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 칼럼] 사랑 안에 있는 은혜, 은혜 안에 있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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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목사. ⓒ크투 DB

▲이경섭 목사. ⓒ크투 DB

◈‘하나님 사랑’을 결실케 하는 ‘은혜’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구원)’은 창세 전 ‘그의 기쁘신 의지(the good pleasure of his will, 엡 1:4-5)’에 따라 된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인’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우리의 반응 여하, 곧 ‘선·악간의 우리의 태도(롬 9:11)’에 의해 영향받질 않는다.

“그 자식들이 아직 나지도 아니하고 무슨 선이나 악을 행하지 아니한 때에 택하심을 따라 되는 하나님의 뜻이 행위로 말미암지 않고 오직 부르시는 이에게로 말미암아 서게 하려 하사(롬 9:11)”. 곧 그런 문제(선·악간의 우리의 태도)로, 우리를 싫어버리시지 않는다는 말이다.

“내가 땅 끝에서부터 너를 붙들며 땅 모퉁이에서부터 너를 부르고 네게 이르기를 너는 나의 종이라 내가 너를 택하고 ‘싫어버리지 아니하였다’ 하였노라(사 41:9)”.

‘우리에 대한 하나님 사랑(구원)’이 견고하고 흔들리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그리스도의 은혜’이다. 그것이 ‘하나님의 사랑’을 견고하도록 지지(支持)해 준다. 설사 우리의 잘못으로 ‘하나님의 공의’가 발동 돼 우리의 구원이 위태로울 수 있는 지경에 빠질지라도(물론 그럴 수는 없다) ‘그리스도의 은혜’가 그것을 견교하게 세워준다.

‘하나님의 사랑’을 ‘헤세드(ד ) 사랑’이라 함은 바로 그것이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이 은혜언약’에 기초한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은혜’가 ‘우리의 연약성으로 말미암은 구원의 실패’를 허락지 않아, 끝내 ‘하나님의 사랑(구원)’을 결실하도록 해 준다. 비록 그들이 잘못하여 하나님으로부터 ‘심한 징계의 매’를 맞을지언정 ‘그의 사랑’에선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

“비록 그들이 죄값을 치르고 있더라도, 그들이 원수의 땅에 잡혀가 있는 동안에, 나는 절대로 그들을 버리지 않겠다. 미워하지도 않고 멸망시키지도 않겠다. 그래서 그들과 세운 나의 언약을 깨뜨리지 않겠다. 내가 주 그들의 하나님이기 때문이다(레 26:44, 새번역)”.

“너희가 어찌하여 매를 더 맞으려고 더욱 더욱 패역하느냐 온 머리는 병 들었고 온 마음은 피곤하였으며 발바닥에서 머리까지 성한 곳이 없이 상한 것과 터진 것과 새로 맞은 흔적 뿐이어늘… 내가 또 나의 손을 네게 돌려 너의 찌끼를 온전히 청결하여 버리며 너의 혼잡물을 다 제하여 버리고 내가 너의 사사들을 처음과 같이, 너의 모사들을 본래와 같이 회복할 것이라(사 1:5-27)”.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아무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롬 8:38-39)”.

◈성부는 ‘사랑의 지위’를, 성자는 ‘은혜의 지위’를

‘성자 그리스도’는 ‘성부 하나님’께 ‘사랑의 지위’를 드리고 자신은 스스로를 낮추사 ‘성부의 사랑’을 구현시키는 ‘은혜의 지위’를 점하셨다. 이는 고린도 교회 성도를 향한 ‘삼위일체 축원’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교통하심이 너희 무리와 함께 있을찌어다(고후 13:13)”.

죄인 택자에게 사랑(구원)을 베풀고 싶으나 당신이 세우신 공의(公義, 죄인은 구원하실 수 없는)에 막혀 그것이 불가능하게 된 성부의 딜레마(dilemma)을 아신 성자께서 구속을 이루어 택자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구원)’을 성취해 드렸다. 성경은 이것을 ‘구속의 은혜’라고 했다.

그리고 이 ‘구속의 은혜’를 이루시려고 ‘성자 하나님’이 사람의 몸을 입고 오셔서 ‘죄의 대속물(代贖物)’이 되어 주셨다(마 20:28).

