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 목사 특별 인터뷰①] ‘위기 징후 15가지’ 편
데이터는 교회의 ‘예정된 종말’을 말해줘
임영웅과 목회자, 누가 더 많이 위로 줄까
유튜브, 지루할 틈 없어… 3040 이해해야
전도·개척학 사라진 신학의 사변화 위기
교회 성장에 겉멋 들어 ‘선교적 교회’ 상실
“내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 거룩한빛광성교회를 대표적인 한국교회의 개혁 모델로 성장시킨 정성진 원로목사에게 누군가 목회철학을 물어올 때마다 그는 이렇게 답한다고 했다. ‘나 하나’가 죽는다고 세상은 변하지 않지만, 그 정신이 전해지고 전해져 공동체 전체에 흐르면 강력한 힘이 생긴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담임목회 은퇴 후 한국교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크로스로드의 이사장으로 섬기고 있는 정 목사는, 얼마 전 자신이 대표로 몸담았던 미래목회포럼에서 ‘3만 달러 시대 위기론’를 꺼냈다. 한국사회는 발전했지만 종교인구는 서구화되고, 신학교마다 ‘전도학’이 사라지는 등 신학이 사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설을 앞두고 일산 크로스로드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한국교회 위기 징후를 15가지로, 또 그 위기 대응 방안 역시 15가지로 정리했다며 운을 뗐다. 변화와 개혁이 너무나 당연한 과제라서 오히려 귀 기울이려는 이들이 적었던 탓일까. 그는 먼 길을 찾아온 기자의 발걸음을 무척 반겼다.
그는 “삼성을 초일류로 바꾼 구호는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였다”며 “한국교회는 본질을 제외하고 모든 것에 개혁을 시도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개혁’은 ‘가죽(革)을 벗긴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남을 개혁시키는 것은 전쟁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교회여, 스스로 변화를 시도하라’ 이 말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정 목사와의 인터뷰를 1부 ‘위기 징후 15가지’와 2부 ‘대응 방안 15가지’로 나눠 게재한다.
‘3만불 위기’, ‘저출산’, ‘신뢰도 하락’
그가 진단한 한국교회의 위기 징후. 그 첫 번째는 앞서 거론한 ‘3만 불 시대’다. 그는 “사람들이 이를 놓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소득이 3만 불을 넘긴 국가에서 종교는 쇠락했다”며 “한국은 1994년 1만 불을 넘긴 후 지표상 그 이듬해부터 기독교의 상승세가 꺾였다. 2017년 마의 장벽인 3만 불 시대가 열렸고, 헌금이 줄어든 것은 이미 오래 전 이야기”라고 했다.
정 목사는 신대원 3학년 재학 시절이던 1998년, 학생회장 신분으로 스위스를 방문했다. 그때 이미 ‘이 나라에서 교회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회복지제도가 하나님을 대신한다”는 게 현지인의 진단이었다. 영국의 신학자 레슬리 뉴비긴이 인도선교를 떠난 지 35년 만에 돌아온 그의 고국은 ‘피선교지’로 변했고, 한국도 그 길을 답습하고 있다고 정 목사는 말했다.
위기 징후 두 번째는 ‘종교인구의 서구화’다. 한국의 비종교인구는 2004년 47%에서 2023년 63%까지 치솟았다. 불교, 천주교, 개신교 등 모든 종교를 합친 인구가 3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서구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양새다.
정 목사는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황금어장’이라 불렸던 군대다. 이전에 (수백 명 규모의) 대대 평균 교회 출석 장병이 50명이었다면 지금은 20명 수준이다. 상병의 월급이 60만원을 넘어서 피자, 치킨도 쉽게 먹을 수 있다. 핸드폰 사용도 가능하다. 교회에서 제공하는 간식은 이제 ‘약발’이 안 받는다. 시대가 급변하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세 번째 징후는 ‘고령화’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의 인구는 18.4%. 2024년에는 20%를 넘는다. 교회의 고령화는 그보다 더 급격하다. 정 목사는 “2021년 기준 교회에서 60대 이상은 59%”라며, 초고령화가 이미 현실이라고 했다.
네 번째는 ‘출산율’이다. 2023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7%를 기록했다. 1961년 6명, 1984년 2명, 2005년 1.09명에서 급락했다. 25~49세의 미혼 남성은 47.1%에 이르렀다. 그는 “교회학교 적령인구가 19.8% 줄어들 때, 교회학교 아이들은 36% 줄어들었다”고 했다.
