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삼의 개혁주의적 문화신학(8) 아브라함 카이퍼의 신칼빈주의적 문화신학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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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한 칼럼] 고신대 신학거장으로 개혁신학의 초석을 놓은 이근삼 박사 출생 백주년을 기념하며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VI. 카이퍼주의로서의 이근삼 개혁주의 문화신학의 특징

이근삼은 아브라함 카이퍼의 일반은총(common grace) 사상을 수용한다: “카이퍼는 인간이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이 보존되고, 본래의 과정으로 돌아가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 때문이라 하였다. 이것이 카이퍼가 말하는 일반은총이다.” 일반은총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 은총을 예비한다: “일반은총은 죄의 과격한 역사를 제재(制裁)하고 악을 통제하고 창조세계가 진행되게하고, 시민 생활이 가능하게 한다. 이 일반은총이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을 위한 준비가 되어 왔다.”

1. 은총의 교리를 칼빈주의 5대교리의 핵심 원리로 본다.

이근삼은 칼빈주의 5대(TULIP)교리 가운데 4번째 교리 ‘불가항력적 은혜’ 교리를 칼빈주의 기본원리, 즉 핵심교리로 본다. “5대 교리에서 중심되는 특징 원리를 하나 택한다고 할 때 그것은 예정, 선택교리보다는 불가항력적 은혜일 것이다. 개혁주의는 특히 은혜의 신학이다. ...유효한 은혜는 성령의 창조적 효력으로 새 사람되게 하는 것이다.”

이근삼은 그 이유를 다음같이 제시한다: “예정 교리는 알미니안주의나 칼빈주의에서 다같이 말하는 것으로 단지 예정의 이유 개념에 차이가 있을 뿐이며, 개혁주의가 다른 체계에 반대되는 특징은 ‘유효한 은혜’(effective grace) 교리에 있다.” 여기서 이근삼은 예정교리를 개혁주의의 핵심으로 보지 않고 ‘유효한 은혜’의 교리로 보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예정교리가 개혁교회 신자들로 하여금 숙명주의에 빠지게 하여 어떤 자는 게으르게 하고 어떤 자는 절망에 빠지게 하였다. 이에 대하여 유효한 은혜의 교리는 성도가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을 믿고 하나님의 뜻을 이행하도록 하나님이 은혜로 효력있게 도와주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도는 게으르지 않고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2. 문화와 종교의 밀접한 관계: 인간 삶의 외면성과 내면성

이근삼은 문화와 종교와의 관계를 인간 삶의 외면성과 내면성의 관계로 표현한다: “문화가 결코 종교와 분리되는 것이 아니고, 문화는 하나님을 섬기는 종교의 외적 표현이고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활동면”이다. 문화는 종교의 내면성이 드러나는 외면적 형식이다. 하나님 사랑이란 내면에만 머물지 않고 이웃 사랑으로 표출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야고보는 보이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 누구든지 하나님을 사랑하노라 하고 그 형제를 미워하면 이는 거짓말하는 자니 보는 바 그 형제를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보지 못하는 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느니라”(요일 4:20).

신앙의 외면적 표현을 통하여 신자는 복음주의적 협착성에 머물지 않고 전인적으로 하나님을 섬기게 된다: “우리는 전인격적으로 생활 전 영역에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해야 한다.”

여기서 이근삼은 개혁신앙이란 자기 내면과 영혼 구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고 교회나 교리 고백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몸과 영혼을 다하여 하나님을 섬기고, 삶의 모든 영역(가정, 직장, 국가, 자연, 우주)에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3. 카이퍼의 신칼빈주의 문화관 수용: 카이퍼주의자 이근삼

이근삼은 “새천년의 신학적 전망” 글에서 현대의 신정통신학, 양식비평, 비신화론화, 구속사 세속신학, 실존주의, 해방신학, 여성신학 등의 도전에 대하여 개혁신학을 변호한다. 그리고 카이퍼가 1899년 프린스턴신학교 스톤강의(Princeton Stone Lecture)에서 제시한 ‘칼빈주의’(calvinism)를 수용하면서 칼빈주의야 말로 참 종교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근삼은 참 종교의 네 가지 시금석을 제시하고 있다. 네 가지 시금석은 하나님을 영화롭게함, 하나님과 교통하는 예배, 인생 전체를 하나님 면전에서 살며, 죄에서 구원 받음이다. 그는 칼빈주의야 말로 참 종교의 네 가지 시금석을 갖추고 있는 사상체계라고 말하고 있다.