“그러나 이 제사들은 해마다 죄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 있나니 이는 황소와 염소의 피가 능히 죄를 없이 하지 못함이라 그러므로 세상에 임하실 때에 가라사대 하나님이 제사와 예물을 원치 아니하시고 오직 나를 위하여 한 몸을 예비하셨도다 전체로 번제함과 속죄제는 기뻐하지 아니하시나니 이에 내가 말하기를 하나님이여 보시옵소서 두루마리 책에 나를 가리켜 기록한 것과 같이 하나님의 뜻을 행하러 왔나이다 하시니라(히 10:3-7)”.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어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 2:6-8)”.

따라서 죄인이 ‘구원(하나님의 사랑)을 받으려면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그의 구속의 은혜’를 힘입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라’는 말은 곧 ‘그의 구속의 은혜를 힘입어 구원(하나님의 사랑)을 받으라’는 뜻이다.

◈사랑 안에 있는 은혜, 은혜 안에 있는 사랑

택자에 대한 모든 것의 시원(始原)은 ‘하나님의 사랑’이다. 그 ‘사랑’에서 모든 것이 따라 나왔다. 우리에 대한 ‘구원의 경륜’도, ‘우리의 구원을 위해 독생자를 내어주신 것’도 ‘우리에 대해 오래 참아주시는 자비’도 다 ‘그의 사랑’으로 말미암았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요 3:16)”,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에게 이렇게 나타난바 되었으니 하나님이 자기의 독생자를 세상에 보내심은 저로 말미암아 우리를 살리려 하심이니라(요일 4:9)”,“오직 너희를 대하여 오래 참으사 아무도 멸망치 않고 다 회개하기에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벧후 3:9)”.

앞서 ‘그리스도의 은혜’가 ‘우리에 대한 하나님 사랑’을 견고케 한다고 했는데, 보다 정확히는 ‘하나님 사랑’이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은혜’를 입혀 우리에 대한 그의 사랑을 견고케 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옳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 사랑’이 우리에게 ‘그리스도의 은혜’를 입혀 우리에게서 ‘그의 사랑(구원)’이 결실하게 했다는 말이다. 만일 ‘하나님 사랑’이 없었다면, ‘그리스도의 은혜’도 ‘구원’도 없었다.

“로마에 있어 ‘하나님의 사랑’하심을 입고 성도로 부르심을 입은 모든 자에게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 좇아 ‘은혜’와 평강이 있기를 원하노라(롬 1:7)”.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를 ‘사랑’하시고 영원한 위로와 좋은 소망을 ‘은혜’로 주신 하나님 우리 아버지께서 7너희 마음을 위로하시고 모든 선한 일과 말에 굳게 하시기를 원하노라(살후 2:16-17)”.

그러나 전체 성경의 가르침으로 보면, 이렇게 ‘하나님의 사랑’과 ‘그리스도의 은혜’를 구분 짓는 것은 ‘아버지와 아들이 동등일체이신 삼위일체 하나님’께는 크게 의미가 없다. 실제로 성경이 ‘그리스도를 사랑의 주체’로 말하고, ‘하나님의 사랑’과 ‘그리스도의 은혜’를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몸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 2:20)”,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강권하시는도다 우리가 생각건대 한 사람이 모든 사람을 대신하여 죽었은즉 모든 사람이 죽은 것이라(고후 5:14)”.

우리가 흔히 ‘하나님 사랑이 그리스도의 은혜를 있게 했다, 하나님 사랑이 없었다면 그리스도의 은혜도 없었다’며 ‘하나님 사랑을 그리스도의 은혜 앞에 존치시키는 것’은 다만 ‘형식과 논리상의 구분’일 뿐이다. ‘하나님 사랑 안에 그리스도의 은혜’가 있고, ‘그리스도의 은혜 안에 하나님의 사랑’이 있다.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학술 고문, https://blog.naver.com/PostList.nhn?blogId=byterian ) 저·역서: <이신칭의, 값싼 은혜가 아닙니다(CLC)>,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기독교신학 묵상집(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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