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기독교인 체포 급증… 성경 배포자 표적 삼아”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인권 및 박해감시단체들, ‘2024년 공동 연례 보고서’ 발간

▲정부의 핍박을 피해 터키로 넘어온 튀르키예 기독교인. ⓒ오픈도어 인터내셔널

▲정부의 핍박을 피해 터키로 넘어온 튀르키예 기독교인. ⓒ오픈도어 인터내셔널

이란 당국이 성경 배포자를 표적으로 삼으면서, 지난해 기독교인 체포가 급증했다. 체포된 사람들 중 3분의 1은 여러 권의 성경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기독교 인권단체 아티클18(Article 18), 세계기독연대(CSW), 오픈도어(Open Doors) 및 미들이스트컨선(Middle East Concern)은 18일(이하 현지시각) ‘2024년 공동 연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이란 정권이 다양한 방식으로 기독교인을 포함한 종교 공동체를 표적으로 삼아 체포, 벌금, 채찍질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체포된 기독교인 수가 2022년의 134명에 비해 2023년에는 166명으로 늘었다. 체포가 ‘파도’처럼 일어났다. 당국은 6월 이전까지 소수의 사람들을 체포했으나, 6월부터 3개월 동안 100명 이상 체포했다. 크리스마스 기간에는 체포가 더욱 급증했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체포된 이들 중 자신의 사건을 공개하는 데 동의한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이로 인해 ‘얼굴 없는 피해자’의 수가 증가했다. 2023년 말까지 여름에 체포된 기독교인 중 최소 17명은 3개월에서 5년 사이의 징역형을 받았거나 벌금, 태형 등 비구속 처벌을 받았고, 한 경우는 ‘국가에 대한 선전’ 혐의로 ‘무덤 파기’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란의 박해 감시 전문단체인 ‘아티클18’ 뉴스 담당자인 스티브 듀존스(Steve Dew-Jones)는 CP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22년 히잡을 부적절하게 착용한 혐의로 체포돼 조사받던 중 사망한 마사 아미니(Mahsa Amini)의 사망 기념일 몇 달 전부터 체포가 늘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듀존스는 “우리는 그것이 고의적이었다고 믿는다”며 “최근 감옥에서 풀려난 기독교인들은 어떤 시위에도 참여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정권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갖고 있는데, 상당히 무자비하다”고 했다.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 오픈도어(Open Doors)의 ‘월드 와치 리스트’(WWL)에 따르면, 이란에서 기독교로 개종하는 것은 불법이며, 가정교회 신자로 밝혀진 이들은 누구나 국가 안보 범죄로 기소돼 장기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아르메니아 또는 아시리아 기독교인과 같은 전통적인 기독교 공동체는 용인될 가능성이 더 높지만, 이들 역시 ‘2등 시민’ 으로 취급된다.

이 외에도 이란인들은 이란의 주언어인 페르시아어로 성경을 읽는 것도, 이슬람에서 개종한 기독교인을 지원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는 “아미니의 죽음 이후, 이란의 기독교인들 상황이 더 나빠졌느냐”는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보고서는 가장 최근 연도의 박해 수치가 더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은 체포 건수가 증가했기 때문일 수도, 체포 기록이 더 잘 문서화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했다. 

듀존스는 “이란 정권이 교회에 점점 더 제한적인 통제를 가했던 2009년 후 박해 수준은 상당히 일관되게 유지됐다. 그 이후 기독교인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나, 악화됐는지 확실히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보고서에서 강조된 추세 중 하나는 이란 당국이 성경 배포자를 표적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그는 “조사 결과, 체포된 사람의 3분의 1 이상이 여러 권의 성경을 소유한 개인이었고, 당국이 이들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수 년에 걸쳐 이 같은 사례 중 상당수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만큼 많은 사례가 발생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것은 나에게 놀라운 일이었다”고 했다. 

이 밖에도 보고서는 감옥에서 석방된 이후 계속해서 괴롭힘과 감시를 당했다고 보고한 기독교인의 수를 분석했는데, 한 목격자는 정보 요원이 자신의 집을 자주 감시했다고 했고, 다른 이들은 심문관으로부터 ‘괴로운’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보고서는 “다른 기독교인들의 경우 온라인 활동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등 감시가 더욱 미묘할 수 있다”며 “몇몇 기독교인들은 심문 중 개인 이메일이나 기타 통신 내용의 양에 놀랐다고 증언했다. 이것들은 이후 그들의 기독교 활동에 대한 증거로 판사에게 제출됐다”고 했다. 

보고서에 인용된 다른 형태의 차별에는 고용 거부, 새로운 혐의, 재개된 사건 등이 포함되는데, 이 모든 것이 기독교인들이 이란에 머무르는 것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단체들은 보고서에 이란 정부에 대한 권고 사항과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의 책임을 묻기 위해 국제사회가 취해야 할 조치들도 넣어 뒀다. 

보고서는 “이란 정부는 신앙이나 종교 활동과 관련된 혐의로 구금된 기독교인들을 즉각적으로 무조건 석방해야 한다. 또 이란에 페르시아어를 사용하는 기독교인들이 체포나 기소를 두려워하지 않고 모국어로 자유롭게 예배할 수 있는 곳을 명확히 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국제사회는 이란 정부에 국제법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난민을 수용하는 국가들은 현재 강제송환 위험이 높은, 튀르키예에 거주하고 있는 이란 기독교인들의 신속한 재정착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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