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 속 크리스천의 활약… 교회와의 ‘윈윈’ 전략은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관련 사역자들이 말하는 고민과 대안

▲JTBC ‘싱어게인3-무명가수전’에서 최종 1위를 차지한 58호 가수 홍이삭. ⓒJTBC ‘싱어게인3-무명가수전’
▲JTBC ‘싱어게인3-무명가수전’에서 최종 1위를 차지한 58호 가수 홍이삭. ⓒJTBC ‘싱어게인3-무명가수전’

얼마 전 JTBC ‘싱어게인3-무명가수전’에서 58호 가수 ‘유통기한을 알고 싶은 가수’ 홍이삭이 최종 1위를 차지하며, 이승윤·김기태에 이어 ‘싱어게인’의 전 시즌 우승자가 기독교인으로 기록됐다.

대중가요 무대에서 기독교인의 활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거미, 김범수, 박기영, 박정현, 악뮤(AKMU, 악동뮤지션, 이찬혁, 이수현), 이수영, 조성모 등 셀 수 없이 많은 기독교인들의 목소리는 대중에게 영향력을 끼쳐 왔으며, 심지어 소향, 헤리티지, 비와이와 같이 기독교적 정체성을 가감 없이 드러낸 이들도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이러한 기독교인들의 활약이 교계와 사회에 어떻게 시너지를 발휘하며 긍정적 영향을 끼치며 또한 CCM계의 발전을 불러올 수 있을지, 그간 관련 분야에서 활동해 온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봤다.

비기독교인에게도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CCM 사역자의 도전, CCM 정신과도 맞아
긍정적인 많은 도전 필요… 자양분 될 것
찬양으로 복음 전하는 사역자 기억해야

기독교계 각종 대형 공연과 미디어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다 최근 한국기독교청년문화재단 설립까지 추진하고 있는 은희승 대표는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있었는데, 연주하는 분부터 기독교인들이 많았다. 적어도 음악 카레고리 안에서 기독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재를 양성하는 생태계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또 “어떤 오디션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 해도 그 이후의 선택이 중요한 것 같다. 세상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건강한 노래를 할 수 있는 가수로 남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해외 유수의 레이블을 국내 시장에 유통해 왔을 뿐 아니라 각종 CCM에 대해 소개해 온 인피니스의 신광호 차장은 “대중에게 크리스천의 목소리가 호소력이 있는 이유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없다. 그래도 굳이 인과관계를 설명하라면, 가사에 기독교적인 마인드를 담아 하나님을 향한 마음으로 불렀을 때 듣는 이들의 가슴을 더 잘 울린 건 아닌지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래도 ‘그 가수가 호소력 있게 잘 부른 것’이라고 대답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했다.

▲블랙가스펠 헤리티지와 김범수, 비와이의 컬래버레이션 공연. ⓒMnet ‘The Call’
▲블랙가스펠 헤리티지와 김범수, 비와이의 컬래버레이션 공연. ⓒMnet ‘The Call’

그는 또 “성적과 상관없이 크리스천 또는 CCM 사역자가 오디션을 통해 일반 음악계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이고, 더 많은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동시대 적인 크리스천들의 음악’인 CCM(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의 정신과도 맞다. 예배를 위한 것이 아닌, 크리스천과 넌크리스천 모두를 대상으로 한 현대 음악이 CCM이기 때문”이라며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 일반 음악계 활동도 하면서 힘들겠지만 교회 사역도 활발히 병행한다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에 관심 있는 많은 크리스천들의 일반 오디션 도전은 결과에 상관없이 CCM계가 발전하는 자양분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물론 기독교 사역으로만 부르심을 받아 활동하는 CCM 사역자들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짧은 기간이지만 필자도 CCM 사역자로 활동했기 때문에 그들의 사역이 얼마나 귀하고 또 어려운지 잘 안다. 쓰임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디션을 통한 도전은 큰 자본 없이도 많은 크리스천 뮤지션들이 자신들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될 수 있고, 끊임없는 노력과 싸움이 필요한 것이라 쉬운 길은 결코 아니겠지만, 확고한 신앙을 바탕으로 일반 씬과 교회사역까지 병행한다면 그보다 좋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번개탄’을 통해 각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며 청소년 사역에 힘써 온 임우현 목사는 “일반 음악을 하는 크리스천들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각 분야에 있는 서로를 소중히 생각하고 함께하는 문화가 이뤄지면 좋을 것 같다”며 “한편으로 CCM만 하는 사람들을 귀하게 여겼으면 한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일반인에게 CCM이 알려지고, 찬양이 퍼지고,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찬양으로 복음 전하는 분들을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마르지않는샘 리더로 활동해 왔고 한국찬양사역자연합회에서 총무이자 한국기독음악협회 운영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유제범 목사는 오랜 기간 CCM 사역자로 살아오면서 받은 개인적 느낌을 나눴다.

