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고법, 강제 개종·결혼 막기 위한 판결

강혜진 기자  eileen@chtoday.co.kr   |  

성별에 따른 결혼 최소 연령 구분에 ‘차별적’

▲파키스탄 동부와 인도 북서부에 위치한 펀자브주.

▲파키스탄 동부와 인도 북서부에 위치한 펀자브주.

파키스탄 고등법원은 최근 소녀들의 강제 개종과 결혼을 막기 위한 조치로 “‘조혼법’에서 성별에 따른 연령 구분을 없애라”고 지방정부에 명령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라호르고등법원의 샤히드 카림(Shahid Karim) 판사는 지난 4월 15일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법적 결혼 연령을 각각 18세와 16세 이상으로 정한 펀자브주 1929년 아동 결혼법을 ‘차별적’이라고 선언했다.

카림 판사는 5쪽 분량의 판결문에서 “남성과 여성의 결혼 연령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해당 법은 위헌이므로, 법적 권한도 없고 효력도 없는 것으로 간주돼 기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펀자브주 정부에 “(이 판결에 근거해) 1929년 법 개정안을 15일 이내에 공표하고, 개정안을 웹사이트에 업로드해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아즈카 와히드(Azka Wahid)는 파키스탄 헌법이 보장하는 남성과 여성의 평등권에 따라 유해한 성별 차별을 피하기 위해 아동 결혼법 개정을 요구했다.

CP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법이 2015년 펀자브 아동 결혼 제한(개정)법으로 대체되면서 조혼을 범죄화했지만, 파키스탄의 소녀와 여성은 여전히 자신의 의지에 반해 결혼하도록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으며, 어떤 경우에는 법적 연령에 도달하기 전에도 결혼을 강요당한다. 특히 기독교인·힌두교인 등 소수민족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인권운동가들은 “기독교인과 힌두교 여성 및 소녀들은 소외된 소수집단에 속해 있기 때문에 더 취약하며, 강제 결혼과 개종을 빙자한 성적 착취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이에 대해 카림 판사는 “파키스탄의 결혼법이 종교적 요인보다는 사회적·경제적·교육적 요인을 주로 고려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조혼에 대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헌법 25조를 언급하며,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동등한 법적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1929년 법에서 ‘아동’에 대한 정의는 연령을 기준으로 구분했으나, 이해 가능한 기준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정의는 실제로 여성 보호를 위한 특별한 조항이지만, 그 과정에서 남성의 결혼 연령을 여성보다 높게 유지함으로써 남성에게 더 큰 보호를 제공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또 “우리는 국가로서 모든 주요 지표에서 비참할 정도로 뒤처져 있으며, 인구의 절반이 어린 나이에 아이를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잠재력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라고 한탄했다.

이어 “여성의 기회 균등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결혼에 대한 동등한 구속을 의미한다. 또 1929년 법과 그 개정은 결혼, 가족, 어머니와 자녀를 보호한다고 규정한 35조에 따른 국가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교회 지도자들과 권리 운동가들은 이번 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해 “연령 차이 문제를 해결했으며, 기독교인을 포함한 소수민족 소녀들의 강제 개종 및 결혼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파키스탄 교회의 아자드 마샬(Azad Marshall) 주교는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모닝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은 조혼, 특히 소수 기독교인과 힌두교 공동체에 속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첫 번째 단계”라며 “펀자브 정부는 판결 집행을 위해 의회를 통해 아동 결혼 금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회는 이슬람 결혼을 가장한 미성년 기독교 소녀들의 강제 개종을 막기 위해 파키스탄 전역에서 남녀 모두의 결혼 최소 연령을 18세로 통일할 것을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펀자브주 의회의 의원이자 기독교인인 에자즈 알람 어거스틴(Ejaz Alam Augustine)은 “펀자브 정부가 법원의 결정에 대해 항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개정법이 종교에 관계없이 모든 여성과 소녀들에게 보호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에, 주정부가 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엔 인권 전문가들은 4월 11일 파키스탄에 “소수 신앙을 가진 여성과 소녀들이 강제 결혼과 개종에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법적 변화를 가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파키스탄 정부에 “96%가 무슬림인 파키스탄에서 착취를 막기 위해 소녀들이 결혼할 수 있는 법적 연령을 18세로 높일 것”을 촉구해 왔다.

전문가들은 “조혼, 강제결혼은 종교적·문화적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며 국제법상 피해자가 18세 미만인 경우에는 동의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신드주는 파키스탄에서 남아와 여아 모두의 법적 결혼 연령이 18세 이상인 유일한 주이며, 펀자브, 키베르 파크툰크와, 발루치스탄 지역에서는 여아의 결혼 최소 연령이 여전히 16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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