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이 서원 때문에 머리 깎았던 ‘겐그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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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112] 제2차 전도여행(40) 겐그레아(1)

성도들 많아져 교회 있었던 곳
도시도 항구도 사라져 적막해
부두는 가라앉아 위쪽만 보여
관광객 없어 단체 일정에 제외

▲겐그레아 항구 표지판.
▲겐그레아 항구 표지판.

“바울이 일찍 서원이 있으므로 겐그레아에서 머리를 깎았더라 (사도행전 18장 18절 下)”.

바울은 제2차 전도여행 때 서기 51년경(53년?), 고린도 동쪽 10km 에 있는 겐그레아(Cenchreae)에서 아굴라와 그의 아내 브리스길라와 함께 배를 타고 에베소와 시리아를 향해 떠났다.

이곳에서 바울은 일찍 서원한 것을 지키느라, 유대인의 전통에 따라 머리를 깎았다. 또 로마서 16장 1절에는 바울이 겐그레아 교회의 일군으로 있는 자매 뵈뵈(Phoebe)를 천거한다는 말씀이 있다. 초대교회 당시 겐그레아에는 기독교인들이 증가하여 교회가 있었는데, 신앙이 강한 뵈뵈는 그 교회 여집사로서 바울의 전도 사역을 크게 도와주었다.

고대에 항구도시로 번성했던 겐그레아는 오늘날 도시가 없어지고, 바울이 배를 탔던 장소로 추정되는 부두가 있는 곳에는 당시 있던 부두의 잔해만 남아있다. 해변 뒷면에는 이곳을 경비하는 군부대만 보인다.

▲겐그레아 항구와 고대 부두 옆 건물 흔적.
▲겐그레아 항구와 고대 부두 옆 건물 흔적.

구(舊)고린도에서 겐그레아 가는 길을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잘 모른다. 왜냐하면 그리스어로는 ‘게흐리에스(Kechries)’라고 발음하기 때문이다.

마침 한국 단체 관광객을 인솔하고 구고린도 유적지에 온 우리나라 아주머니 관광안내원에게 물어보니, 그 안내원도 겐그레아에는 간 적이 없다며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 안내원은 아마 관광버스 운전기사가 알 것이라고 하므로, 우리나라 단체 관광객이 타고 있는 관광버스 운전기사에게 물어보니 자기가 잘 안다고 한다. 나이가 약 60세 정도로 보이는 그 운전기사는 자기 버스가 잠시 뒤 아테네로 가는데 그 뒤를 따라오면 잠시 정차하고 신호를 넣어줄 테니 그곳에서 우회전해서 가라고 하므로, 필자는 차를 몰고 그 버스를 따라갔다.

관광버스는 구고린도를 벗어나 샛길을 잠시 달리더니 큰 도로로 들어갔다. 그리고 10분 정도 달리더니 잠시 길가에 정차하며 방향신호등으로 신호를 넣어 주길래 “바로 이곳이구나” 하는 생각에 클랙슨(경적)을 눌러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우회전하여 겐그레아 가는 길로 향하여 달려갔다.

▲고대 겐그레아 항구의 현재 모습.
▲고대 겐그레아 항구의 현재 모습.

요즘에는 네비를 켜고 네비가 가리키는 대로 운전하면 되지만, 필자가 차를 운전하여 고린도를 찾아간 2004년 당시에는 네비가 없었으므로 지도를 보거나 이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서 목적지에 가야 했다.

이날 아침 아테네에 살고 있는 고등학교 동창친구에게서 차를 빌려 타고 왔기에 겐그레아 방문이 가능했다. 만약 단체 관광객에 합류하여 왔다면 될 수 없는 일이었다.

한참 동안 2차선 도로를 따라가니 항구에 적합한 해안이 나오기에 “여기가 겐그레아겠구나” 추측하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근처에서 집을 찾았지만, 아무 집도 보이지 않는다.

잠시 더 가니 길 오른쪽에 주유소가 있고 주유소에 붙어있는 조그만 가게가 보이므로, 가게에 들어가 이곳이 겐그레아냐고 물어보니 그렇다며 해안에 박혀있는 지역 표식을 가리킨다. 거기에는 ‘KeXpies(Kechries)’라고 쓰여 있었다.

▲오늘날은 항구로 이용하지 않는다.
▲오늘날은 항구로 이용하지 않는다.

겐그레아는 바울 시대에는 항구도시로 많은 배가 오고 갔을 텐데, 현재는 더 이상 항구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 해안 맨 끝쪽을 보니 조그만 보트 2척이 정박해 있다.

차를 세우고 해안으로 나가 걸어보니, 해안에는 옛날 바울이 배를 타고 떠났으리라 추정되는 부두가 물 속에 가라앉아 있고, 부두 윗부분 일부만 수면에 찰랑찰랑 보일락 말락 하며 숨어있는 것이 보인다.

그곳에는 옛날 모습의 조그만 집도 있고 안내판처럼 보이는 것이 있어 가 보았더니, 여기가 바로 옛날에 부두로 사용되었던 자리라는 내용과 이 부두에는 길이 5-40m 의 선박이 접안 가능했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에게해로 들어가는 사로니코스 만(灣)에 있는 겐그레아에는 옛날 유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관광객들도 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친구가 차를 빌려주지 않았더라면 현대도시인 고린도에만 왔다가 다시 아테네로 돌아갈 뻔했는데, 친구 덕분에 겐그레아를 방문하여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볼 수 있었다. 아테네로 돌아오는 차 속에서, 그 친구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권주혁 장로
세계 145개국 방문
성지 연구가, 국제 정치학 박사
‘권박사 지구촌 TV’ 유튜브 운영
영국 왕실 대영제국 훈장(OBE) 수훈
저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찾아서>, <여기가 이스라엘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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