개혁신학의 새 천년의 새로운 전망이란 절대적 주권 사상의 확립, 성경중심의 신학, 성령을 통한 거듭한 신학, 생의 변화가 있는 신학이라고 제시한다. 이근삼은 여기서 카이퍼의 신칼빈주의 사상을 새천년을 향한 칼빈주의의 방향성으로 제시하고 있다. 카이퍼의 신칼빈주의의 핵심 사상은 역사적 칼빈주의를 개인과 교회의 영역에서 사회와 역사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확장된 칼빈주의 신학이 바로 신칼빈주의 체계요 신칼빈주의 문화신학이다.

이근삼은 카이퍼의 신칼빈주의 사상을 수용하여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교회 밖 이 세상을 향한 문화적 사명을 강조한다: “지금까지 우리 교회들은 어떤 의미에 있어서는 ‘교회 안’만 보고 생각해 왔고, ‘교회 밖’에는 전혀 관심 없는 폐쇄적 태도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 세상도 인간도 하나님의 창조물이고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 아래 있는 것이다. 교회는 이 세상에 있으나 이 세상에 속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선택과 구원의 계획을 우리는 알지 못하므로 ‘땅끝까지’, ‘만민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가까이서부터 땅 끝까지 그 누구에게나 접촉해야 한다. 또한 그들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알아야 하고 이 세상에서 같이 살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인 된 우리가 공의와 사랑을 실천하면서 그들과 이 세상에서 삶을 올바르게 꾸려가야하고, 가르치고, 기도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이근삼은 개혁주의 신학자로서 카이퍼의 신칼빈주의 사상을 오늘날 개혁교회가 실천해나가야 할 것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근삼은 칼빈주의를 개인 구원에만 치우친 복음주의적 협착성, 교회 중심의 신앙생활에서 벗어나 각 개인과 가정이 속한 이 세상 속에서 함께 살고 있는 이 세상 사람들, 곧 우리의 불신 이웃에게 복음 전도를 위하여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실천해야할 신앙사상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故 이근삼 박사.

▲故 이근삼 박사.

4. 영역주권 사상은 자유민주사회의 원천

화란의 칼빈주의 신학자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 1837-1920)가 발전시킨 역사적 칼빈주의로서 신칼빈주의의 근본사상은 영역주권론(the doctrine of sphere sovereignty)이라 말할 수 있다. 카이퍼는 1880년 10월 20일 자유대학교 개교 연설에서 그 유명한 영역주권 개념을 선언하였다: “우리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서 만유의 주재이신 그리스도께서 ‘나의 것이다!’라고 외치지 않는 영역은 한 치도 없다.”

영역주권론에 의하면 사회의 모든 영역은 독자적으로 하나님과 직접적인 권리를 부여받았다. 각 영역은 하나님에 대하여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 영역이 다른 영역을 침범하거나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사회 각 영역의 고유한 권리에 대한 신학적 근거가 주어지는 것이다. 각 영역이 자신의 고유한 영역으로 인정될 때 전체주의는 무정부주의가 사회를 어지럽힐 수 없다는 것이다. 진정한 시민 자치 정부가 수립될 수 있다.

이근삼은 카이퍼의 신칼빈주의 사상을 자신의 개혁주의 문화신학으로 받아들이고 다음같이 피력한다: “아브라함 카이퍼는 그리스도의 왕권을 당대 사회와 각 영역에 확립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리스도가 왕이시므로 사회의 각 영역이 다 그의 통치 아래 있게 하는 일은 그리스도인들의 활동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영역주권론은 오늘날 민주사회에서 각 영역이 독자적인 권리를 지니고 서로 협력함으로써 민주정치와 민주사회가 이루어질 수 있는 신학적 근거를 마련해주고 있다.