그는 “목회학은 신학을 배워 사람에게 전하는 인간학이다. 인간학은 인문학이고, 인문학은 사회학이며, 사회학은 곧 통계학이다. ‘빅데이터’가 중요하다. 하늘의 소리를 듣고 사람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하는데, 목회자들이 데이터에 눈을 감고 있다. 수치는 ‘예정된 종말’을 말해주고 있다”고 했다.
다섯 번째는 ‘신뢰도 하락’이다. 2021년 기준 기독교에 대한 호감도는 25.3%로, 천주교 65.4%, 불교 66.3%에 크게 못 미쳤다. 정 목사는 “코로나 기간 신천지와 겹치며, 신뢰도는 더 낮아졌다. 젊은이와 지식인이 더 이상 찾지 않는 종교가 돼 버렸다”고 했다.
‘3040 단절’, ‘신학의 사변화’, ‘문화유산 실패’
여섯 번째는 ‘3040(MZ) 세대 단절’이다. 이 세대는 소위 ‘디지털 노마드(유목민)’로 불린다. 그는 “트로트 임영웅의 노래로 치유받는 이들이 많을까, 목회자에게서 위로받는 이들이 많을까”라고 물었다.
이어 “세상의 문화는 엄청나게 진보하는데 교회는 정체됐다. 우리의 적은 더 이상 다른 종교가 아니라 ‘넷플릭스’”라며 “유튜브 영상은 짧고 지루할 틈이 없는데, 설교는 왜 이렇게 길기만 한가. 젊은이들을 위한 설교를 짧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점들이 3040 세대를 놓치는 이유”라고 했다.
일곱 번째는 ‘교회학교 소멸’이다. 그는 “부모인 3040세대가 교회에 오지 않는데 어떻게 아이들이 오겠는가”라고 했다.
여덟 번째 위기 징후는 ‘신학의 사변화’라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 성장 시대에 전도를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교회에 오니, 신학대에서 전도학·개척학이 거의 사라졌다. 설교학, 스피치, 회의법, 인간 이해도 가르치지 않는다. 코로나를 지나 보니 소그룹이 잘 된 교회가 살아남는데, 소그룹 인도와 성경공부 방법론도 가르치지 않는다. 회의하는 법도 모르니 경험 많은 장로님들을 젊은 목회자가 당해낼 수 없다. 지역사회에 대한 기반 조성 조사도 못하면서 개척하니 필패다. 거룩한빛광성교회는 15년간 157개 작은 교회들에 전도팀을 보내 도왔는데, 그 중 100명 이상의 교회로 성장한 곳은 1곳뿐이었고, 그나마도 장인에게 땅을 물려받은 덕이었다”고 했다.
아홉 번째는 ‘문화유산 실패’다. 그는 “유럽은 기독교가 쇠락해도 문화를 남겼다. 우리는 140년 역사에서 남긴 문화유산이 무엇인가. 세상을 선도했던 교회 문화는 이제 세상에 한참 뒤처졌다”고 했다.
열 번째는 ‘선교적 교회의 실패’로 “교회 성장에 겉멋이 들어 선교적 교회를 잃었다”고, 열한 번째는 ‘교회의 정치화’로 “강단에서 자기 편향의 목회를 하기에 젊은이들은 실망하고, 반대편에 선 성도들은 교회를 나간다”고 했다.
‘시대 변화 인식 부족’, ‘가정 신앙교육 실패’
열두 번째는 ‘통일시대 준비 실패’라고 했다.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 상임대표로 섬기는 그는 “교회에서조차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지 않는다. 하나님께서는 에스겔 37장에서 ‘둘이 하나가 되리라’고 명하셨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통일 시대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세 번째는 ‘시대 변화 인식 부족’이다. 그는 “권위를 부수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종교에 들어와서는 절대 진리를 부정했다. 타종교에 비해 개신교가 불리해진 이유”라며 “MZ세대의 특성을 이해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전했다.
열네 번째는 ‘양극화’다. 교회 규모가 양극화되고, 사상·지역주의가 양극화되는 시대다. 작은 교회를 섬겨 온 그는 “작은 교회들을 조사한 결과 평균 교인은 15명, 사례비를 받는 목회자는 47%에 불과하고 그들조차 평균 109만 원 수준이다. 큰 교회 목회자들일수록 이런 실태를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 위기 징후로는 ‘가정 신앙교육의 실패’를 꼽았다. 그는 “그동안 자녀 교육을 학교와 학원, 교회학교에 위임했는데, 이는 실패했다. 한국 최초의 실천신학 교수 곽안련 목사님은 ‘목사지법’에서 “주일학교는 부모가 가르치는 것을 보충하는 것이니, 부모가 그 책임을 내려놓고 그 선생이 다 할 수 없다”고 하셨다. 교회는 가정교육과 연계한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