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소수 기독교인들이 교회에 대한 박해가 발생한 지 4개월 만에 크리스마스를 기념했다.
영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현지 매체를 인용해 “전국 곳곳의 교회와 거리가 그들의 회복을 반영하는 축제의 불빛과 나무로 장식됐고, 축제 의상을 차려 입은 예배자들이 가족과 함께 교회에 모여 기도하며 예배를 드렸다”고 전했다.
또 “시장은 크리스마스 상품으로 붐볐고, 산타클로스 의상을 입은 어린이들도 크리스마스 기념 행사에 동참했다”고 했다.
아랍 뉴스에 따르면, 24일(이하 현지시각) 안와르-울-하크 카카르 파키스탄 임시 총리는 연방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인권 행사에서 “신앙에 관계없이 모든 파키스탄 시민이 평등한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종교의 지도자들이 모여 크리스마스를 기념한 이 행사에서 카카르 총리는 파키스탄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기독교계에 명절 인사를 전했다.
파키스탄투데이에 따르면 카라치, 이슬라마바드, 라호르, 페샤와르 등 주요 도시의 교회에서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 매체는 “정부가 기독교인 직원들에게 가불 및 휴가를 제공하고 교회에 대한 보안 조치를 보장했다”고 했다.
장로교 회장인 파힘 샤자드(Faheem Shahzad) 목사는 “크리스마스는 우리에게 가장 행복한 날”이라며 “사람들은 기도하고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교회에 온다. 사람들이 항상 이러한 기도를 통해 사랑과 평화, 일치를 나타내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파키스탄은 특히 소수 기독교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종교 화합에 대한 도전’에 직면해 왔다. 8월에는 펀자브주 파이살라바드 지역의 자란왈라에서 심각한 소요 사태가 발생해 두 명의 기독교인이 꾸란을 모독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이는 파키스탄 기독교인에 대한 가장 파괴적인 공격 중 하나로 기록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해당 공격은 전역의 정치·종교 지도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카카르 총리는 “우리는 모든 종류의 파시즘에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BBC에 의하면, 자란왈라의 크리스마스 캐럴 행렬은 리즈완 밀(Rizwan Mill) 목사가 이끌었다. BBC는 “어린이와 성인 모두가 참여했으며, 행렬은 이전에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교회에서 끝났다”고 전했다.
현지 주민인 소남 씨는 BBC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곳이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우리 마음 속에 들어온 두려움은 여전히 존재한다. 거리에서 누가 비명을 지르면 모두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러 나간다. 우리는 너무 무섭고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의 기독교 공동체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며 평화로운 미래에 대한 희망과 열망을 품고 있다. 소남 씨는 “지난 일은 모두 지나갔기를 바란다. 그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이고 기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란왈라의 기독교인들은 여전히 공격으로부터 회복 중이다. CP는 “거의 24개에 달하는 교회와 수많은 집이 약탈당하고 불에 타면서 깊은 상처를 남겼다. 정부는 재건을 지원했지만, 일부 가족들은 여전히 그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상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피해 규모가 커서 완전한 복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독교인은 파키스탄 인구 2억 4,100만 명 중 약 1.6%를 차지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 신성모독법 295-B조항을 위반할 경우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고발은 종종 폭도들의 폭력으로 이어지지만, 거짓 고발자에게는 거의 아무런 처벌도 없다.
하급법원은 이슬람주의 압력에 굴복해 수많은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지난 1월에는 한 무슬림 여성이 문자 메시지를 통해 신성모독을 저지른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는데, 이는 무슬림에 대한 드문 판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