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영화 <서울의 봄>, 전두광 잡자고 이태신 영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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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영화 <서울의 봄> (2)

김재규·정승화·장태완, 박정희와
부귀영화 누린 정치 군인들일 뿐
군 내부 권력다툼의 왜곡과 미화
정치적 예민 시점 진보좌파 진영
절대적 유리한 역사 왜곡 감행해
미디어 분야 권력 자화상 보여줘

박욱주 박사님의 이번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에서는 최근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서울의 봄>에 대해 두 번째로 분석합니다. <아수라>의 김성수 감독이 제작한 이 영화는 황정민(전두광), 정우성(이태신), 이성민(정상호), 박해준(노태건), 김성균(김준엽), 김의성(국방장관), 정동환(최한규), 안내상(한영구), 정해인(오진호) 등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12.12 군사 반란을 극화했습니다. -편집자 주

▲12&middot;12 군사반란 당일 사건들을 중심 서사로 삼는 영화 &lt;서울의 봄&gt;.

▲12·12 군사반란 당일 사건들을 중심 서사로 삼는 영화 <서울의 봄>.

◈군사 반란의 역사적 평가: 승자의 관점에 의해 달라지는 선악의 기준

1979년 12·12 군사 반란 당일 사건들을 중심 서사로 삼는 영화 <서울의 봄>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그 추종자들의 행적을 하나의 절대악으로 묘사하고 있다.

역사에 절대적 객관이란 존재할 수 없다. 역사는 승자의 시각에서 쓰여진다. 그리고 2023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군사정권은 역사적 관점에서 패자 취급을 받으며 온갖 비판과 폄하를 당하고 있다.

<서울의 봄>은 전두환 일당을 절대악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그 결과 전두환 일당의 반대편에 선 모든 이들의 행적을 선행 혹은 의협으로 미화한다. 김재규, 정승화, 장태완 등의 인물들이 마치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참군인처럼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의 실상은 이와 크게 다르다. 전두환 일당뿐 아니라 김재규-정승화-장태완 편의 인사들도 모두 결국 박정희 전 대통령 밑에서 군부 엘리트 코스를 거쳐 부귀영화를 누리던 정치군인들이었을 뿐이다.

김재규가 민주화 투사처럼 평가되는 근거는 그가 박정희 전 대통령보다 민주화 세력에 대해 조금 더 온정적 태도를 보였다는 것인데, 사실 이는 좌파 세력의 발호를 좀 더 전략적으로 막아보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재규는 대한민국 내 좌파 세력과 그에 호응하는 노동자 집단에 대한 박정희 정권의 무조건적 강압조치들이 북한에서 파견한 간첩들보다 더 위험한 국내 자생 좌파세력의 발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본질적으로 김재규 역시 철두철미하게 반공주의를 지지하는 군사정권 핵심인물로, 다만 박정희 전 대통령과 좌파 세력에 대한 대응전략에 있어서 견해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정승화는 박정희 군사정권 당시 군부 핵심 요직들을 거친 인물로, 김재규와 마찬가지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다. 당연히 그는 박정희 생전 독재정권의 수장에게 절대적 충성심을 보이며 찬양을 아끼지 않던 인물이었다.

그런 정승화가 10·26 사태 직후 김재규를 옹호하는 쪽으로 돌아선 것은 명백히 기회주의적 행보였다. 그리고 장태완은 그런 정승화의 심복 중 심복으로, 정승화와 함께 더 큰 권력을 얻기 위해 군내 권력다툼에서 앞서 나가던 전두환의 반대편에 섰을 뿐이다.

▲12&middot;12 군사반란 당시 김재규-정승화 편에 섰던 이태신 수경사령관(장태완의 작중 성명, 정우성 분). 영화 &lt;서울의 봄&gt;에서는 반민주 세력을 막는 참군인 중의 참군인으로 미화된다.

▲12·12 군사반란 당시 김재규-정승화 편에 섰던 이태신 수경사령관(장태완의 작중 성명, 정우성 분). 영화 <서울의 봄>에서는 반민주 세력을 막는 참군인 중의 참군인으로 미화된다.

