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새해를 맞은 가운데, 개개인의 신앙생활과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각 교단·교회별로 대림절, 성탄절, 주현절, 사순절, 부활절, 성령강림절, 맥추감사절, 추수감사절 등 다양한 교회 절기를 공유하고 있다.
먼저 1월 6일은 주현절(主顯節, Epiphany), 1월 7일은 주님의 수세주일이었다. 공현절(公現節)이라고도 불리는 주현절은 예수 그리스도가 세례를 받고 처음으로 공생애를 개시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영국 등 서방교회에서는 이 축제일을 그리스도가 동방의 박사들에게 나타난 날로서, 탄생 후 12일째 되는 날이라 하여 12일제(祭)라고 한다. 수세주일이란 주현절 후 첫째 주일을 말한다.
2월 11일 산상변모주일(Transfiguration of the Lord)은 예수 그리스도의 변화산 사건을 기념하는 주일이다. 2024년 재의 수요일은 2월 14일이며, 사순절 첫 주일은 2월 18일이다. 사순절이란 ‘40일’이라는 뜻으로,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부터 부활절까지, 주일을 제외한 40일의 기간을 말한다. ‘재의 수요일’은 ‘참회의 수요일’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렇게 불린 이유는 이날 예배에서 재(Ash)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재’는 참회와 회개, 유한성, 정화와 순수, 농경문화에서는 새로운 생명과 성장을 위한 밑거름 등을 의미한다.
3월 24일은 종려주일(棕櫚主日, Palm Sunday)이다. 부활절을 1주일 앞둔 주일로, 예수님께서 십자가 죽음을 위해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날을 기념하는 절기다. 마태, 마가, 누가, 요한 복음 등 사복음서 모두에 기록돼 있다(마 21:1-11, 막 11:1-11, 눅 19:28-38, 요 12:12-19).
종려주일 다음 날부터 부활 직전까지인 3월 25~30일은 고난주간(苦難週間, passion week)이며, 3월 29일은 주님이 십자가 달려 돌아가신 성금요일(聖金曜日, Good Friday)이다. ‘수난주간(受難週間)’으로도 불리는 고난주간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과 죽음을 기념하는 절기다.
3월 31일은 부활절(復活節, Easter)이다. 2세기 중엽부터 기독교의 중요한 절기로 자리잡은 부활절은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예수 그리스도가 무덤에서 다시 살아남을 기념하는 날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기독교의 핵심이자 중심 교리다. 일부 동방 교회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독교회는 춘분(春分) 당일 혹은 그 직후 보름달(滿月) 이후 첫 번째 일요일을 부활절로 정하고 있다.
5월 5일은 어린이 주일로, 미국 감리교와 미국 장로교는 이를 6월 둘째 주로 지정하고 있으나, 한국교회는 6월 첫 주일이었다가 1925년부터 5월 첫 주일에 지키고 있다. 한국의 어린이주일 초기에는 교회마다 꽃장식을 사용해 ‘꽃주일’이라 불리기도 했다.
5월 12일은 부모주일(父母主日, Parent's Sunday)이다. 미국에서는 1914년 미국 상원의 결의와 윌슨 대통령의 선언으로 어머니주일이 공포됐다. 한국교회는 1930년 6월 15일에 구세군에서 처음으로 어머니주일을 지켰고, 1932년 감리교 연합연회에서 5월 둘째 주일을 ‘부모(님)주일’로 지킬 것을 정식 결의한 후, 다른 교파에서도 5월 둘째 주일을 ‘부모주일’ ‘어버이 주일’ 또는 ‘어머니 주일’로 지키기로 했다.
5월 9일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하늘로 올라가셨음을 기리는 주님승천일, 5월 19일은 성령강림절(聖靈降臨節, Whitsunday), 5월 26일은 삼위일체주일(三位一體主日, Trinity Day)이다. 성령강림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이후 50일째이자 승천 10일째 되는 날로, 마가의 다락방에 모인 초대교회 성도들에게 성령께서 강림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행 2:1)이다. 성령강림절은 성탄절·부활절과 함께 3대 절기로 꼽힌다. 특히 성령강림절은 ‘교회의 탄생일’로 기념되고 있다. 성령강림절은 유대교의 3대 절기인 ‘오순절(五旬節, Pentecost)’과 같은 날이기도 하다. 삼위일체주일은 성부·성자·성령 삼위일체 하나님의 이름 아래서 신앙생활을 해 나가게 되는 첫날임을 기억하고 삼위일체 하나님께 영광 돌리기 위한 주일로, A. D. 10세기 전후부터 지켜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7월의 첫 주일 7월 7일은 ‘맥추감사주일(맥추감사절, 맥추절)’이다. 구약에서는 유월절 후 7주째 지켰다고 해서 ‘칠칠절(七七節, 출 34:22; 신 16:10)’이라고도 했다. 맥추감사절은 보리와 모맥 추수가 이뤄진 직후 행해지던 히브리인들의 전통적인 절기인 맥추절을 본딴 것이나,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는 의견도 많다. 요즘은 보리 농사를 잘 짓지 않을 뿐더러 도시 인구가 훨씬 많아, 맥추감사절을 지키지 않는 교회가 늘고 있는 추세다.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은 말 그대로 한 해의 추수에 대해 감사하고자 시작한 절기로, 교회에 따라 10월 마지막 주부터 11월 셋째 주 사이에 기념예배를 드린다. 한국교회 대부분은 11월 셋째 주 주일을 추수감사주일로 지켜, 2024년에는 11월 17일인 셈이다. 1908년 예수교장로회 제2회 대한노회에서 11월 마지막 목요일을 ‘감사일’로, 1912년 조선예수교장로회 제1회 총회에서 음력 10월 4일로 제정했다. 이후 1914년 제3회 총회에서는 선교사들이 한국에 처음 도착했던 11월 셋째 주 수요일로 조정했고, 1921년 장로교와 감리교 연합협의회에서 매년 11월 둘째 주일 후 수요일에 기념하기로 결의했다.
11월 24일은 왕이신 그리스도 주일(Christ the King)로, 1925년 교황 피우세 11세 때 처음 제정됐으며 1926년 처음 시행됐다. 세상 마지막 날에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기념하고자 교회력의 가장 마지막 주일로 배치됐다.
12월 1일은 대림절(降臨節, Adventszeit)의 첫 주일이다. 대림절이란 크리스마스 전 4주간 예수의 성탄과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절기로, 대림시기, 대강절, 강림절로도 불린다. 교회력은 대림절부터 시작하기에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뜻도 있다.
12월 25일은 성탄절(聖誕節)로 말 그대로 세상에 생명의 빛으로 오신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절기다. 성탄절이 보편적인 절기로 굳어지게 되는 것은 4세기경으로, 서방교회는 12월 25일을, 동방교회는 1월 6일을 예수님의 탄생일로 확정하고 성탄절로 지켰다. 우리나라는 미군정 시절 12월 25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