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목회포럼에서 후배들에 조언
교단을 넘어 한국교회의 지도자로서 역할을 감당해 오다 8년 전 담임직에서 은퇴한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 원로, 기성 증경회장)가, 은퇴를 앞둔 목회자들에게 ‘레임덕’을 피하기 위한 지혜를 전했다.
은퇴 전:
준비는 4~5년 전부터 하라
1년 정도 일찍 은퇴하라
후임자는 내가 고른다는 고집을 버려라
은퇴자 대우는 교회에 맡겨라
이 목사는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래목회포럼(이사장 이상대, 대표 이동규 목사) 조찬포럼에서 “근래 목회 환경은 매우 열악해서 은퇴를 앞두고 목회자들이 내몰리는 경우가 흔히 나타난다. 교회는 원로에 대한 예우나 주거·후생 문제 등이 부담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오늘 목회 환경이 급격하게 새롭게 재편되는 이유 중 하나는, 신세대 당회원들의 출현으로 그들의 합리적인 사고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결과도 있다”며 “수십 년 동안 목회사역을 잘 이뤄 왔어도 마무리를 잘해야 성공적인 마침이 된다”고 했다.
이어 “은퇴 준비는 오래 전부터 할수록 좋다. 은퇴 후 주거·생활 대책 등의 준비는 스스로 오래 전부터 해야 한다”며 “정신없이 사역에만 열중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은퇴에 당황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목사는 은퇴를 앞둔 목회자가 유념해야 할 점으로 먼저 “할 수만 있으면 1년 정도 일찍 은퇴하는 구상을 하라”고 했다. 그는 “목회자들의 은퇴가 2~3년 남았을 시기가 가장 어려운, 목회 마무리의 마의 고개가 되기 때문이다. 은퇴 마지막 날까지 목회하겠다는 생각은 자기를 위한 철학일 수는 있어도 교회를 위한 철학은 아니다. 교회로서는 목회자의 은퇴시기가 다가오면 하루가 천 년 같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후임자 선정’ 문제를 꼽으며 “은퇴자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 중 하나는 후임자는 내가 선정하겠다는 고집”이라고 했다. 이어 “또 한 가지는 은퇴자 대우는 이웃 교회 수준으로 해 달라는 요구도 극복할 문제다. 이 두 가지는 목회자의 은퇴를 앞두고 교회들이 겪게 되는 한결같은 갈등의 사안들”이라고 했다.
그는 “이 조건들은 평생 쌓아 온 목회자의 덕목과 인식을 단번에 허물어 버리는 조건들이 된다. 이 두 문제는 교회에 맡기는 것이 좋고, 할 수 있다면 측면에서 조언하는 입장에 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은퇴 후 :
나만의 공간을 마련하라
만날 사람들을 준비하라
아침 먹고 ‘갈 곳’을 마련하라
매주 예배드릴 교회를 지정하라
이 목사는 “그런 문제보다 은퇴를 앞둔 목회자가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은퇴 4~5년 전부터 급피치를 올려 은퇴 시점에 이르러 내 목회 전체에서 최절정의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라며 “그렇게 되면 은퇴에 즈음해 레임덕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은퇴 과정은 자연스러울 것”이라고 전했다.
은퇴 후 할 일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첫 번째로 “정서공간 마련”을 꼽으며, “나 혼자만 머물고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일 집안에만 머물러 있어야 한다. 그 공간은 자주 다닐 책방이나 도서관, 각종 모임과 대화방 등을 말한다”고 했다.
두 번째로 “만날 사람들을 준비하는 일”을 꼽으며, “은퇴 후 어울릴 곳이 있어야 하고 대화를 나눌 친한 동료나 이웃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외에도 “아침을 먹었으면 갈 곳을 마련해야 한다. 은퇴 후 적어도 몇십 년을 보내야 하는데, 매일 갈 곳이 없다면 큰일이다. 혼자서 고고하게 목회한 분들이 의외로 이 부분이 취약하다. 어울릴 동료가 없고 갈 곳이 없고 할 일이 별로 없다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끝으로 “매주일 예배드릴 교회를 지정하는 일도 중요하다. 본 교회 출석은 고집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집과 가까운 교회에 지정하고 출석하기로 결정하면 주일날 정처 없이 헤매고 다니는 문제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