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 상태 보였던 배달 물꼬 다시 트여
100일 동안 37,800여 권 北·中 등지에
1983년 중국의 우중충한 낡은 건물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던 이삭 목사에게 한 여인이 다가와 “그 성경, 우리에게 주고 갈 수 없소?”라고 말을 건넸다. 이삭 목사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손에 들고 있던 성경책을 조선족 아주머니에게 넘겨 줬다. 그러고 2년 후, 모퉁이돌선교회가 서울에서 조직돼 성경 배달을 시작했다.
80년대 초, 중국을 방문한 이삭 목사가 처음 본 조선족 성도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간절히 사모했다. 성경 한 권을 얻으려고 수십 년을 기도한 이들도 있었다. 성경을 그들에게 직접 가방에 넣어서 배달하고, 그들을 통해 북한으로 들여보내면서, 고난받는 성도들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위로해 온 시간이 어느덧 38년이 흘렀다.
이러한 가운데 모퉁이돌선교회가는 “2024년 사역은 통일 이후를 준비하는 데 중점을 두어 감당하고자 한다”며 “그 중에서도 핵심은 바로 성경 배달”이라고 밝혔다.
모퉁이돌선교회는 “신앙의 자유를 빼앗기고 고통당하는 북한 성도들이 하나님을 자유롭게 예배하고 복음을 전하고 들을 수 있도록 더욱더 힘써 말씀을 배달해야 한다”며 “‘전파하는 자가 없이 어찌 들으리요’라고 한 로마서 말씀처럼, 북한 사람들이 하나님을 알고 경외하기에 이르기까지 성경 배달은 멈춰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성경 배달을 통한 영혼 구원의 중요성은 20여 년 전 모퉁이돌선교회에서 보낸 성경을 북한에서 받고 예수를 영접한 심 목사의 일화에서 잘 드러난다. 북한군의 중좌였던 그는, 성경책을 읽다가 ‘구약의 완성을 위해 이 땅에 오신 주님이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죽으셨다’는 구원의 진리를 깨닫고 목 놓아 울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심 목사는 탈북 후 중국에 있는 현장 일꾼을 도와 모퉁이돌선교회가 보낸 성경을 운반하는 일에 동참했었다. 당시 일을 회상하며 ‘그때 내 손에 배달된 성경이 많은 영혼들의 손에서 손으로 옮겨가며 읽힐 것이다. 그리고 천하보다 귀한 영혼들이 구원의 반열로 옮겨질 것이다. 그렇게 옮겨진 성경이 바로 평양에 있는 나에게도 전달되었을 거라 생각하니 더 감동이 밀려왔다’고 이야기했다”며 “통일 이후를 준비하는 첩경이 성경 배달에 있음을 시사해 주는 고백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지난 3년간 코로나로 잠시 소강 상태를 보였던 성경 배달의 물꼬가 다시금 트이고 있다”며 “북한어 성경과 중국어 성경을 보낼 수 있는 새로운 길들이 열리고, 여행 제한이 완화되면서 선교지로 직접 성경책을 운반해 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나라에서 민족으로’ 선교 전략을 수정했다. 그와 함께 성경을 배달하는 지역에도 변화가 생겼다. 가령 북한어 성경을 북한 내부로만 보내는 것을 나라 중심의 전략이라고 한다면, 중국, 러시아, 라오스, 이란, 알제리 등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해외에서 체류하는 북한 사람들에게 성경을 보내 복음을 전하는 것은 민족 개념을 적용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모퉁이돌선교회가 성경을 배달하는 지역이 다변화되고, 이전보다 확대됐다”고 밝혔다.
모퉁이돌선교회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100일 남짓한 기간 동안 북한과 중국, 아랍과 이스라엘, 그리고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에게 총 10여 톤에 달하는, 무려 37,800여 권의 성경책을 배달했다. 한번에 대량으로 들어간 건도 있지만, 다수는 개인이나 소수가 소량의 성경을 들고 여행이나 사업 등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배달됐다.
모퉁이돌선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에 목마른 주의 백성이 있는 선교 현장까지 직접 성경책을 가지고 가서 말씀이 참된 양식과 음료가 되는 것을 실감하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2024년에 많은 회원들이 성경 배달에 참여하고, 복음이 제한된 곳에서 역사하시는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성경 배달 사역을 통해, 선교 현장의 많은 영혼들이 위로받는 새해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