맺음말: 이근삼의 신학적 유산은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이근삼은 요한 칼빈과 박형룡, 박윤선, 한상동(1901-1976), 주남선, 한명동을 위시한 모든 믿음의 선진들 반열에 서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개혁주의 신학자 죽산(竹山) 박형룡(1897-1978)은 평북 벽동 출신으로 변증학과 조직신학을 전공하여 1935년 『기독교 근대 신학 난제 선평』을 출판하여 현대신학을 비판적으로 소개하고 현대사상에 대하여 정통보수신학을 변호하여 예장 합동측 교단 및 총신대에서 변증학과 개혁신학 교수로서 활동하였다.

정암(正岩) 박윤선(1905-1988)은 평북 철산 출신으로 신약학을 전공하여 1946년 부산 고려신학교를 한상동 목사와 함께 설립하고 교장을 맡았다. 그는 1960년 8월까지 고려신학교에서 교수와 교장으로 14년 가르쳤다. 1960년 9월 고려신학교를 사임하고 1961년 서울총회신학교 교장으로 부임하여 교수와 교장으로 19년 가르쳤다. 그는 1980년 11월에 예장합동교단과 총신대학교를 떠나 합신 교단과 합동신학교(오늘날,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를 설립하였다. 박윤선은 신구약 66권 주석을 완간한 거장으로 박형룡과 함께 한국개혁신학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

이근삼(1923-2007)은 박형룡보다 26세 후학(後學)이요, 박윤선의 고신 제자로서 18세 후학이다. 그는 부산 서구 부용동 출신으로 고신교단의 진영에서 보수 정통신학을 지키는 신학적 거장으로서 부산 고신대학교에서 활동하였다. 그는 석사학위 논문에서 케리그마신학의 원조인 불트만의 비신화론화 신학을 비판하고, 박사학위논문에서 신도종교의 국수적 민족주의 사상 그리고, 바르트의 신정통신학을 비판하였다.

이근삼은 신도주의(shindoism)에 대한 변증학 논문으로 화란 암스테르담 자유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박사학위(1962년)를 받음으로써 그의 스승 박윤선이 당시 열악한 환경(1953년 10월-1954년 3월, 5개월 유학) 속에서 이루지 못한 학문적 명예를 제자로서 성취하였고 화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최초의 한국인이 되었다. 이러한 그의 신학적 노력은 일제의 신사참배를 거부하여 옥중생활을 하고 박해를 견디어낸 고신교단의 학문성과 개혁신학적 정통성 정립에 있어서 귀한 업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오늘날 첨단과학의 발전으로 제4차산업혁명시대에 개혁교회는 오늘날 미래세대인 MZ세대를 위하여 개혁주의 문화신학을 가르치며 문화적 사명을 역설해야 한다. 이 세상에 있는 탁월한 인문, 사회, 자연 과학적 진리, 음악, 미술, 건축, 조각 등의 예술적 표현 등이 하나님의 일반은총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에 개혁신학은 단지 교의학으로서 교회 내의 신앙고백으로 머물지 않고, 문화신학으로서 4차산업혁명시대에 기독교 신앙과 사상의 시대적 적합성과 규범성을 드러내는 데 귀중한 역할을 다하여야 한다.

이근삼은 개혁신학을 문화신학으로 정립함으로써 고신교단 신학을 교리 수호에만 집착하고 지성적 성찰과 학문적 교류, 시대적 소명을 소홀히 하는 근본주의 비난에서 벗어나게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역사적 개혁신학은 성경의 무오성과 영감과 교회의 정체성을 지키고 역사적 개혁교회의 신앙고백을 계승하면서도 국가와 사회에 대한 문화적 사명을 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근삼의 신학은 개혁주의적 문화신학의 이념을 카이퍼의 신칼빈주의로서 정립한 오늘날 4차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적합한 신학으로서 그의 탄생 백주년을 계기로 연구발표되고 계승발전되어야 할 위대한 신학적 유산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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