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노동자 수천 명 中서 첫 폭동… 인권 침해 인내심 임계점”

김신의 기자  sukim@chtoday.co.kr   |  

통일연구원 탁민지 연구원, 관련 보고서에서 분석

▲위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pixabay
▲위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pixabay

최근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2천여 명이 3년 이상 지속된 임금체불과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지린성(吉林省) 등에서 연쇄폭동을 일으킨 데 대해,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주민들의 인내심이 임계점에 도달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본 산케이신문,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이 해외에서 파업을 하거나 폭동을 일으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폭동 규모는 무려 2천여 명에 달했다. 당시 인질이었던 회사의 관리직 대표는 폭행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담자 중에는 20대의 전직 여군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폭동은 지난해 북한으로 귀국한 동료 노동자들이 평양에서 받아야 할 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촉발됐다. 그간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이 노동자들의 임금 70% 정도는 북한에 보내지고, 기숙사비와 식비까지 제외한 적은 돈만 그들에게 돌아간다.

그런데 2020년 이후 코로나 팬데믹으로 북한과 중국 간 국경이 폐쇄되자, 북한 무역회사가 갑자기 ‘전쟁준비자금’이란 명목으로 북한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적은 돈마저 떼면서 이번 폭동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노동자들에게 지급하지 않은 돈 총액이 수백만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봤으며, 그 돈은 북한 수뇌부에 상납되거나 일부는 북한 회사의 간부들에 의해 착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결국 북한 당국은 폭동을 수습하기 위해 주중국 영사와 비밀경찰 국가보위성 요원까지 동원했지만, 노동자들은 요원들의 공장 출입을 거부했다. 북한 노동자들은 인질로 잡은 관리직 대표를 폭행했고, 관리직 대표는 사망했다. 이에 북한 당국은 밀린 임금을 지불하는 한편, 폭동 주도자 200여 명을 찾아내 절반을 본국으로 송환했다.

이와 관련, 이번 사태가 북한 주민들의 국가관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다. 탁민지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 연구원은 20일 ‘중국 지린성 북한 해외노동자 집단 파업 사태의 함의’라는 주제의 보고서에서 이 사태에 대해 “자유가 엄격히 박탈된 북한 사회에서 자라온 해외노동자들에게 이와 같은 집단행동은 대단히 예외적인 상황”이라며 “북한 당국의 가혹한 인권 침해에 대한 주민들의 인내심이 임계점에 도달한 결과”라고 평했다.

탁 연구원은 “북한 당국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파견 노동자에게 과도한 노동과 국가 상납금 납부를 강요한다. 조사에 따르면, 일 12-17시간 가량의 노동을 하는 가혹한 실태다. 또 타국 노동자가 보장받는 휴식시간·휴일을 반납하는 등 건강권·휴식권 침해도 동반된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과도한 노동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수중에 들어오는 임금은 실제 임금의 약 10~30% 정도에 불과하다. 70~90%는 국가계획분과 북한측 회사 운영비 등의 명목으로 원천징수된다”며 “노동자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단체생활 강요, 일상 통제, 여권 등 신분증 압수, 외부와의 접촉 금지 등도 북한 당국에 의한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했다.

탁 연구원은 “북한 노동자의 파업은 북한 당국에 의해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인권 침해와 더불어 임금 탈취에 의한 필연적 결과로 보이나, 이는 그간의 해외노동자들이 보인 일탈행위와는 뚜렷이 다르다”며 “지금까지 북한 노동자의 반발과 일탈은 개별적인 형태로 진행돼 왔다. 천 명 단위의 노동자가 참여하는 것은 집회·시위의 자유가 억압된 북한 사회에서 대단히 충격적인 방식”이라고 했다. 이어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을 비롯한 북한 주요 매체는 해당 사건이 주민들에게 미칠 파장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내용을 전혀 보도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개인 부업을 통한 자력구제를 선택하는 대신, 당국이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함에 분명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북한 당국이 직접 책임을 질 것, 시정을 요구했다”며 “북한 주민들이 이제는 ‘우리의 권리를 침해하는 국가’라는 개념을 정립하여 이에 대한 불만을 명시적으로 표현하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났다”고 평했다.

아울러 “북한 당국은 해외노동자들에게 일상적으로 가하던 가혹한 수탈과 인권 침해와는 어울리지 않게 대규모 저항에 대한 통제력을 크게 상실한 모습을 보였다”며 “숙련노동자로서 가지고 있던 특수한 지위와 중국과의 관계도 신경써야 하는 미묘한 외교적 상황, 2천이 넘는 노동자 전원을 송환할 경우 완벽한 입막음이 힘들다는 등의 이유로 이번 사건이 특이 사례로 그칠 가능성도 지만, 북한 정권의 주민 통제력 상실이라는 큰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사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탁 연구원은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한국 문물을 접하는 등 기존에 노동자들이 누리고 있던 작은 자유는 북한 당국의 통제로 일시적인 제약이 있더라도 완전히 근절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해외노동자 사회는 북한 정권의 통제력 약화가 수면에 드러나게 되는 최전선의 현장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해외노동자 또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며 “한국 정부는 국민이 당하고 있는 심각한 인권 침해에 대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또한 주민들의 저항이 다시금 발생한다면, 우리 정부는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지 방안을 강구해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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