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생명윤리연구소 “대다수 무관심, 입장 표명 꺼려”
성산생명윤리연구소가 5일 대한민국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약 7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태아생명인식도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충격적이게도 이번 조사에 대다수의 후보들이 무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에 걸친 설문조사 결과 응답한 후보자는 6명에 불과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는 “2019년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현재까지 입법 공백 상태인 현 상황을 개탄하며 낙태죄 법안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6개의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본 회의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임신 36주가 아기마저 낙태되는 현실에서 조속히 태아를 위한 입법이 마련돼 의료 현장 및 위기 임신 산모들이 혼란을 겪지 않게 하는 것이 제22대 국회의원의 큰 역할”이라며 “이에 전국 699명의 국회의원 후보자들에게 태아의 생명과 개정안 입법에 대한 설문을 진행하여 유권자들이 생명을 존중하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고 밝혔다.
1차 조사는 2024년 2월 26일부터 2024년 3월 30일까지 진행됐다. 조사는 설문지를 이메일, 문자 및 SNS(페이스북,인스타그램) 메시지와 가능한 곳은 현장 방문을 통해 설문지를 제공했다. 설문 내용은 크게 ‘윤리 및 과학 분야 전문가의 의견 수용도’와 ‘법/ 윤리 인식 및 이해도’ 두 가지 항목으로 구성해 소속 정당과 이름을 기재하도록 했다.
‘윤리 및 과학 분야 전문가의 의견 수용도’ 항목에서는 △수정부터 인간의 생명이 시작된다는 유전학 전문가의 의견에 대한 동의 여부 △‘임산부 위험성으로 인하여 임신 10주 이후 낙태 금지’에 대한 대한산부인과학회의 의견에 대한 동의 여부 △먹는 낙태약의 국내 도입에 대한 의견으로 구성됐다.
‘법/ 윤리 인식 및 이해도’ 항목에서는 △태아에게 법적 지위권을 부여한 민법 제762조와 제1000조에 대한 동의 여부 △모자보건법의 목적(영유아 생명권 or 모성의 낙태권) △태아 생명권과 여성 낙태권 중 우선되어야 하는 요소 △낙태법 개정입법 필요성 여부 △낙태법 개정안의 내용 방향 △낙태 허용 시기 △의료인의 낙태 시술 거부 및 낙태 약물 처방 거부권 제공 동의여부를 물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는 여러 차례 설문에 대한 요청을 했으나 전원 무응답했다. 이에 2차 조사는 문항을 줄여 2024년 3월 31일부터 2024년 4월 4일까지 진행했다. 설문조사 내용은 △생명의 시작점에 대한 의견 △태아 생명권과 여성 낙태권 중 우선할 요소 △낙태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 세 가지 문항으로 줄어들었고, 총 6명의 후보자(국민의힘 3명, 더불어민주당 1명, 개혁신당 1명, 무소속 1명)가 응답했다.
서울시에서는 최재형(국민의힘, 서울 종로구), 김기정(개혁신당, 서울 마포구갑), 조정훈(국민의힘, 서울 마포구갑)후보가, 경기도에서는 남병근(더불어민주당, 경기 동두천시양주시연천군을), 최진학(국민의힘, 경기 군포시) 후보가, 부산시에서는 박주언(무소속, 부산 해운대구갑) 후보가 응답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는 답변일수록 ‘프로라이프(생명존중, 낙태 반대) 점수’를 부여했고, 각 후보자들의 프로라이프(생명존중, 낙태 반대) 점수를 계산하여 ‘프로라이프(생명존중, 낙태 반대) 지수 상/중/하’로 평가했다. 질문에 대한 각 답변에 부여된 점수는 0~2점 사이이며, 총 5점 만점으로 구성됐다. 프로라이프(생명존중, 낙태 반대) 점수가 4점 이상인 경우 ‘상’, 1점 이상 3점 이하인 경우 ‘중’, 0점 이하인 경우 ‘하’로 프로라이프(생명존중, 낙태 반대) 지수를 구분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한 6명의 후보자 모두 생명 존중(낙태 반대) 지표가 상중하 중 ‘상’에 해당하는 답을 내놓았다.
이에 성산생명윤리연구소는 “설문 응답에 대해 반복 요청을 했음에도 낙태 정책에 답을 외면하는 분위기를 통해, 아직 대한민국 국회의원 후보자들이 태아 생명에 무관심하거나 논란이 있는 정책에는 입을 다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번 총선에서는 논란이 있을 만한 낙태 정책에 대해선 답을 외면하는 분위기다. 헌법재판소의 형법 낙태죄 위헌 결정 이후 보완입법을 미뤄왔음에도 이번 선거에서 주요 정당에서는 아무런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고 했다.
또 “설문의 내용이 태아의 생명권과 낙태에 대한 내용임을 설명할때 답변하기를 꺼리거나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응답을 하게 되는 경우 ‘태아생명에 대한 무관심’으로 처리될 수 있음을 후보자측에 재차 설명하였으나, 선거사무소 측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또는 내부 사정상 설문에 응답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밝힌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아울러 “미국의 경우 낙태 이슈가 정당 정체성과 결합하여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지만 낙태는 정치적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태중의 아기를 죽이면 안 된다는 진리의 문제”라며 “선진국에서는 프로라이프 정책이 유권자 표심의 주요 기준이지만, 대한민국에서는 명확한 입장 표명을 꺼리거나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년 9월 김행 여가부 후보자가 위기 임신 상황에서 태아의 생명권을 옹호한 발언을 한 것을 두고 여러 단체에서 여성 인권을 짓밟았다며 항의를 받는 등 곤욕을 치른 일이 있다”며 “이런 대한민국 정치계에서 소신 있게 견해를 밝힌 6명의 후보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연구소 측은 “지속적인 설문을 통해 국민과 정치인의 관심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성산생명윤리연구소는 정치인과 국민들이 태아생명에 대해 존중하는 인식을 갖도록 관련 정보를 꾸준히 제공할 계획”이라며 “생명을 존중하고 낙태를 반대하는 프로라이프 교육을 진행하고 이를 정책화할 수 있는 정치인을 발굴하고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또 “프로라이프 운동을 진행하는 국외 사례를 참고하여 높은 응답률을 얻도록 노력하여 미처 답을 못한 정치인들이 생명에 대해 명확히 인식하고 자신의 견해를 잘 밝힐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번 조사가 부족하나마 유권자들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다음은 낙태에 대한 성산생명윤리연구소의 원칙이다.
제 1원칙 모든 생명은 보호 받아야 한다. (모든 낙태 행위를 반대한다.)
1) 낙태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 제정
2) 부성 책임법 (일명 Hit & Run 방지법) 제정
3) 비밀 출산제 도입 (보호 출산제)
4) 모든 사회경제적 사유는 수용 불가
제 2원칙 상업주의를 배격한다. (낙태가 돈벌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1) 낙태 상담의사와 수술의사 분리
2) 낙태 수술 전문 의료기관 제공과 관리
3) 낙태 수술 자격인증 의사에게만 수술 허용
제3원칙 양심에 반하거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강요받아서는 안된다.
1) 낙태 수술에 참여하게 되는 의료인(수술참여 의사, 마취과 의사, 간호사, 간호주무사) 역시 양심과 종교에 반하는 의료행위를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