유 목사는 “크리스천이면서 일반 대중음악에도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가수들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서 신앙생활했던 사람들이, 각각의 상황에서 느끼고 깨달은 하나님의 대한 마음을 음악과 접목시켜 자연스럽게 찬양으로 연결된 삶을 살아 왔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음악은 갇혀 있는 틀 속에서의 교육으로 이뤄진 것이 아닌,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우고 깨닫게 된 것이다. 크리스천 사역자들의 목소리가 호소력이 있는 이유는, 사람을 위한 노래가 아닌 하나님을 향한 찬양을 부르기 위해서 살아 온 시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음악적 장르로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7080년대 교회에서 제한했던 음악 스타일이 2000년대 이후 많은 장르로 확장됐고, 다양한 음악스타일을 접하게 됐기 때문에 일반 음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크리스천 아티스트들이 계속 발굴되고 세상으로 나온다면 더욱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CCM사역자라고 하면 찬양사역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현재 사역자들의 삶의 어려운 부분들을 볼 때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회를 많이 갖고 도전해 보라’고 하고 싶다. 물론 온전한 기독교 신앙관을 가지고 가지 않으면 오히려 세상문화에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신앙 훈련을 꾸준히 받고 더 적극적으로 도전해서 문화로 선교하는 삶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향후 방향 중요… 교육·지원사격 필요
설 자리 없고, 생계도 위협받는 차세대
소통할 수 있는 언어와 문화 만들어야

한편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1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더 발전하고 긍정적 영향을 주기 위해서 마주해야 할 문제점과 한계, 한국교회가 기울여야 할 노력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오랜 기간 많은 CCM 사역자들과 가수, 각 분야의 크리스천들과 함께 각종 공연과 페스티벌, 북클럽, 수련회, 세미나, 교육 등을 진행해 온 백종범 목사(수상한거리 대표)는 “이번 ‘싱어게인’에 홍이삭뿐 아니라 이젤, 임지수 등 크리스천이 정말 많았다. 이들과 함께 세상에 굉장한 영감과 시너지를 줄 수 있지만, 준비가 부족하다”며 “대중 활동과 기독교 활동을 함께할 수 있으면 좋지만, 기독교 정체성을 드러내거나 병행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특히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면 이 점이 심각해진다. 일단은 그 자체에 대해 기독교계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제가 가르치는 학교의 CCM학과에만 수백 명의 학생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이 기독교 안에서 갈 수 있는 무대가 없고, 행사를 가도 페이가 없어 일반음악으로 갈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 이런 점에 대해 같이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며 “음악과 영성은 떼어 놓을 수 없다. 그렇기에 실력 있는 크리스천 아티스트는 계속 나올 것이다. 그런데 이들을 단지 교회에 부를 뿐 아니라, 지원사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계 안과 밖, 대중문화, 메스미디어의 다양한 언어와 메시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교육이 필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배워야 하고, 돕고 교감할 수 있는 마인드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반이 마련됐을 때, 이러한 아티스트와 같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대중과 하나의 좋은 다리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 문화도 발전하고 좋아질 것”이라며 “문화가 잘 마련됐을 때 기독교 정체성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신인사역자를 소개하기 위해 진행됐던 ‘반짝반짝 빛나는’ 콘서트. ⓒ크투 DB
▲신인사역자를 소개하기 위해 진행됐던 ‘반짝반짝 빛나는’ 콘서트. ⓒ크투 DB

한국교회의 각종 행사를 진행해 온 예수문화교회의 김상준 목사도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크리스천 아티스트가 우승을 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기독교계는 이러한 부분을 공유하는 일에 한 발 늦는다”며 “대중가요에서 세대 변화가 일어나듯, 교계 안에서 세대 변화가 필요한데 잘 이뤄지지 않는다. 다음 세대에게 기회가 없다. CCM 대회에서 우승을 하더라도 활동을 할 수 있는 생태계가 없으니 발전적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독교가 가치를 대중과 공유하거나 끌어낼 수 없게 되면 세상과 분리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고, 이는 전체 문화계에도 영향을 준다”며 “이러한 것에 부담을 가진 분들이 함께 연합하며 노력하고, 고칠 수 있는 것을 찾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컨티넨탈싱어즈 지휘자를 거쳐 음반 발매뿐 아니라 각종 대학에서 교수로서 후진 양성에 힘쓰고 각종 오디션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등 CCM 사역을 위해 오랜 기간 헌신해 온 김명식 씨는 “펜을 가지고 무얼 쓸지, 차를 타고 어디를 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크리스천이 대중과 소통할 수 있을 만한 음악적 역량을 가지고 인정받은 것은 참 귀하다. 그런데 앞으로 무엇을 담아내고, 무엇을 부르고,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가 더 중요한 일”이라며 “현실적으로 기획사에 소속되면 활동이 제약이 생긴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활동할 수 없고 자신이 생각하는 노래를 발표할 수 없는 일이 생기게 될 것이고,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큰 숙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그는 “교회가 단지 사람을 집회에 불러 소모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잘 품어 주고 인정해 주고 다음 행보를 잘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아울러 차세대에 클 수 있는 사람,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들을 교육하고, 경험할 기회를 주고, 역량을 키우고, 그 사람이 인생을 걸고 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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