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은 더디 온다

깨달음은 더디 온다

사막 교부와 교모 | 이덕주 엮음 | 사자와어린양 | 316쪽 | 17,000원

속도가 중시되는 사회입니다.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먼저 선점하지 않으면, 뒤처진다 말합니다. 그리하여 과정은 무시됩니다. 사람에 대한 관심은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윤리도 우선순위에서 한참 뒤에 있습니다. 오로지 경쟁 우위를 통해 승리를 쟁취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사회는 인내가 없습니다. 성실함은 도외시됩니다. 일상은 무너집니다. 효율만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에서는 참된 교육과 배움의 공간이 줄어듭니다. 고민하고 질문하고 사유하기보다, 더 빨리 답을 찾는 방법을 배웁니다. 인생에 대한 진지한 접근보다 순간적인 처세술만이 난무합니다.​

신앙 영역까지 이러한 현상이 보입니다. 진득하게 말씀 앞에 기다리기보다, 재빨리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말씀을 찾습니다. 자신에게 더 유익하고 편한 말씀을 들으려 합니다. 하나님의 임재에 잠잠하게 잠겨 있으면서 그분을 누리는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강렬하게 찾고 울부짖는 매달리는 기도를 선호하는 듯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침묵의 영성, 사막의 영성, 기다림의 영성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게 참 어른이 절실합니다. 그럴듯하고 번지르르한 말만 하고 뒤에서는 탐욕을 채우는 사람이 아니라, 말씀대로 살아가려고 발버둥치는 믿음의 선배 말입니다.​

사막의 교부와 교모는 ‘압바(abba)’와 ‘암마(amma)’로 불립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뜻하는 단어인데, 묘하게 우리 말과 비슷합니다. 그러니 더 친밀하게 느껴집니다. 이 책을 엮은 이덕주 교수는 교부와 교모를 한 마디로 정의합니다. ‘말씀에서 말씀으로’ 산 사람들이라고요.​

이들의 중심은 간단합니다. 오로지 주님과 가까이하고 싶은 열망입니다. ‘어떻게 하면 주님과 더욱 친밀해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입니다. 그러한 질문 앞에 정직하게 반응하기 원했습니다. 그리하여 말씀에 순수하게 순종합니다. ‘떠나라’는 말씀을 따릅니다.​

유대 광야 사막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유대 광야.

성경에서 하나님의 택하심을 받은 사람들이 훈련받는 곳은 대부분 광야나 사막입니다. 모세와 엘리야, 다윗과 예수님까지도 말입니다. 바울도 아라비아 사막에서 3년간 은둔했습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있어 이 장소는 하나님을 경험하고 누릴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사막의 교부와 교모는 이러한 깨달음 가운데 그들 또한 하나님 한 분만 바라고 그곳으로 갑니다. 다른 모든 것들은 그들에게 무의미했습니다. 오로지 하나님 한 분이면 족했습니다. 그들은 모든 것이 부족한 광야 상황에서 하나님과의 더욱 풍성한 교제를 갈구했습니다.​

그들의 가르침을 이덕주 교수가 엮어내고 해설한 이 책 『깨달음은 더디 온다』는 속도와 결과를 중시하는 우리들에게 매우 소중한 가르침을 줍니다. 참 어른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서, 말씀대로 살아냈던 혹은 끊임없이 말씀대로 살아내기 위해 노력했던 사막의 교부와 교모를 만납니다.

이 책은 사막의 교부와 교모들의 가르침을 20가지 주제로 엮었습니다. 포기와 영적 훈련, 의식주와 기도 생활, 노동과 시련, 죄의식과 순종 등 모든 주제들은 우리 삶에서 핵심입니다. 우리가 생각하지 않으려 밀어냈던 것이었지만, 실제로 우리 삶을 좌우하는 것들입니다.​

다시금 우리는 조용히 하나님 앞에 섭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주님께 무릎 꿇습니다. 번잡스러운 세상을 뒤로 하고 말씀에 귀 기울입니다. 그 가운데 작은 깨달음들은 우리를 크게 요동치게 합니다. 더디지만 천천히 말씀대로 살아보고자 합니다.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주는 깨달음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요.

모중현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