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 밝히려 몸부림치다, 정작 사람 잃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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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서평] ‘우동 한 그릇’이 주는 감동

우동 한 그릇
구리 료헤이 | 최영혁 역 | 청조사 | 152쪽 | 9,800원

일본 작가 구리 료헤이가 쓴 <우동 한 그릇>(1989년)이라는 책이 있다. 1989년 2월 일본 국회 예산 심의위원회에서 공명당 오쿠보 의원이 대정부 질문에서 질문이 아닌 이 소설을 읽어 화제가 됐다. 의원들은 오쿠보 의원의 행위를 비난한 것이 아니라 함께 울었다고 한다.

예산 심의에서 <우동 한 그릇>를 낭독한 의원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운데, 함께한 의원들이 울면서 들었다는 것도 그렇게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40여 년 전부터 창조사에서 번역 출간하고 있다.

<우동 한 그릇>은 여러 형식으로 각색돼 출판되고 있고, 꾸준하게 독자들에게 읽히는 스테디셀러이다. 우리 독서 모임에서 이 도서를 소개하고 요약한 부분을 목사님이 읽었다. 낭독을 천천히 듣는데, 우리 정서와 너무나 닮아 놀랐다. 그래서 일본과 우리의 정서가 동일한가를 질문하기도 했다.

<우동 한 그릇>은 북해정 작은 우동집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만든 소설이다. ‘2번 테이블’에 방문한 세 모자가 1인분을 주문했을 때, 주인이 1.5인분을 제공하면서 시작된다. 다음해에도 동일한 시간에 와서 동일한 조건으로 주문하자, 주인은 2번 테이블로 세팅하며 3인분이 아닌 1.5인분으로 제공했다.

해가 가면서 북해정 음식값은 올랐지만 그 날만은 그 전 가격으로 서비스했고, 어김없이 방문한 사람을 2번 테이블에 1.5인분을 변하지 않는 가격으로 제공했다. 그리고 세 모자가 2인분을 주문했을 때, 3인분을 제공했다.

십수 년 간 방문하지 않던 그들이 다시 방문해 2번 테이블에서 3인분을 시키며 이야기가 종료된다. 2번 테이블은 항상 그들을 기다렸고, 변하지 않는 가격과 양으로 세 사람을 만났다. 너무 짧은 대화이지만, 너무나 깊고 복잡한 정서가 교감된다.

이심전심(以心傳心), 가장 감동적인 플롯인 것 같다. 가난한 손님에 대한 주인의 깊은 배려와, 그 배려를 깊이 인지하는 손님의 말 없는 소통, 이것은 우리가 좋아하는 정(情)인데…. 일본 소설에서 그것을 짧은 소설로 묘사했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우리 사회에 점점 정이 사라지는 것 같은데, 일본 소설에서 그런 뉘앙스를 만나 조금 의외였다. 세대 간,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되는 우리 사회도 이심전심의 사회가 되어야 한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지려 하지 말고, 조심스러운 마음과 작은 배려에서 깊은 정서의 교감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감동이란 숨은 배려와 숨은 감사에서 나온다.

독서 모임에 참석한 회원들은 <우동 한 그릇>을 읽으면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것은 우리 정서와 융화가 됐다는 것이며, 문학의 힘일 것이다. 소설은 픽션이지만 인간 정서에 깊음을 선물하는 것 같다.

인간의 마음을 부드럽게 하는 선물은 매우 좋다. 지하철 의인의 감동, 소방대원의 감동적 헌신들이 주는 감동과 다르게, 우동 한 그릇에서 오는 감동의 깊이는 또 다르다.

우리는 진리를 밝히려 몸부림치는데, 정작 사람을 잃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보았다. 사람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는, 우동 한 그릇…. 그러한 정서가 교감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고경태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광주 주님의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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