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교회 주교, 설교 도중 흉기로 공격당해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총 4명 부상… 범행 영상 생중계돼 큰 파문

▲호주 시드니 외곽의 ‘선한 목자 그리스도 교회’ 마르 마리 엠마누엘 주교가 설교 도중 검은 옷을 입은 괴한의 공격을 받았다.  ⓒ유튜브 영상 캡쳐

▲호주 시드니 외곽의 ‘선한 목자 그리스도 교회’ 마르 마리 엠마누엘 주교가 설교 도중 검은 옷을 입은 괴한의 공격을 받았다. ⓒ유튜브 영상 캡쳐

호주 시드니 한 교회에서 한 남성이 예배 설교 중인 주교를 흉기로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 남서부 웨이클리에 위치한 ‘선한 목자 그리스도 교회’에서 15일 저녁 예배 중 검은 옷을 입은 한 남성이 주교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칼로 찔러 4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마르 마리 엠마누엘(Mar Mari Emmanuel) 주교가 설교하던 도중 검은 옷을 입은 가해자가 그에게 다가와 흉기로 공격했다. 이를 말리려던 신부와 신도들에게도 부상을 입혔다. 50대 남성은 자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30대와 60대 남성은 열상 치료를 받는 등 4명이 다쳤다.

뉴사우스웨일스(NSW) 카렌 웹(Karen Web) 경찰총장은 가해자는 16세 남성이라고 밝혔다. 

그는 “범인이 흉기 난동을 시작하며 종교적 동기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우리는 모든 자료를 검토한 결과, 이번 사건을 종교적 동기의 ‘극단주의’ 행위로 간주하며 테러 사건으로 규정했다”며 “처음부터 칼을 들고 교회를 찾은 것으로 볼 때, 어느 정도 계획성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이 살아 있는 것은 행운”이라고 했다.

범인은 체포 과정에서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는 등 이상 행동을 했다. 또 손에 상처를 입고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예배가 인터넷으로 생중계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범죄 장면을 실시간으로 목격했으며, 해당 영상은 소셜미디어(SNS)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 교회가 속한 아시리아정교회는 이라크와 시리아에 퍼져 있으며, 호주 내 신자들은 중동의 박해와 전쟁을 피해 도망친 기독교인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동방교회의 부활절인 5월 5일을 앞두고 사순절 기간을 보내고 있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약 500명의 사람들이 범인에게 보복하겠다며 교회 앞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교회에 진입하려 했고, 이를 막으려는 경찰과 충돌하면서 경찰들이 다치고 경찰차 20대와 일부 주택이 파손됐다.

이에 교회 측은 SNS를 통해 “흉기에 다친 엠마누엘 주교와 또 다른 신부가 안정적인 상태”라고 밝힌 뒤, “신도들은 침착하게 대응해 달라”며 “지금은 여러분의 기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엠마누엘 주교는 상당수의 소셜미디어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정부의 봉쇄를 ‘대량 노예제’로 비판하고 백신 의무 접종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NSW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는 특히 엄격했으며, 현지 경찰은 2020년 3월부터 2022년 9월 사이에 6만 건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번 교회 칼부림은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40세 남성 조엘 카우치가 시드니 교외에 위치한 웨스트필드쇼핑몰에서 6명의 여성과 어린이를 칼로 공격한 사건이 알려진 지 며칠 만에 발생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날 “우리 사회에 폭력적인 극단주의가 있을 곳은 없으며, 어젯밤처럼 경찰 업무를 방해하거나 경찰 차량을 파손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며 “호주는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이며, 지금은 분열이 아니라 단결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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