삼위일체’가 곧, 성경이 말하는 ‘진리의 핵심’이다. 이 ‘진리’는 ‘복음’과 함께 언제나 ‘삼위일체’를 지향하며, 이 지향점이 기독교의 진리를 ‘배타적(排他的)인 것’으로 만들었다.

나아가 이 ‘삼위일체 진리’는 항상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에 존치시킨다. “진리가 예수 안에 있는 것 같이(엡 4:21).” 이는 ‘예수 안에서만 삼위일체(진리)가 존치 된다’ 혹은, ‘예수를 통해서만 삼위일체(진리)가 현현 하신다’는 뜻이다. ‘성자’가 사람의 몸을 입은 예수로 오시지 않았다면, ‘삼위일체 진리’는 드러날 수 없었다.

윌리엄 월샴 하우(How, William Walsham. 1823-1897)가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요 1:14)”는 말씀을 바탕으로 작사했고,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1809-1847)의 오라토리오 ‘엘리야(Elijah)’의 삽입곡으로 유명한 ‘참 사람 되신 말씀’이란 찬송시에도 ‘말씀이 사람 되신 삼위일체’를 ‘영원한 진리’로 선포했다.

“‘참 사람 되신 말씀’ 하늘의 지혜요 ‘변하지 않는 진리’ 온 세상 빛이라 그 말씀 성경에서 영원히 비치어 내 길에 등불되니 늘 찬송하리라(찬 240장)”.

‘예수가 육체를 입으신 하나님이심’을 부인하는 ‘영지주의(gnosticism, 靈智主義)’는 ‘삼위일체 진리를 부인하는 적그리스도(antichrist)’이다. “미혹하는 자가 많이 세상에 나왔나니 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체로 임하심을 부인하는 자라 이것이 미혹하는 자요 적그리스도니(요이 1:7).”

예수님이 유대인들을 보고 ‘너희 아비 마귀처럼 너희 안에 진리가 없음으로 나를 죽이려 한다’고 하신 것은 ‘그들 안에 철학적 진리가 없어서가 아닌 삼위일체 진리이신 예수가 없으므로 그를 죽이려 한다’는 뜻이었다.

“너희는 너희 아비 마귀에게서 났으니 너희 아비의 욕심을 너희도 행하고자 하느니라 저는 처음부터 살인한 자요 진리가 그 속에 없으므로 진리에 서지 못하고 거짓을 말할 때마다 제 것으로 말하나니 이는 저가 거짓말장이요 거짓의 아비가 되었음이니라 내가 진리를 말하므로 너희가 나를 믿지 아니하는도다 너희 중에 누가 나를 죄로 책잡겠느냐 내가 진리를 말하매 어찌하여 나를 믿지 아니하느냐(요 8:44-46).”

◈‘진리’와 ‘구원’

정통 기독교인들에겐 ‘복음이 구원을 준다’는 말엔 익숙하지만 ‘진리가 구원을 준다’는 말엔 웬지 낯설다. 그들은 누가 이런 말을 하면 ‘유형(類型)을 불문하고 진리를 추구하는 모든 종교에 구원이 있다’는 종교다원주의를 연상하며, 독일의 신비주의자 마이스트 에카르트(Meister Eckhart, 1260- 1327)가 말한 ‘신비적 영지(mystic gnosis)로 구원 받는다’는 말 같은 것을 연상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경은 ‘복음이 구원을 준다’고도 하지만 ‘진리가 구원을 준다’고도 말한다. 다음은 그 예시 구절들이다.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롬 1:16)”. “하나님이 처음부터 너희를 택하사 성령의 거룩하게 하심과 ‘진리’를 믿음으로 ‘구원’을 얻게 하심이니(살후 2:13).”

“‘십자가의 진리’가 멸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리석은 것이지만 ‘구원받은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 됩니다(고전 1:18, 현대인의 성경)”. “하나님이여 많은 인자와 ‘구원의 진리(the truth of thy salvation)’로 내게 응답하소서(시 69:13)”.

예수님이 “‘진리’를 알찌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 8:32)”고 하신 말씀 역시 “‘말씀이 육신이 되신 삼위일체 진리’를 알면 ‘그 진리가 너희를 죄, 사망, 율법에서 구원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진리의 구원’은 ‘성령의 역사’를 통해 성취된다. 성령이 택자의 영혼에 ‘진리를 증거’해 주심으로 그가 그것(진리)를 믿어 구원 얻는다. ‘성령’께서 ‘진리의 성령’이라는 별명을 가지신 것은 그가 택자에게 ‘삼위일체 그리스도(진리)를 증거’하시기 때문이다.

“내가 아버지께로서 너희에게 보낼 보혜사 곧 아버지께로서 나오시는 ‘진리의 성령’이 오실 때에 그가 나를 증거하실 것이요(요 15:26).”“증거하는 이는 성령이시니 성령은 진리니라(요일 5:7).”

우리가 즐겨 부르는 ‘예수 더 알기 원함은’이란 찬송가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성령이 스승 되셔서 진리를 가르치시고 거룩한 뜻을 깨달아 예수를 알게 하소서(찬송가 506장, 예수 더 알기 원함은).”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개혁신학포럼 학술고문,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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