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 반중 아닌 반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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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 넷플릭스 <삼체> (1)

박욱주 교수님의 이번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에서는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화제를 모은 8부작 SF 시리즈 <삼체>에 대해 분석합니다. 이 시리즈는 데이비드 베니오프, D.B. 와이스, 알렉산더 우 등의 연출로 조반 아데포(사울 듀랜드), 존 브래들리(잭 루니), 로절런드 챠오(닥터예), 리암 커닝햄(토머스 웨이드), 에이사 곤잘레스(오기 살라사르), 제스 홍(진 청), 말로 켈리(타티아나), 알렉스 샤프(윌 다우닝), 시 시무카(지자), 진 쳉(예원제) 등이 출연합니다. -편집자 주

▲외계인의 침공을 앞두고 대책을 마련하는 과학자들의 활약을 선보이는 TV 시리즈 &lt;삼체&gt;.
▲외계인의 침공을 앞두고 대책을 마련하는 과학자들의 활약을 선보이는 TV 시리즈 <삼체>.

중국 공산당과 반기독교 섞인 SF
종교=기만적, 공산당식 종교 이해
기독교 요소, 모두 인류 생존 위협
설정과 서스펜스로 세련되게 포장

◈중국 공산당과 기독교: 원작 작가 류츠신의 친공산당, 반기독교 성향

넷플릭스 오리지널 TV 시리즈 <삼체>(Three Body Problem)는 세 개의 태양을 가진 항성계 알파 센터우리 출신 외계인들의 침략과 이를 막으려는 과학자들의 활약을 선보이는 작품이다. 세계 SF문학계에서 인정을 받는 중국 소설가 류츠신이 집필한 동명 소설이 원작인 작품으로, 지난 3월 2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중국 근현대사의 초대형 비극인 문화대혁명을 모든 사건의 발단으로 삼는 작품인 까닭에, 중국인들 입장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부에서 원작 소설이 검열에 걸리지 않고 크게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작품이 오로지 문화대혁명 하나만 집중적으로 비판하기 때문이다.

문화대혁명은 대약진운동만큼이나 희대의 망국적 광기에 휩쓸려 진행된 사건이고, 따라서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국부나 다름없는 모택동의 치부로서 감추고 싶은 사건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모택동 사후의 중국 권력자들(등소평, 강택민, 습근평(시진핑) 등) 대부분이 문화대혁명 당시 고초를 겪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중국에서도 문화대혁명에 대해서만큼은 어느 정도 자유로운 비판이 가능하다.

물론 중국 내에서 문화대혁명 비판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하더라도 영화 <패왕별희>처럼 그 비인간성에 대한 묘사 수위가 적나라하다면 검열 때문에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넷플릭스 <삼체> 역시 문화대혁명의 광기와 당시 중국 공산당의 비인간성에 대한 묘사가 비교적 상세하기 때문에, 작품을 본 중국인들이 중국 정치 체제에 대한 비하 의도가 담겨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삼체> 내에서 중국 공산당의 폭력적 압제와 그로 인한 피해자들의 원한 및 트라우마는 줄거리의 개연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핵심 소재이다. 알파 센터우리 외계인들에게 지구 문명의 존재를 알리고 그들의 침략 준비를 돕는 핵심 악역 중 하나인 물리학자 예원제가 바로 문화대혁명 때문에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고 어머니와 동료들의 참담한 배신을 겪은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결국 예원제는 인간들과 인류 문명 전체에 대한 환멸과 원한 때문에 외계인들에게 지구를 넘겨주는 ‘매국노’ 역할을 맡는다.

흥미로운 점은 이 악역 예원제가 외계인들의 침략을 돕는 방식이다. 그는 거대 석유재벌인 애인의 도움을 받아 비밀 사이비 종교단체를 설립한다. 이 단체는 외계인을 추종하고 그들의 기술력을 이용해 사람들을 현혹하는 악의 집단이다. 예원제는 이 외계인들을 ‘주’(Lord)라고 부르면서, 그들의 ‘주’가 지금의 무가치한 인류를 심판하고 추종자들을 구원해줄 것이라고 가르친다.

이 대목에서 원작 소설가 류츠신의 종교에 대한 이해 방식, 특히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잘 드러난다. 류츠신은 자주 중국 공산당의 정책을 옹호하는 입장을 피력했고, 위구르족 압제도 정당화해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는 인물이다.

