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 표현과 ‘혐오표현’ 규제 등은 여전
법무부가 26일 2023년부터 2027년까지의 우리 정부의 인권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수립·공표했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tional Action Plan for the Protection and Promotion of Human Rights, 이하 NAP)은 인권의 법적 보호 강화와 제도적 실천 증진을 목표로, 5년 단위로 수립하는 범국가적 종합계획이다. 법무부는 제1차 NAP(’07~’11년), 제2차 NAP(’12~’16년), 제3차 NAP(’18~’22년)에 이어 이번에 제4차 NAP를 수립했다.
그간 NAP는 헌법에 따른 ‘양성평등’이 아닌 ‘성평등’을 방향으로 하는 골자의 내용으로 비판을 받아 왔다. 또한 ‘제3의 성’을 전제하고, 성적 탈선·타락을 부추기는 ‘성적지향’ 및 ‘성정체성’ 등의 용어와 교육, 그리고 여성의 인권,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역차별을 발생시킬 수 있는 유사 차별금지법과 같은 내용이 들어가 논란이 있어 왔다.
이에 여러 시민단체들은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수정할 것 ▲‘성적지향’ 및 ‘성정체성’ 용어를 삭제하고 “정부는 사회적 합의 없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점”을 명시할 것 ▲‘차별·비하·혐오 표현 금지’를 ‘생명존중, 품위 유지, 건전성 등 방송심의규정에 위반되는 방송 규제’로 수정할 것 ▲유사 차별금지법에 해당하는 ‘인권정책기본법안’ 논의 지원 관련 내용을 모두 삭제할 것 ▲아동·청소년의 성적 타락을 부추기는 ‘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강화’, ‘청소년의 임신·출산 지원 확대’ 및 ‘아동·청소년에게 성인권 교육 추진’ 관련 내용을 모두 삭제할 것 ▲낙태를 조장하는 ‘약물 낙태 지원’ 관련 내용을 모두 삭제할 것을 요구해 왔다.
또한 반드시 포함돼야 할 인권이 빠진 점을 지적하며 ▲태아의 생명권 보호와 형법상 낙태죄 개선입법 추진 및 탈동성애자와 탈성전환자 인권 보호를 추가할 것 ▲표현의 자유와 양심·종교의 자유 등 자유권적 기본권의 보장 강화를 추가할 것 ▲실질적인 양성평등 정책 강화 및 1남 1녀의 혼인과 가족 보호 강화를 명시할 것 ▲사립학교의 자율성과 종립학교의 종교교육의 자유 보장 및 사립학교법 개정 추진, 부모의 정당한 자녀교육권 보장, 생물학적으로 남성이나 자신을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자의 여성 전용 시설 사용 규제, 생물학적인 남성으로 태어난 선수의 여성 스포츠 경기 참가 규제를 추가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제4차 NAP는 2022년부터 30개 정부 부처 및 기관과의 협의 과정을 거쳐 수립했으며, 지난 3월 7일 국가인권정책협의회(의장 법무부 장관)에서 의결한 후, 26일 국무회의에 보고됐다.
4차 NAP는 생명 존중과 기본적 자유의 보호와 증진,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보장,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의 인권 보호 강화, 디지털 시대의 인권 보호 및 증진,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 강화, 인권의식과 인권 존중 문화 확산까지 6개 정책 목표와 31개 분야, 271개 정책 과제로 구성됐다.
법무부는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새로운 사회 변화와 요구에 부응하고 인권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한편, 보다 더 두터운 인권의 보호 및 증진을 위해 다양하고 폭넓은 인권 정책과제를 반영했다”며 “현 정부의 비전과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인권 수요를 반영하여 ‘디지털 시대의 인권’에 관한 별도의 장을 신설하여 디지털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는 한편,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고 디지털을 활용한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적 대응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예방적 건강관리 강화, 미래세대 병영환경 조성 등 인권 관련 국정과제를 반영하여 국민의 건강권 강화, 장병의 기본권 보장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상병수당제도 도입 및 운용, 결혼이민자의 안정적 법적 지위 보장 등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인권기구의 권고 등을 수용하여 새로운 인권 수요를 반영하는 한편, 사회적 약자 등에 대한 인권 보호 강화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아울러 “또한,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강화 등 현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추어 ‘북한이탈주민’에 관한 별도의 분야를 신설하여 북한이탈주민의 인권 보호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27일 법무정책 서비스에 공개된 4차 NAP는 그간 지적돼 독소조항이 일부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성평등’ 용어 문제가 전반적으로 개선돼 ‘남녀의 평등’ 또는 ‘양성평등’, ‘남녀평등’ 용어로 바뀐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성인권 교육, 낙태 약물에 대한 내용도 빠졌다.
그러나 ‘성적지향’, ‘성정체성(성별정체성)’ 용어는 여전히 등장했다. 4차 NAP 230페이지에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 외국인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언급이 있었다.
지나치게 광범위해 논란이 되는 용어인 ‘성인지’ 또는 ‘성인지 감수성’은 27차례 기록됐다. ‘성인지’와 관련한 기본계획은 전 장병·군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성인지 교육, 성인지 정책 추진 기반 확립, 공무원 및 언론·방송 분야 종사자 대상 성인지 교육, 학교 성인지 교육, 성인지 교육 의무화 및 성인지 교육자료 보급, 국정과제 및 주요 시책교육의 일환으로 성인지 감수성 교육 등의 과정 개설 및 교과목 반영 여부를 평가한다는 내용 등이 있으며, ‘성인지 정책 추진 기반 확립’에 대한 소관부처가 ‘나다움책’ 등으로 논란을 겪은 여성가족부가 맡은 것으로 기록됐다.
주관적이고 지나치게 광범위한 용어인 ‘혐오표현’ 규제에 대한 내용도 그대로 들어갔다. 238페이지에는 ‘혐오적 방송 내용 등에 대한 심의를 강화하고 방송심의 규정 위반 방송사에 제재 처분’을 한다는 내용이 들어갔으며, 241페이지에도 ‘혐오적 방송내용 등에 대한 심의 및 위반 방송사 제재 지속 추진’, ‘혐오 표현 및 차별 인식 개선 확산을 위한 언론인 연수·교육 콘텐츠 지속 개발’ 등의 내용이 들어갔다.
과도한 페미니즘을 부추기거나 ‘정액 체험’ 등 포르노급 성교육, 조기성애화를 유도하는 성교육으로 학부모를 경악케 하고 비난을 받았던 청소년성문화센터 또한 여전히 운영된다. 4차 NAP에는 청소년성문화센터 설치·운영, 청소년성문화센터 종사자 역량 강화 등 서비스 질 제고 등이 포함됐다. 이 또한 여성가족부가 소관부처다.
청소년 산모 대상으로 임신·출산 의료비 지원에 대한 내용은 272페이지에 짧게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