그러니 10·26 사태로부터 12·12 군사 반란까지 이어진 정부와 군 내부의 파워게임은 사실상 강력한 독재자가 갑작스럽게 사라진 상황에서 차기 대권을 두고 이전투구를 벌인 것에 불과하다.

전두환 일당이 권력욕에 임의로 군사를 일으킨 악의 무리였다면, 김재규-정승화-장태완 일당 역시 마찬가지로 통수권자의 재가 없이 권력욕을 앞세워 군사를 일으킨 악의 무리였던 것이다. 다만 영화 <서울의 봄>은 두 무리 중 후자 쪽이 당시의 민주화 세력에게 조금 더 우호적 태도를 보였다는 미세한 차이를 근거삼아 전자를 절대악으로, 후자를 절대선으로 단순하게 평가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역사왜곡이다. 역사적 사실을 중심 서사로 삼는 모든 영화와 드라마는 흥행을 위해 극적 요소를 가미하고, 때문에 크든 작든 역사 왜곡을 감행한다. 다만 작중 역사왜곡 수준이 어느 정도 균형잡힌 역사관을 보존하는 정도라면 용인될 만하지만, 그 수준이 특정 인물이나 정치집단 혹은 종교집단에 편향적일 정도로 심각하면 세간에 논란을 일으키게 된다.

<서울의 봄>은 총선을 앞둔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점에 진보좌파 진영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도록 강도 높은 역사 왜곡을 감행한다. 이는 현재 진보좌파 인사들이 교육, 미디어, 사법 분야에서 승자로 군림하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군사 반란의 성경적 평가: 마귀에 의해 시작된 탐욕의 발로

성경에서 군사 반란은 기본적으로 하나님의 공의와 질서를 거스르는 행위다. 성경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군사 반란의 최초 기원은 에스겔에서 두로 왕으로 의인화된 그룹(cherub) 마귀의 반역이다(겔 28:11-19).

그는 하나님의 통치질서 안에서 보다 높은 권좌를 얻기 위해 자신의 힘과 세력을 동원한 일로, 영화로운 천사에서 심판을 기다리는 원수의 처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성경의 역사 속에는 자주 군사 반란이 등장한다. 그 가운데 일부는 군사 반란의 창시자 마귀의 속성을 반영하는 반란, 즉 순전히 개인의 영화와 권력욕에 의해 촉발됐다. 대표적으로 다윗의 아들 압살롬의 반란이나 바라바의 반란 등을 지목할 수 있다.

반면 하나님의 뜻에 의한 일어난 군사 반란, 즉 하나님께서 마귀의 속성이 반영된 악행을 선을 위해 역이용하신 사례도 있다. 여로보암, 바아사, 시므리, 오므리, 예후의 반란 등이 모두 이전 군주들의 우상숭배와 악행을 징벌하기 위해 일어난 반란이었다.

다만 이 반란의 주역 대부분은 권력을 잡은 후 하나님을 배신하고 우상숭배로 돌아섰다. 반란으로 왕위에 오른 뒤 하나님 보시기에 올바르게 행하려 노력했던 것은 북이스라엘 예후와 남유다 요아스 정도밖에 없다.

결국 군사 반란은 기본적으로 마귀가 시작한 일이고, 마귀의 속성을 따라 인간의 권력욕과 탐욕을 부추기는 속성을 지녔으며, 그나마 군사 반란이 의의 도구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허락과 반란 주모자의 굳건한 신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성경은 가르쳐 준다.

▲예후의 반란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시신을 개들에게 먹힌 이세벨 왕비. 예후의 군사반란으로 아합과 이세벨의 악행에 대한 하나님의 단죄가 완료되었다.

▲예후의 반란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시신을 개들에게 먹힌 이세벨 왕비. 예후의 군사반란으로 아합과 이세벨의 악행에 대한 하나님의 단죄가 완료되었다.

성경적 관점으로 볼 때, 12·12 군사 반란은 개인의 권력욕을 추구한 하나의 악행이다. 전두환 일당이든 전두환 일당의 반대편에 선 이들이든, 어느 편도 선하다고 평할 수 없다.

