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인권단체들, ‘간첩혐의’에 강한 비판
백 선교사 사역, 北 노동자 인도적 지원
구금 사실 공개한 러, 한국 압박하는 것
부당 인권 침해 없도록 정부 계속 살펴야
러시아가 지난 1월 백모 선교사를 ‘간첩혐의’로 체포한 것에 대해, 러-우 전쟁을 계기로 악화된 한-러 관계 속에서 백 선교사가 보복의 희생양이 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 혹은 중국과 달리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을 뿐더러, 백 선교사가 최근 현장에서 펼쳐온 활동 역시 그간 현지 선교사들이나 NGO단체들의 사역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그의 체포 혐의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DB)은 지난 1월 중순 백 선교사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체포한 뒤 2월 말 모스크바로 이송해 레포르토보 교도소에 구금했다. 러시아는 이 사실을 3월 11일에야 뒤늦게 공개했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백 선교사는 국내 한 교단 신학대를 졸업한 후 2009년부터 중국에서 사역하다 2020년 러시아로 넘어와 지구촌사랑의쌀나눔재단 블라디보스토크 지부장을 맡아 왔다.
백 선교사는 주로 러시아 내에 있는 북한 벌목공들과 탈북민들에게 쌀, 의약품, 의류 품 등 생필품을 지원하는 인도적 활동을 펼쳤다. 러시아가 선교사를 간첩혐의로 체포한 건 이번이 처음. 탈북민을 도왔다 하더라도 경고하거나 추방하는 수준이었었기에, 이번 사건은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이 극동러시아에 보낸 노동자들은 벌목공, 건설공, 광산일꾼 등을 비롯해 5만여 명 규모다.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는 “열악한 환경에 있는 북한 노동자들에게 한국 선교사들의 헌신적인 도움은 절대적이다. 악화된 한-러 관계를 감안하더라도 ‘간첩’은 말이 안 된다”라고 했다.
북한기독교총연합회(북기총) 김권능 전 대표회장은 “러시아는 그동안 중국과 달리 탈북자들에 대해서도 관대한 편이었다. 탈북자들이 난민으로 인정받을 경우 합법적으로 보호받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9명이 모스크바 주재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 제3국을 거쳐 11월 한국에 입국하기도 했다.
올바른북한인권법을위한시민모임(올인모) 김일주 대표는 “북한과 달리 러시아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 다른 나라의 선교사들을 감옥에 보냈다는 외신은 아직 접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선교사들이 외화벌이로 러시아에 간 북한 노동자들을 도운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백 선교사의 활동이 간첩혐의가 된다면, 러시아에 머무는 한인들이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 시점에서 선교사를 구금한 것은 러시아가 한국에 보내는 메시지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러시아가 이 사실을 공개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긴밀해진 북-러 관계를 보여주며, 한국에 주는 경고라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우크라에 대해 향후 무기 지원이나 우호적인 관계를 차단하기 위한 압박이라고 본다. 문제 해결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태로 러시아 내 선교사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정의연대 정베드로 대표는 “인도적으로 북한 노동자들을 도운 선교사를 확실한 물증 없이 간첩혐의를 씌웠다”며 “우리 선교사들이 안전한 게 최우선이고, 정부도 외교력을 발휘해 백 선교사에게 불법적인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한국교회도 이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