류츠신이 <삼체>에서 문화대혁명을 비판하기는 하지만, 그렇다 해서 그가 중국 공산당에 대해 비판적 인물이라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류츠신의 세계관을 보면 그가 현재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문화예술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공산당의 지침을 충실하게 따르는 인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넷플릭스와 기독교: 류츠신의 반기독교적 종교 이해를 환영하는 넷플릭스

소설 <삼체>의 줄거리는 기독교를 비롯한 모든 형태의 종교가 기만적이라는 공산당식 종교 이해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고, 덕분에 중국 근현대사의 어두운 일면을 핵심 소재로 삼았으면서도 중국에서 당국의 제재를 받지 않고 크게 흥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은 종교들, 특히 기독교 계열 종파들에 나쁜 이미지를 심어주는 대중문화 콘텐츠에 매우 관대한 태도를 보여 왔다.

▲&lt;삼체&gt;에 등장하는 기독교적 요소들은 모두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정적 요인으로 소개된다.
▲<삼체>에 등장하는 기독교적 요소들은 모두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정적 요인으로 소개된다.

사실 <삼체> 안에서 작가의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인시켜 주는 소재나 설정은 사이비 종교 말고도 많다. 류츠신이 직접 밝히지는 않았으므로 확언할 수 없지만, <삼체>의 알파 센터센타 외계문명에 대한 설정 가운데는 기독교적 소재가 많이 가미돼 있다. 태양 세 개의 합일, 불과 고열로 멸망하는 문명, 400년 후 지구에 올 구원자를 영접할 준비를 하는 종교인들, 인류의 죄업에 대한 심판, 이것들은 미국의 <삼체> 시청자들이 자주 성서로부터 차용한 소재라고 지적하는 설정들이다.

이 소재들은 <삼체>의 줄거리 속에서 모두 인류의 멸망과 심판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소개된다. 세 태양의 합일은 알파 센터우리 문명의 반복된 멸망 원인이 된다. 이에 따라 발전된 문명을 이룩한 알파 센터우리의 외계인들은 가까운 항성계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안정적인 천체 환경조건을 가지고 문명을 꽃피운 지구를 침략해 정복하려 한다.

이 외계인들과 교신하는 소수의 지구인들은 외계인들을 추종하고 숭배하면서 그들이 인류를 정복하고 심판하는 일을 예비한다. 이처럼 <삼체>에 등장하는 기독교적 요소들은 모두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정적 요인으로 소개된다.

이런 설정은 넷플릭스의 작품 제작 성향에도 잘 들어맞는다. 중국 공산당의 실정과 인권유린 사례를 폭로하면서, 동시에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 전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니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으로 받아들여진다.

근래 개봉되는 거의 모든 미디어 콘텐츠 대부분이 <삼체>와 비슷한 방식으로 반종교적·반기독교적인 성향을 보인다. 얼마 전 개봉한 SF <듄: 파트 2>를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다. 원래 프랭크 허버트가 집필한 원작 소설 <듄>은 1965년 발표된 작품으로, 제국의 압제에 저항하고 사막 소수민족의 생존을 지켜내는 희생적 구원자 폴 아트레이데스의 이야기를 중심 줄거리로 삼고 있다.

이 작품은 예수 그리스도를 오마주한 주인공을 통해 기독교 신앙의 정의로운 박애심을 어느 정도 긍정하는 태도를 엿보인다. 그러나 근래 영화화된 <듄: 파트 2>는 구원자로서의 책무가 폴 아트레이데스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그리고 초월적 힘이 어떻게 사람들을 기만하고 억압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춰,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 전반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도록 묘사하고 있다.

<삼체>는 최근 이런 전 세계 미디어 업계의 반종교적·반기독교적 성향을 반영하는 동시에, 모든 종교와 신앙생활에 대해 적대적인 중국 공산당의 입장까지 옹호하는 시선을 담은 작품이다. 그리고 이런 메시지가 독특한 천문학적 설정, 그리고 음모론적 서스펜스를 통해 세련되게 포장돼 있다.

여기에서 확인되는 사실은 중국에서 제작된 대중문화 콘텐츠, 그리고 넷플릭스의 미디어 콘텐츠 거의 대부분은 늘 사상적·신학적 진단과 검증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삼체>가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다시금 일깨워주는 교훈일 것이다.

▲중국에서 제작된 대중문화 콘텐츠, 그리고 넷플릭스의 미디어 콘텐츠 거의 대부분은 늘 사상적&middot;신학적 진단과 검증을 거칠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제작된 대중문화 콘텐츠, 그리고 넷플릭스의 미디어 콘텐츠 거의 대부분은 늘 사상적·신학적 진단과 검증을 거칠 필요가 있다.

박욱주 박사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객원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쉽게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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