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낙태 금지하고 종교 자유 보장한 헌법 부결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유권자 55.8% 반대, 44.2% 찬성

▲칠레 국기. ⓒUnsplash/Felipe Brayner

▲칠레 국기. ⓒUnsplash/Felipe Brayner

칠레에서 인격권과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40년 전 군사 독재 정권이 제정한 헌장을 대체하는 헌법 제안이 부결됐다. 이번 투표는 칠레인들이 2022년 9월 보다 좌파적인 헌법 제안을 거부한 지 1년여 만에 이뤄졌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의하면, 칠레 유권자들은 17일(이하 현지시각) 진행된 국민투표에서 새로운 헌법 제안을 거부했다. 이날 늦게까지 대부분의 표가 집계된 가운데, 이를 투표자 55.8%가 반대, 44.2%가 지지했다.

올해 초 소집된 헌법위원회가 작성한 이 헌법 제안은 약 200쪽에 달하며, 200개 이상의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새로운 헌법 제안의 작성은 올해 초 칠레 하원이 헌법위원회의 ‘준비 및 승인 절차’를 수립하면서 시작됐다. 칠레 의회가 승인한 헌법 개정에 따라 헌법위원회 의원 선거일은 5월 7일로 정해졌다. 헌법위원회는 새로운 헌법에 대한 ‘토론과 승인을 위한 유일한 목적’을 위해 설립됐으며, 6월 7일에 소집돼 11월 7일까지 이어졌다.

제안된 헌법 제1조는 “가정은 사회의 기본 핵심이며, 가정을 보호하고 그 강화를 촉진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의무”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생명권’으로 시작해 기본 권리와 자유에 대한 긴 목록이 포함돼 있다. 제안된 문서의 16조는 “법은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고 밝히고, 사형도 금지했다.

칠레는 2016년부터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을 폐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이 제안이 승인됐을 경우, 태아 보호 조항이 마련돼 낙태 금지법 폐지를 뒤집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또 이 문서는 권리와 자유의 목록에서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보장한다. 이 권리에는 “모든 사람이 자신이 선택한 종교나 신념을 채택하고 그에 따라 생활하며 전달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된다”고 명시돼 있다.

아울러 ‘양심적 거부’에 대한 권리도 보장한다. 이에 따르면, 부모 및 적절한 경우 보호자는 자녀를 교육할 권리가 있으며, 자신의 신념에 따라 종교적·정신적·도덕적 교육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이번 투표 결과에 따라 기존의 1980년 헌법은 그대로 유지된다.

칠레공화국 헌법에는 가족을 ‘사회의 기본 핵심'으로 규정한 조항은 있지만, ‘가족을 보호하고 그 강화를 촉진하는 국가와 사회의 의무’를 강조하는 내용은 없다.

현행법 역시 “법은 태어날 사람의 생명을 보호한다”고 명시하고 “개인의 생명권과 신체적·정신적 완전성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나, 제안된 헌법과 달리 ‘태아’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는다.

제안된 헌법은 사형을 금지하고 있지만, 현행 헌법은 제한된 경우에 이를 허용하고 있다. 현행법은 “양심의 자유, 모든 신조의 표현, 도덕, 선량한 관습, 또는 공공질서에 반대되지 않는 모든 종파의 자유로운 행사”에 대한 권리를 규정하고 있으나, 종교의 자유를 명시적으로 보호하지는 않는다.

현행법은 부모에게 ‘자녀를 교육할 우선적 권리와 의무’와 ‘자녀를 위한 교육기관을 선택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제안된 헌법과 달리 영적 및 도덕적 교육에 대한 내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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