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은 자신의 능력과 지혜 감추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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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서평] 복음이 제시하는 유일한 기쁨의 길, 겸손

겸손, 나를 내려놓는 기쁨
개빈 오틀런드 | 이지혜 역 | 생명의말씀사 | 128쪽 | 11,000원

이 책은 ‘복음대로 삶’ 시리즈 마지막 책이다. 빌립보서 1장 27절에서 2장 3절 내용을 바탕으로 복음에 합당하게, 연합하여, 용기 있고, 겸손하게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시리즈에서, 마지막으로 겸손하게 살아가는 것이 복음의 가치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부합하는지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개빈 오틀런드로 개혁된실천사에서 2023년 출간된 <목숨 걸 교리 분별하기> 저자이기도 하다. 참고로 <온유하고 겸손하니>, <더 깊게>를 쓴 데인 오틀런드와 헛갈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개빈은 데인이 자신의 형이라고 이 책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형이 자신보다 더 유명하고 훌륭한 저자라고 치켜세우며 자신을 겸손히 낮춘다.

‘겸손’이라는 단일 주제를 다룬 책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앤드류 머레이의 <겸손>, 그리고 겸손을 다룬 머레이의 여러 책들, 제리 브릿지스의 <겸손의 축복>, 한나 앤더슨의 <겸손한 뿌리> 정도가 전부다.

가장 현대적 감각을 가지고 성경이 정의하는 겸손, 특별히 복음에 합당한 행실로서 겸손이라는 삶의 태도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되어야 할지 제시한 책으로 개빈 오틀런드의 <겸손>은 참 잘 쓰인 책이다.

그리스도인 중에서 ‘교만’을 추구해야 할 덕목으로 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겸손’은 기독교 밖에서도 아름답고 고귀한 덕목으로 취급되고 기독교 안에서는 “내게 배우라”고 말씀하신 예수님께서 자기를 따르는 자들에게 요구하신 분명한 덕목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체질적으로, 본성적으로 겸손보다는 교만으로 기울어져 있다. 겸손은 옳은 것이지만, 우리 육신은 겸손을 기뻐하지 않는다. 남들이 나를 낮출 때, 분노하고 실망한다. 남들이 나를 높일 때, 기뻐하고 만족한다. 남들이 나를 높여주지 않을 때, 낙심한다.

그런데 오틀런드는 이 책의 부제로 ‘나를 내려놓는 기쁨’을 달았다. 책을 쓰기 위해 갖춘 유일한 자격으로 “매사 부족해서 겸손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저자는 “겸손은 우리를 회복하고 정상으로 되돌리며 우리 영혼에 좋다”라고 말한다. “우리를 기쁨으로 되돌리는 겸손의 능력을 이해하라(16-17쪽)”고 요청한다. 겸손은 단순히 성경의 분명한 명령일 뿐 아니라, 성경이 약속한 기쁨의 통로라는 것이다.

▲하나님은 이름 없는 들풀도 입히고 먹이신다. ⓒ픽사베이

▲하나님은 이름 없는 들풀도 입히고 먹이신다. ⓒ픽사베이

저자는 먼저 겸손에 관한 오해를 불식시킨다. 겸손은 자신의 능력과 지혜를 감추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겸손은 건강하게 자신과 다른 이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겸손은 또한 자기 혐오가 아니다. 참된 겸손은 오히려 하나님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올바른 방식으로 사랑한다. 마지막으로 겸손은 나약함이 아니다. 진짜 겸손은 바울의 말처럼 언제든 자신을 높여주실 수 있는 능력의 하나님으로 인해 모든 것을 내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하다.

한 마디로 겸손은 “나를 내려놓음으로 기쁨에 이르는 것이다(25쪽)”. 오틀런드는 범사에 하나님을 인정하고, 그분의 주권 아래 자신에게 허락하신 모든 것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삶을 겸손한 삶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삶의 완전한 모델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성육신과 공생애, 십자가를 통해 예수님은 최고의 겸손을 보여주셨다. 그리고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최고의 겸손을 보이신 예수님께 가장 높은 이름을 주시고 그분을 가장 높은 자리에 앉히셨다.

복음은 우리의 죄를 밝혀 겸손하게 만들고, 압도적인 하나님 사랑을 보여줌으로 그 사랑을 받기에 너무도 합당치 않은 우리 자신을 낮춘다. 복음의 무게에 맞춰 사는 삶은 그래서 겸손히 자신을 건강하게 누르는 삶이다.

저자는 이어서 아주 구체적으로 자만을 없애고 겸손을 갖추는 삶의 방식을 소개한다. ①잘 듣기 ②감사 연습 ③비판을 통해 배우기 ④삶의 즐거움 개발 ⑤약점 끌어안기 ⑥자신을 희화화하기 ⑦묘지 찾기(죽음을 생각하기) ⑧우주를 공부하기(더 크고 광활한 것을 감상) ⑨천국 예배 묵상하기 ⑩모든 일을 겸손하게 하기.

또 교회에서 겸손이 구체적으로 인도자를 통해 어떻게 나타나야 할지 제시한다. ①타인을 신뢰하기 ②주변 사람 의지하기 ③격려하는 환경 만들기 ④온화하게 바로잡기 ⑤기꺼이 사과하기. 또 동료 사이에서 어떻게 겸손한 태도를 갖출 것인지와 리더에게 어떻게 겸손한 태도로 반응할 것인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부록에서는 SNS 사용에 있어 겸손이 어떻게 드러나야 할지 이야기해 준다.

결론에서 저자가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처럼 “겸손은 우리가 지금껏 상상해 보지도 못했던 기쁨의 땅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다(118쪽)”. 내 힘으로 얻어내려 하는 인정과 만족과 기쁨을 내려놓을 때, 주님이 부어주시는 기쁨과 만족이 있다.

주님은 “그러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라”고 약속하셨다. 분주하게 자신을 높이려는 경쟁으로 온통 가득 찬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이 아니면 누가 쉼을 누리는 삶을 살 수 있겠는가? 복음은 우리를 그런 겸손의 삶으로 초대한다. 개빈 오틀런드가 <겸손>에서 말한 ‘나를 내려놓는 기쁨’을 독자가 모두 맛보고 복음에 합당한 그 유일한 길로 정진하기를 간구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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