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칼럼] 예수는 열심당원(Zealot)이었던가?(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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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예수 논구 시리즈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 샬롬나비 상임대표,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I. 세상 나라에 대항하여 하나님 나라를 증거한 랍비

 1. 황제 통치에 대한 예수의 비판적 태도

예수는 사회적으로는 하나님 나라를 증거한 랍비( רַבִּי, rabbi)였다. 그는 나사렛이라는 변두리 마을에서 자라난 서민 출신이었으며 하나님 나라의 복음전파를 소명으로 살았다. 예수가 전파한 하나님 나라 복음은 로마 황제의 세상 통치에 대하여 비판적인 것으로 들릴 수 있었다. 그래서 예수의 하나님 나라 복음은 열심당(Zealots)이 내걸었던 반(反)로마주의와 하나님 나라 사상에 외면적으로 동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그래서 독일 신약학자 게르드 타이센(Gerd Theißen)은 예수의 복음운동이 상징정치적 의미를 갖는다고 해석한 바 있다.

열심당원들은 유대의 율법과 고유풍습을 열광적으로 수호하는 국수(國粹)적인 사람들이었고, 다가오는 하나님 나라에 대하여 불타는 열정을 가진 자들이었다. 이들은 제신(諸神)들에게 우상숭배하는 로마 황제가 신성모독 행위를 한다고 하여 이에 저항한 전투적인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우상숭배가 있는 한 이 세상에 신의 진노가 있다”고 믿는 종교적 광신자들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로마 황제가 유대를 통치할 아무런 권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로마 군대에 대하여 무력저항을 하였다. 그리고 이들은 외투 속에 단검(sicae)을 지니고 다니면서 우상숭배자들이나 신성모독자들을 살해하였기 때문에 시카리이(Sicarii, 자객(刺客)들)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이들은 호전적이고 냉혹한 자들이었다. 이들은 하나님의 나라가 무력적인 권력쟁취를 통하여 이 지상에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마카비 형제의 반란(주전 167년) 그리고 마사다에서의 집단 죽음의 항전(抗戰)(주후 74년)이 유대역사에 나타난 열심당의 그 대표적인 투쟁 예들이다.

 2. 헤롯왕에 대한 예수의 비판적 태도

예수는 유대인으로서 로마군에 의한 팔레스타인 점령을 비판적으로 보았다. 헤롯 왕은 로마 황제에게 아부하고, 동생의 아내 헤로디아와 결혼한 불윤(不倫)을 비판한 세례자 요한을 처형하는 등 살인행위를 자행하였다. 예수는 그를 ‘여우’라고 부르면서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래서 예수가 열심당원이 아닌가라는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는 로마나 헤롯 통치를 반대하도록 군중들을 선동하거나 이들에 대하여 공개적인 비판적인 설교를 하지는 아니하였다. 예수가 추구했던 이상(理想)은 사랑과 황금율의 실천이었고 그가 추구한 나라는 이 세상의 나라가 아니라 이 세상을 초월하는 하나님의 나라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수의 사상은 그가 빌라도에 의하여 심문받았울 때 그가 빌라도에게 대답한 다음 말씀에서 가장 명료히 드러난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 만일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 것이었더라면 내 종들이 싸워 나로 유대인들에게 넘겨지지 않게 하였으리라 이제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요 18:36). 스위스의 신약학자 오스카 쿨만이 말하는 바 같이 예수가 선포하고 실천한 종말론적 급진주의(eschatological radicalism)는 열심당이 추구하고 행동화했던 정치적 급진주의(political radicalism)와는 달랐다.

