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노동위, 노회·총회 재판에 의한 징계에 ‘자율권 존중’

송경호 기자  7twins@naver.com   |  

P교회 분쟁 관련, 피징계자들 구제신청과 가처분 기각

부교역자 징계·해고 시 참고해야 할 중요한 판결·판정
법원 등은 목사·전도사를 ‘근로자’로 보는 것 주의해야
‘근로계약서’ 아닌 ‘표준계약서’ ‘사역계약서’가 바람직

목사나 전도사의 징계 및 해고 등으로 인한 교회 내부의 분쟁과 소송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기독교계가 참고해야 할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 내려져 주목되고 있다.

당회장권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는 P교회에서는 지난해 부목사들이 사순절 기간 음주 회식을 하는 등의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이에 P교회 측은 이들에 대해 소속 노회에 ‘위탁 판결’을 의뢰했다. 그러자 해당 노회는 이들에 대해 재판국을 열어 ‘면직 및 제명’ 처분의 결정을 내렸고, 이에 P교회는 그 결과를 준용해 이들 십수 명의 부목사들에 대해 교회에서 해고 처리하고 위탁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그러자 이들은 이 같은 해고 절차가 교회 정관에 정해진 목사의 ‘임면 규정’(공동의회 2/3 이상의 결의)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부당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파면) 및 부당정직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동시에 자신들을 면직한 소속 노회를 대상으로 서울남부지원에 ‘부당징계효력정지가처분’을 제기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판정서 중 일부.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판정서 중 일부.

이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올해 1월 23일 이 부목사들의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2월 29일 발표된 판정서에 따르면, 서울지방노동위는 “이들은 교회로부터 징계해고된 것이 아니라 노회의 권징재판에 의하여 면직, 제명처분되어 목사 및 당회원 자격이 상실되었고 이 사건 교회는 이와 같은 점을 확인한다는 의미에서 위촉계약을 해지한 것이므로 이 사건 교회의 위촉계약해지 통보는 … 노동법상 해고 통보라기보다 민법상 계약해지권 행사로만 보는 것이 교회의 가장 상위법인 교회헌법에 기초한 권징재판제도 취지에 부합한다”고 판정했다.

▲서울남부지원 제51민사부 판결문 중 일부.

▲서울남부지원 제51민사부 판결문 중 일부.

또 서울남부지원 제51민사부도 올해 2월 16일 가처분 판결에서 이 부목사들의 ‘효력정지가처분’을 기각했다. 해당 재판부는 위 사항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기는 하지만 “목사에 관한 사건은 ‘노회 직할’에 속하므로 이 사건 채무자 노회는 이 사건 교회 소속 목사들에 대하여 제1심으로 재판을 진행할 관할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고, 채무자 노회의 임원진과 및 재판부 구성이 위법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법원으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종교단체의 최고 치리회가 교단 헌법에 대하여 한 유권해석을 가급적 존중할 필요가 있고, 종교단체 내부관계에 관한 사항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더라도 그 효력의 유무에 관한 사법적 판단은 가급적 종교단체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했다.

주목할 점은 부교역자에 대한 ‘교회 내부의 징계나 징계에 의한 해고’는 이들을 근로자로 보는 사법부나 고용노동부에 의해 제지당하게 되지만, ‘노회나 총회 등의 권징재판에 의한 징계나 징계에 의한 해고’는 그 자율권이 최대한 존중받는다는 것이다. 노회나 총회의 권징재판이나 유권해석 등 종교단체 내부의 결정도 개인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주는 사안이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나, 재판부에서도 가급적 종교단체 내부의 결정을 존중하고 있다.

특히 P교회 이탈측이 제기한 P교회 Y 대리회장에 대한 ‘직무정지가처분’ 소송에서도 이와 유사한 근거로 채권자들의 신청이 기각됐다. 채권자인 P교회 이탈측 부목사들은 지난해 5월 7일 소속 노회에서 Y목사가 ‘면직 및 제명’ 처리됐으므로 목사의 자격이 상실됐기에 대리회장의 직무를 수행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Y목사를 면직한 해당 노회의 권징재판 효력에 대해 “소속 교단 총회 임원회의 및 실행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이 사건 판결이 효력이 없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한 것으로 보이고, 이후 2023. 9. 18. 개최된 정기총회에서 총대들이 위 유권해석에 대해 인준까지 한 것으로 보이는 바 동 교단 총회의 이와 같은 유권해석은 가급적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판시했다.

교회법 전문가들은 또 이 같은 사건과 관련, 현재 대한민국 법원이나 고용노동부 산하 노동위원회에서는 “일정한 급여를 받고 교회에서 업무지시를 받아 사역하는 목사나 전도사”에 대해서는 ‘근로자’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단 이들의 지위가 근로자로 인정되면, 모든 징계나 해고의 경우 ‘근로기준법’에 준해 진행돼야 한다. 교회 입장에서는 사역자들의 자질이나 태도 등에 문제가 있어 징계나 해고를 하려 해도, 정당한 사유와 절차가 소명되지 않으면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역자들에 대해 ‘근로계약서’가 아니라 ‘표준계약서’, 또는 ‘사역계약서’ 등의 형태를 작성해, 교회와 사역자 간의 합리적인 처리 방안 등을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한편 P교회 이탈측 부목사들은 법원과 노동위원회의 기각 결정에 불복해 각각 고등법원과 중앙노동위원회에 항고 및 이의신청을 했으나, 종교단체 내부의 권징재판에 의한 면직과 해고를 다시 부당하다고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P교회 이탈측 부목사들과 성도들은 여전히 ‘공동의회를 통한 정관 개정과 당회장 선출’을 주장하며 주 4회씩 8개월째 교회 정문 앞에서 항의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추진하는 공동의회 추진위원회 의장(A목사) 또한 노회의 면직 판결로 P교회에서 해고돼 의장 자격이 상실됐다는 것이 서울남부지원의 판단이므로, 이들이 공동의회를 개최할 길도 막혀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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