김재규는 보다 큰 권력을 위해 거사를 치른 인물이고, 정승화, 장태완은 그 틈을 타서 개인의 영달을 추구하려고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한 이들이다. 이들의 행위 동기에 국민을 위한, 민주화를 위한 열망이 조금 섞였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이들의 권력투쟁 행보를 절대적인 선행으로 미화시킬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다시 말하지만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진다. 그래서 역사의 관점에서 승자는 후대에 이런저런 방식으로 미화되기 마련이다. 이는 한국만 아니라 모든 문명국가의 공통적 특성이다.

미국만 하더라도 조지 워싱턴이나 에이브러햄 링컨을 인권 대통령으로 극찬하지만, 그들이 권력을 얻고 전쟁을 이끌려던 동기 가운데는 개인의 영화와 영달, 그리고 야심의 충족이 인권이나 자유, 노예 해방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애초 정치권력의 속성 자체가 그러하기 때문이다. 정치란 결국 자원을 독점해서 분배하는 기술이고, 권력이란 이 자원을 독점하는 데 필요한 힘과 명분이다.

즉 기독교적 관점으로 볼 때 신앙과 무관하게 일어나는 모든 정치권력 투쟁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탐욕을 원동력으로 삼고, 따라서 선행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신앙과 무관한 정치권력 투쟁에서는 그 어느 편도 절대선이 될 수 없고 다만 더 악랄한 편과 덜 악랄한 편이 존재할 뿐이다.

현재 미디어 권력을 장악한 진보좌파 세력의 관점으로 볼 때 12·12 군사 반란에서 전두환 일당보다는 정승화 일당이 덜 악한 편이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양쪽 모두 군사정권의 수혜를 한껏 누린 이들로서 독재의 부역자들이었을 뿐이다.

영화 <서울의 봄>은 정승화 일당이 민주화 세력에 조금 더 우호적이었다는 점 하나를 과대포장해서, 총선에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작품에 불과하다. 이를 위해 <서울의 봄>은 정승화 일당을 참군인 집단으로 미화한다.

▲영화 &lt;서울의 봄&gt;에서 참군인의 수장으로 미화된 정상호 육참총장(정승화의 작중 성명, 이성민 분). 실상은 박정희 독재정권의 수혜를 입은 정치군인이며 전두환 측과 군내 권력다툼을 일으킨 야심가였을 뿐이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참군인의 수장으로 미화된 정상호 육참총장(정승화의 작중 성명, 이성민 분). 실상은 박정희 독재정권의 수혜를 입은 정치군인이며 전두환 측과 군내 권력다툼을 일으킨 야심가였을 뿐이다.

기독교적 관점으로 볼 때는 전두환 일당과 정승화 일당 모두 권력욕에 휘둘리는 영혼들일 뿐이고, 따라서 어느 편이 악하고 선하냐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어느 쪽이 한국 기독교인들 신앙의 터전인 이 나라에 안정을 가져다주는지, 그리고 신앙의 자유를 더 온전하게 보장하는지가 중요한 사안으로 대두된다.

전두환 일파 집권 후 대한민국은 거의 파탄 지경까지 갔던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회복했고, 유신체제 말기 국내를 강타했던 불황의 여파를 벗어났다.

물론 여기에는 국제경제적 요인들이 크게 작용했지만, 그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도록 유능한 경제관료를 신임한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공로임에 틀림없다. 또 확고한 반공 안보관을 유지한 것도 5공 군사정권의 공적 중 하나다. 기독교적 관점으로 볼 때 12·12 군사 반란의 결말은 크게 나쁜 일은 아니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김재규-정승화 일파가 권력을 장악했을 때의 상황이 전두환 일파가 권력을 장악했을 때의 상황보다 훨씬 더 나았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민주주의를 신격화하는 현재의 진보좌파 세력에게는 전두환 집권기가 상당한 고통의 시기였다는 점이고, 따라서 오늘날 역사를 기록하는 승자의 입장에 선 그들이 12·12 군사 반란과 5공 군사정권 시대에 대해 지극히 편향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계속>

박욱주 박사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객원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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