II. 열심당원으로 오해: 예수 바라바(Jesus Baraba)와 나사렛 예수(Nazareth jesus)

1. 예수는 정치적 반란자로 고발됨

우리는 사복음서를 읽으면서 예수가 열심당원으로 오해될 수 있는 여지를 여러 군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유대인 공의회 산헤드린(Sanhedrin)은 예수를 지지하는 군중의 움직임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에는 자신들이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을 두려워하였다. 그리하여 이들은 로마로부터 면책을 받기 위하여 예수를 로마에 대한 정치적 반란자로 고발할 것을 결의한다. 복음서 저자 요한은 이 사실을 다음같이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제사장들과 바리새인들이 공회를 모으고 이르되 이 사람이 많은 표적을 행하니 우리가 어떻게 하겠느냐. 만일 그를 이대로 두면 모든 사람이 그를 믿을 것이요 그리고 로마인들이 와서 우리 땅과 민족을 빼앗아 가리라”(요 11:47-48). “이 날부터는 그들이 예수를 죽이려고 모의하니라”(요 11:53). 최근 사해지역에서 발견된 시몬 바르 코크바(Simon Bar Kokhba)의 두 서한(書翰)에 의하면 빌라도에 있어서 예수의 사건은 당시 열심당원의 사건과 동일한 범주로 취급되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를 체포한 자들은 로마의 보병대였다. 그러므로 예수는 로마의 죄수였다. 대제사장 앞에서 있었던 예비적인 심문은 빌라도의 판결이 유대인들의 감정을 상하지 않기 위한 도덕적인 심문이었다. 실질적인 재판은 빌라도 앞에서 행해졌음으로 예수의 재판은 정치적인 재판이었다. 도덕적인 책임은 대제사장에게 속하며, 법적인 책임은 빌라도에게 속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예수는 당시 스데반처럼 유대인의 처형방식인 돌로 처형되지 않고 로마의 사형방식인 십자가형에 처해졌던 것이다. 그리하여 예수의 십자가에 써 붙인 죄목의 명패도 “유대인의 왕 나사렛 예수”라는 로마에 대한 반역, 즉 로마지배를 받는 이스라엘에서 왕의 통치를 기도한 열심당의 반역으로 명시되었다.

2. 예수 행위를 열심당 행위로 해석

독일의 신학자 아이슬러(Robert Eisler)는 예수를 정치적 선동가로 해석하였다. 아이슬러는 1929/30년 그의 저서 「예수 통치하지 않는 왕」(Jesous basileus ou basileusas)에서 “예수는 묵시주의 영향을 받은 정치적 혁명가였으며 예루살렘에서 소요를 일으키고 로마인들에게 붙들려 처형당했다”고 피력하였다. 이 저서는 1930년대 독일의 나치시대라는 특별한 상황 속에서 지속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1960년대 들어서서 브린든(Samuel George Frederick Branden)이 「예수와 열심당」(Jesus and the Zelots)에서 예수를 정치적 혁명가로 보는 해석을 다시 제시했다. 1960년대 혁명과 정치신학을 이끈 아이슬러와 브랜든의 논제는 예수의 성전 정화란 하나의 폭력행위였고, 군중들이 예수를 다윗의 아들이요 다윗왕조를 재건하는 자로 경배하는 것, 그리고 유대인의 왕이라는 죄명을 쓴 예수의 십자가형은 그가 혁명가요 혁명가로서 처형당한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한다.

이러한 혁명신학적 해석은 앞서 설명한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에서 보여준 평화의 왕으로 상징된 예수의 행위와는 너무나도 상반되는 해석으로서 복음서에 나타난 역사적 예수에 대한 정치신학적 왜곡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해석은 정복자처럼 말과 군대를 끌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지 않으시고 종려나무 가지를 펴 놓은 길에 제자들이 겉옷을 펴 놓은 빌린 당나귀를 타고 평화를 상징하는 당나귀를 타고 입성한 나사렛 예수의 모습을 왜곡하는 해석이다. 이는 마태가 해석하는 바 같이 예언자 스가랴의 예언의 성취로서 이해된다: “시온의 딸아 크게 기뻐할지어다. 예루살렘의 딸아, 즐거이 부를지어다. 보라 네 왕이 네게 임하시나니 그는 공의로우시며 구원을 베푸시며 겸손하여서 나귀를 타시나니 나귀의 작은 것 곧 나귀 새끼니라”(마 21:5; 슥 9:9). 여기서 “왕” 그리고 “다윗의 자손”이라는 호칭은 정치적인 용어가 아니라 구속사적인 용어로 해석되어야 한다.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기 위해 폭력을 정당화 한 1960년대 유행한 혁명의 신학은 2000년 들어와서 지나갔다. 아무리 종교적으로 이상적인 동기가 부여되었다 하드라도 폭력은 인간성이 아니라 비인간성에 이용당한다. 종교적 동기가 부여된 폭력이 불러오는 잔인한 결과는 오늘날 2010년대 이슬람 근본주의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잔인한 참수와 파괴의 결과에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폭력은 하나님 나라와 인간애의 나라를 세우지 못한다. 폭력은 적그리스도의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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