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우리는 참 모순된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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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북뉴스 서평] 참 존재와 대면하는 시간

인간이란 무엇인가
폴 투르니에 | 강주헌 역 | 포이에마 | 374쪽 | 15,000원

한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과정입니다. 저마다 자신의 참 존재가 무엇인지를 모른 채, 상황에 휩쓸려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더하여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자신의 모습을 숨기기도 하고, 특정 부분만 부각시키기도 합니다. 각자 저마다의 가면을 쓴 채 살아갑니다.

이러한 삶은 타인과 적절하게 거리를 유지한 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괜찮은 듯합니다. 문제는 진짜 나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가 불분명해진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역할에 맞춰 자신을 변화시키는 데는 능수능란하지만, 참 존재에 대한 인식은 흐릿해집니다.

스위스의 내과 의사이자 정신의학자 폴 투르니에(Paul Tournier). 상담을 공부할 때 그리스도인이었던 교수님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상담 공부를 하면서 꼭 보아야 하는 기독교 상담 학자가 있는지 말입니다. 그때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분이 폴 투르니에입니다. 누구보다 그분의 책은 꼭 봐야 한다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폴 투르니에는 『모험으로 사는 인생』, 『강자와 약자』, 『고통보다 깊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하여』 등 이미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더불어 성경적 인간관에 대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졌습니다.

이 책 『인간이란 무엇인가』에서는 본격적으로 인간의 실제 모습에 대한 오랜 시간의 고민을 풀어냅니다.

불분명한 자아를 찾기 위한 여정은 생각보다 고됩니다. 급하게 가다 보면 길을 잃을 수 있습니다. 저자를 따라 차근차근 따라가면서, 함께 질문하고 함께 답을 모색해야 합니다. 저자는 자신의 상담 사례들을 비롯해 심리학과 의학, 신학 등을 동원해 인간의 참된 존재가 무엇인지를 찾아갑니다.

저자는 처음으로 지적 정보 교환과 영적 교감에 대해 말합니다. 누군가에 대해 아는 것과 그 사람 자체를 아는 것의 차이라고 할 수 있죠. 문제는 이것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정작 나조차 나의 진실한 존재를 모를 수 있습니다. ‘실제의 나’와 ‘현상의 나’는 서로 도움이 되긴 하지만, 통합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타인에 대해 명확하고 객관적인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나 자신에 대해 그 선이 희미해지고 흐릿해집니다. 어떤 지점에서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착각할 때도 있습니다. ‘드러나는 나’에 대한 에너지에 비해, ‘진짜의 나’에게는 마음 다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저자는 실제 인간과는 다른 거짓된 자아를 통칭할 때 ‘등장인물’이라 명명합니다. ‘등장인물’은 극중 역할을 부여받은, 꾸며진 존재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현대 사회에서 ‘등장인물’로 살아갑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진정한 교감은 하기 힘듭니다.

우리가 등장인물이 되는 이유는 개인의 욕망과 현대 사회의 비인간화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회에서 역할을 부여받는데, 우리 또한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해서 존중받고 인정받으려 합니다. 또 집단 사회는 정신없이 움직이며, 기계처럼 진행됩니다. 그러한 현대 사회에서 정작 우리는 누구에게 마음을 열어야 하는지 알지 못하게 됩니다.

의사나 상담사와 마찬가지로, 목회자도 비슷한 고민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정작 그들의 존재에 깊이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뭔가 해결해야 할 하나의 문제로 치부할 때도 있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혹은 상대방이 선을 넘을 것 같다는 부담감으로, 존재 자체로 대하는 것을 회피할 때가 있습니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우리는 참 모순된 존재입니다. 온갖 부조리 가운데서도 어느새 자연스레 익숙해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다층적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섣불리 사람을 평가하거나 판단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간의 총체성과 모순에 대해 인식하고, 최대한 여유롭고도 넉넉하게 상대방에게 다가가야겠다 다짐합니다.

저자는 ‘등장인물’과 실제 인간의 관계를 말합니다. 우리는 둘의 통합을 꾀하기도 하고, 자기 성찰을 통해 자신의 실제 모습에 다가가려 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시도 자체가 큰 문제를 야기한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우리는 ‘등장인물’과의 관계를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성경에서 하나님은 우리가 ‘등장인물’을 떠안으시길 바라십니다. 성경은 자연을 아름다운 하나님의 창조물이며 무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우리를 표현하는 여러 도구들조차 아름답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실제의 자아를 만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이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다시 한 번 말합니다. 하지만 포기하기는 이릅니다. 진실성과 책임감이 함께할 수 있는 진정한 대화를 통해, 진정한 실체로서의 인간과 인간이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간적 삶을 되찾기 위한 대화는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많은 두려움과 장벽들이 존재합니다. 진정한 대화를 가로막는 장벽과 방해물이 매우 많습니다. 우리는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책임감’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우리의 참 존재와 대면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자는 진솔한 대화를 통해 존재와의 만남과 존재의 변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진솔한 대화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도 가능하며, 궁극적으로 하나님과의 만남, 즉 기도를 통해 가능합니다. 이 점을 통해 우리는 기도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인용하는 학자나 저서들이 생소해, 빠르게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사례와 더불어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줍니다. 또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는 통찰을 얻게 됩니다. 저자와의 여정은 참 자아와 대면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모중현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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